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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래, 진짜 강은석, 그의 실체를 몰랐다면
어디 나가서 우리학교 전교회장이다!라고 자랑하고플만한 위인이다.
연주 한 곡을 끝내고서, 반윤호가 들고온 마이크 하나를
집어드는 강은석.
"꺄아아아아!"
강은석이 뭐라 입을 떼기도 전에,
환호성을 질러대는 운동장을 가득 메운 여자들.
강은석은, 그런 분위기에 조금 민망한 듯 피식 웃어보인다.
"늦어서 미안하니까, 연주 하나 더 하고 끝낼게요."
"꺄아!!!"
강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하는 여자들.
반윤호는, 그런 여자들을 장난끼어린 눈으로 노려본다.
"나한테 하는 것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르지 마."
그런 반윤호의 멘트를 끝으로,
다시 피아노 의자에 앉는 강은석.
그리고,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그 선율이다.
강은석과 백승현 때문에 심난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려,
본관에 갈 때마다 들었던 멜로디.
피아노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
그러나 섬세한 손동작의 강은석.
그의 표정 하나하나에도 진심이 묻어나온다.
"어떡해, 나 진짜 너네 전교회장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그 순간만큼은,
그의 연주가 끝이 날 때까지 다율이와 함께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
여장남자 시간입니다, 와아아!!!!"
어느새, 반윤호와 MC바통을 터치한 임주혁이,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다.
"아, 원래 이 코너가 여장남자 코너가 아니었어요.
그거 아시죠? 무대 위에 남자 하나 달랑 올려놓고,
여기 밑에 관객 분들이 막 입찰가격 불러서 노예로 사는 거 있잖아요.
원래 그 코너였어요!"
자신이 더 흥분한 듯 말을 이어가는 임주혁.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아쉬운 듯 탄성을 자아내는 무대아래 여자들.
"아아, 근데 우리가 아직 미성년자잖아~
그래서 학교측에서 못 하게 막았는데. 뭐, 우리가 하는 지 안 하는지
지네가 알게 뭐야?"
어느샌가, 반윤호처럼 반말을 찍찍 싸대며
임주혁은, 여자들의 반응을 즐기며 여유롭게 진행을 이끈다.
"그냥 여기 아래서 여장남자한 애들 구경하다가,
삘 꽂히는 애 있으면 그냥 바로 입찰가격 불러!
내가 그냥 바로바로 시원하게 보내드릴게."
"꺄아, 꺄아!!!"
그렇게, 뭇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멘트를 퍼붓고서는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임주혁.
그리고 곧이어, 무대위에 장착된 폭죽이 요란하게 터지며
쇼가 시작된다.
"자, 참가번호 1번. 무용과 박한준!"
발레리나 복장을 하고 풀 메이크업을 마친 얼굴로, 총총히 걸어오는 사내.
으아, 저 타이즈로도 감춰지지 않는 종아리 알이 너무나 거슬린다.
"참가번호 2번. 축구부 박은규!"
여자들도 소화하기 어렵다는 탱크탑을 몸에 걸치듯 입고,
손바닥만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는 사내.
축구로 단련된 근육질 다리가 그대로 훤히 드러나 있다.
"참가번호 3번. 수영부 유찬영!"
에? 유찬영?
잘 못 들었겠지, 라는 마음으로 올려다 본 무대 위엔
어디 근본도 알 수 없는 샤랄라 분홍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찬영이가 보인다.
자신도 민망한지, 쭈뼛쭈뼛 무대 구석으로 걸어가는 찬영이.
그 이후로 핫팬츠, 여자교복 등등을 입고서
쏟아져나오는 우리학교 학생들.
우락부락,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사람들도 있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여자보다 더 예쁜 사람도 몇몇 보였다.
"자, 이제 하이라이트죠~"
그렇게 멘트를 날리고서 혼자 신난 듯 키킥대는 임주혁.
그러더니,
"참가번호 11번. 도예과 반윤호!"
란 멘트를 날리면, 이브닝 미니드레스를 입은 반윤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까 MC보던 애 아냐? 와아, 예쁘네."
아이라이너에, 볼터치에, 속눈썹까지 풀 메이크업을 다 마치고서
나타난 반윤호를 보며, 다율이는 또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하이힐 덕분에 어정쩡하게 걷는 저 자세만 아니라면,
진짜 여자로 봐도 무방할 모습이었다.
아니, 내 다리보다 반윤호의 다리가 더 여자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참가번호 12번. 아, 이거 진짜 대박인데?
서양미술학과 백승현!"
여자 세미나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하이힐 때문에 빨리 걸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화가 난 듯
눈살을 찌푸리고 무대 위에 나타난 백승현.
금방이라도 무대 아래 여자들을 보며, 욕이라도 퍼부을 기세다.
