페트리코의 냄새가 온 방에 퍼지고 나는 그 향기에 취해 마침내 인공의 기계가 선사한 멜라토닌에 잠이 든다.
나를 멋지게 속인 비는 내 옷을 적시고 꿈까지 적신다. 온통 물바다가 된 방에서 나는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Help me!'
온종일 인공의 화면을 대면하는 나는 실로 현실과 마주한 것일까?
아니면 가상의 현실에 속고 있나?
빗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시작노트>
현대인은 대부분 자연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보다 컴퓨터나 핸드폰, TV를 대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누굴 탓하고 원망하기보다는 현대인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적응하여야겠지만 그래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비애는 늘상 존재의 한 켠을 차지합니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니는 길에 집중하다 보면 현대인도 나름의 감수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