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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소고
1. 과거의 명성
조선 초에 왕도를 건설하다가 중단한 신도안을 품고 있는 계룡산은 예전에 도닦는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의 수많은 도사 지망생들이 계룡산으로 몰려들었고, 신도안을 중심으로 수많은 신흥종교와 유사종교들이 성하였다.
그러한 명성에 힘입어 계룡산(1968)은 제1호인 지리산(1967)에 이어 제2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당연히 유명한 사찰도 여럿 있다. 계룡산의 동쪽에는 동학사, 서쪽에는 갑사, 남쪽에는 신원사가 있다.
북측 골짜기에는 과거 구룡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 터에 상신리 도예촌이 들어서 있다.
2. 명칭의 유래
산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1)닭벼슬을 쓴 용머리설과 2)금계포란·비룡승천형세설이 회자되는 듯하다.
1)설은 주봉인 천황봉(845m)에서 연천봉(740m)과 삼불봉(77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양에 착안한 것이고,
2)설은 산의 형국이 금계포란형이요, 비룡승천형이라 했다는 무학대사의 언급에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귀경시 32번 국도로 반포면 봉곡리 일대를 지날때 차창으로 보았던 봉우리들의 형상은
닭벼슬을 닮아 있었고, 이성계가 도읍예정지로 답사했다던 계룡시 신도안면 일대는 지도를 검색해 보면
풍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금계포란·비룡승천형의 지세와 비스무리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신도안면 일대에 군 최고지휘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3. 백두대간상의 좌표
우리조상들의 산줄기 인식체계인 산경표에 따르면 계룡산은 백두대간중 금남정맥의 끝부분에 위치한다.
경남 함양의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뻗어나온 금남호남정맥이 전북 진안 주화산에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갈라지고,
금남정맥은 주화산에서 운장산, 대둔산, 계룡산을 거쳐 부여 부소산 조룡대에서 끝이 난다.
백두대간 체계에서 13정맥은 10대강의 유역을 가름하는 분수령들을 기준으로 설정되었다.
따라서 금남정맥이라함은 금강유역의 남서쪽 한계선이 되어 금강유역과 만경강유역을 구분짓는 산줄기라는 의미가 된다.
결국 계룡산의 동북사면(공주시 반포면, 대전 유성구쪽)에 내린 비는 금강에 흘러들고,
서남사면(공주시 계룡면, 논산시, 계룡시쪽)에 내린 비는 만경강으로 흘러들게 된다는 의미이다.
다만 금남정맥이 금강 하류가 바다와 만나는 군산부근이 아니라 금강 중류인 부여에서 끝나는 관계로
계룡산 서남사면에 내린 비의 일부는 금강 하류로도 흘러든다.
4. 행정구역상의 좌표
현재의 행정구역상 계룡산은 공주시, 논산시, 계룡시,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으나
주요 등산로의 대부분이 공주시 반포면과 계룡면에 속해있다.
계룡산국립공원을 대체로 동학사지구, 갑사지구, 신원사지구, 수통골지구로
나누는데 수통골지구외에는 공주시의 행정구역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논산시는 상월면의 향적산(국사봉)이 천황봉능선에 줄을 대고,
계룡시는 신도안면이 천황봉과 황적봉, 치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품고 있으며,
대전 유성구가 수통골지구를 둘러싼 빈계산, 금수봉, 백운봉, 관암산, 도덕봉을 내세우고 있다.
그중 논산시와 계룡시 구역은 대부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출입이 제한적이다.
군최고지휘부인 계룡대와 여러 주요한 군시설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통골지구는 150만 대전광역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관암산에서 치개봉, 황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출입금지되고 있는 한 섬과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계룡산국립공원은 공주시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5. 계룡산의 봉우리(높이순)
천황봉(845m) : 계룡산의 최고봉으로 예전에는 상봉, 상제봉으로 불리웠다. (출입금지)
쌀개봉(828m) : 디딜방아의 받침대인 쌀개를 닮았다 하여 (출입금지)
삼불봉(775m) : 세 부처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관음봉(816->766m) : 후덕하고 자애로운 관세음보살님 같다 하여
문필봉(750m) : 붓끝처럼 뾰족하다고 하여 (출입금지)
연천봉(740m) : 산봉우리가 하늘에 닿았다 하여
자연성릉(710~720m)
수정봉(670m) : (출입금지)
치개봉(664m) : 무엇을 딱쳤다는 의미에서온 치개는 경사가 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출입금지)
황적봉(664m) : 봉우리 형상이 노적가리 같다 하여 (출입금지)
신선봉(649m)
금잔디고개(600m) : 가을이면 억새풀이 노랗게 말라 있는 것이 금잔디같다 하여
백운봉(536m) : 항상 흰구름이 끼어 있는 모습이라 햐여 (출입금지)
도덕봉(534m) : 항상 여유있게 푸르름을 자랑한다 하여
금수봉(532m) : 산을 수놓은듯 아름답다 하여
관암산(526m) : 갓처럼 생긴 관암이란 바위가 있어 (출입금지)
장군봉(510m) : 장군처럼 위엄이 있다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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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 성묘 및 벌초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붐벼 버스 이동시간만 왕복 6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 예보상으로는 오전 비, 오후 흐림이었으나, 오전 흐림, 오후 한때 비온후 맑음의 날씨를 보였습니다.
◇ 산행코스는 병사골-장군봉능선-남매탑-삼불봉-자연성릉구간-관음봉-동학사-주차장 (약 11.3km) 입니다.
◇ 주어진 산행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6시간 30분 입니다.