"꺄아! 어떡해, 백승현!!!"
그리고, 그런 백승현의 모습이 정말 의외라는 듯
소리를 질러대는 여자들.
이미 저 무대 뒤편엔, 백승현의 등장에
무대에 완전히 쓰러져 웃고있는 임주혁이 보였다.
"와아, 근데 진짜 카리스마 있는 여자같아, 그치?"
나를 향해 물음해보이는 다율이에게 마지못해 '응'이라고 대답해보였다.
"자자, 이제 투표를 할 겁니다.
과연 몇 번째 참가자가 제일 여자같은지!
제가 번호를 부르면 환호성을 질러주시면 됩니다.
자, 참가번호 1번!"
그렇게, 환호성을 질러대는 여자들의 목소리는,
당연한 결과로 반윤호와 백승현 차례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아오, 이 둘은 진짜 막상막하네. 키킥."
또 다시 진행을 하다가 혼자 웃어제끼는 임주혁.
그리고 그런 그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반윤호와 백승현이었다.
"아아, 원래 승현이는 예정에 없었거든요.
아까 방송한 거 들었었죠? 운동부 이쁜이 찾는다고?
원래 그 후배 시키려고 했었는데, 안 나타나니까 승현이한테
입힌 거거든. 키킥"
존댓말과 반말을 오묘하게 섞어가며 말을 꺼내는 임주혁을 바라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렇담, 아까 날 방송으로 불렀던게,
여장남자를 시키기 위해서?
이건 무조건적으로, 반윤호의 계획이었을 것이다.
"아, 그래서 승현이 지금 존나 화나있어. 하하!"
무대에 올라서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인상을 쓰고 있던 백승현.
그게... 그 이유였구나.
당분간 또 피해다녀야겠다.
"자, 자. 이 두사람은 순위 가르기가 너무 애매해서
공동 1위로 결론 짓겠습니다."
"꺄아!!!!"
"그리고, 마지막 순서죠!"
갑자기 또 진행하려는 임주혁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참가자들.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입찰가격 부르고
맘대로 사가세요!"
장난인 줄 알았던 아까의 멘트를,
진짜로 다시 내뱉는 임주혁.
무대 위의 참가자들 모두 멍한 눈으로 그런 MC를 쳐다보고,
반윤호와 백승현은 하이힐까지 벗고 입주혁에게 달려들려 한다.
"반윤호 오천원!!!!!!!!"
"6천원, 나 6천원!"
"만원, 만원!!"
다율이 옆에 자리했던 모델 언니 중, 가장 예쁘장하게 생긴
언니가 반윤호의 이름을 걸고 오천원을 질러대자,
곧이어 점점 더 크게 액수를 붙여대는 여자들.
"자, 만원 나왔구요!"
"2만원!!!!"
"5만원, 5만원!"
갑작스럽게 불어나는 액수.
양호선생님이 알면, 기절할 노릇이다.
"오만원! 자, 오만원 이상 없어요?"
"오만 이천원!"
"어? 오만 이천원! 그 이상은 없어요?
자, 하나, 둘, 셋! 오만 이천원 낙찰됐습니다!!!"
결국, 우리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귀엽게 생긴 휘운고 여자아이가
낙찰하고야 만다.
그렇게, 반윤호는 안 내려가겠다며 무대 위에서 한참을 난리치더니,
밝은 곳에서 휘운고 여자아이의 귀여운 얼굴을 확인하고서는
순순히 내려간다.
양호선생님한테 확 일러버릴까보다.
"백승현 3만원!"
이젠 처음부터 조금 세게 나오는 가격.
"3만 5천원!"
"4만원!"
가만보니, 휘운고 여학생들이며 이 동네 여학생들은
백승현 낙찰엔 차마 가격을 부르지 못하고 있다.
백승현의 싸이코적인 명성을 이미 다 아는 이 동네 여학생들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4만 2천원!"
"4만 8천원!"
다율이의 모델언니 중, 가장 키가 크다던 언니가
4만 8천원을 부르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자, 4만 8천원! 더 이상 없으신가요?
하나, 둘, 셋! 네! 4만 8천원에 낙찰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백승현은, 자신이 낙찰되어 노예로 끌려가는 것보다,
반윤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쁜 듯 보였다.
첫댓글 승현이 노예로 끌려가다니
허억.. 이런 ㅜㅜ 노예라닝 ㅜㅜ ㅎㅎ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 다음편 기대할께요 !! 꼭 올려주세요 !!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님여~ㅠㅠ 나 땀편 보꾸퍼요!!!
ㅋㅋ 승현이 팔려나가요;;
ㅋㅋㅋ재미있어용>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까부터 정민이부른이유가궁금했는데 여장시킬려고엿군요ㅋㅋㅋㅋ
우읭... 10만원도 안나오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