◇ 학창시절 읽었던 이상보의 수필 갑사로 가는길이 떠올라 눈내린 뒤의 계룡산 산행을 기약해 봅니다.
1. 병사골에서 장군봉까지 (1km / 11:06 ~ 11 : 56 / 50분 소요)
반포면 온천리 박정자삼거리에 내려 5분후 병사골 탐방센터입구에 도착하니 11시06분이다.
박정자는 여자분의 이름이 아니라 박씨 집성촌에서 만든 정자에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한다.
병사골에서 출발하여 장군봉,갓바위(임금봉),신선봉을 거쳐 삼불봉까지 오르는 것이 첫번째 과제이다.
혹자의 말처럼 병사->장군->임금->신선->부처의 승급을 위해서는 고행이 필요하다.
졸병인 병사가 장군이 되기위한 시험인지 병사골에서 장군봉까지는 쉴틈없은 된비알의 연속이다.
초장부터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상의는 땀에 흠뻑 젖어간다.
그나마 초반 500m 구간은 뒤쪽으로 박정자삼거리 방면의 반포면 온천리를 조망할 수 있고,
후반 500m 구간은 우측으로 반포면 하신리와 상신리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이다.
40분여 씨름끝에 이정표가 정상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는 장군봉(510m)에 도착하였다.
탁트인 전망대에서는 발아래로 자연사박물관과 반포면 학봉리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치개봉(664m), 황적봉(664m)에서 천황봉(845m)과 관음봉(816->766m),
삼불봉(775m)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조망할수 있다. 잠깐의 휴식후 발걸음을 재촉한다.
2. 장군봉에서 신선봉까지 (3km / 11:52 ~ 13:37 / 1시간45분 소요 / 점심식사 20분 포함)
장군봉을 나서니 바로 큰 봉우리가 눈앞을 막아선다.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봉우리를 오른다.
그 뒤로도 크고 작은 봉우리 서너개를 오르내리기를 거듭한다.
장군봉에서 1.3km 정도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뒤쪽으로 장군봉이 늠릉하게 서있다.
1.6km 지점에 있는 갓바위삼거리(작은배재로 내려서는 지석골갈림길)을 지난다.
이부근에서 등로를 벗어나 조금 탐색을 하면 갓바위를 찾을수 있다는데 그냥 통과한다.
갓바위조망점에서 12시50분경에 점심을 먹고 20분뒤 다시 길을 나선다.
삼불봉이 직선으로 눈앞에 보이건만 등로는 우측으로 원을 그리는 모양새다.
점점 고도를 높여갔더니 우측으로 반포면 하신리 뒤로 반포면사무소가 위치한 공암리도 보인다.
13시37분경에 아무런 표지나 이정표도 없는 신선봉에 도착하였다.
트랭글의 신선봉 뱃지획득 음성안내가 없었다면 여기가 신선봉인지도 모를 터였다.
장군봉으로부터 대략 3km 정도되는 지점이다.
3. 신선봉에서 삼불봉까지 (1.7km / 13:37 ~ 14:22 / 45분 소요)
천장골 안부에 해당하는 큰배재는 신선봉에서 내려서면 만난다
큰배재에 13시45분경에 도착했다. 신선봉에서 대략 600m 거리에 있는듯 하다.
학봉리 지석골과 천정골에서 올라오는 등로와의 합류점이라 그런지 일반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햇빛산우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앞으로도 뒤로도 보이지를 않는다.
14시30분까지는 삼불봉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길을 나선다.
큰배재에서 남매탑까지는 600m 거리이다. 100m쯤 진행하니 우측으로 상신리갈림길이 나오고,
남매탑고개릉 넘어서니 동학사옆 세진정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한다.
약간의 돌계단을 올라 남매탑에 도착하니 13시58분이다.
동학사의 옛명칭인 청량사 터에 세워진 두 개의 탑 중 칠층석탑을 오라비탑, 오층석탑을 누이탑이라고 부른다.
남매탑에 얽힌 설화는 이상보가 수필 갑사로 가는 길에서 따뜻하게 풀어주어 잘 알려져 있다.
남매탑 주변은 사람들로 붐비고 여느 관광지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남매탑에서 삼불봉까지의 500m 구간에 다시 나선다.
돌계단길을 300m 올라 삼불봉고개에서 한숨 고른다.
계룡면 중장리의 갑사에서 출발한 등로가 금잔디고개를 거쳐 삼불봉고개에서 만난다.
마지막 철계단을 딛고 삼불봉에 오르니 14시17분이다.
삼불봉은 좁은 정상구역에 양쪽방향에서 올라오는 산객들로 북적된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정상은 더더욱 소란스러워진다.
간신히 인증사진을 득하고 자연성릉을 향해 출발한다.
4.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 (1.6km / 14:22 ~ 15:32 / 1시간10분 소요 / 간식시간 20분 포함)
삼불봉을 나서고 부터는 홀가분한 것이 기분이 상쾌하기 그지 없다.
비내리는 급경사의 철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삼불봉 앞의 여러 봉우리들로 인해 당장은 관음봉은 보이지를 않는다.
대신 우측으로 갑사가 위치한 계룡면 중장리와 하대리의 계룡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길의 방향이 동서에서 북남으로 바뀌자 반포면 상,하신리가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물러나고
그 자리를 계룡면 중장리,하대리가 차지하고 나선 것이다.
큰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고개를 뒤로 돌리자 삼불봉으로 오르는 아찔한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자연성릉구간은 삼불봉과 관음봉간 1.6km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좌측 깍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는 동학사와 반포면 학봉리 마을이 보이고,
그 절벽 위로는 외줄 능선길이 철제난간을 의지하여 우측으로 관음봉을 향해 달려가고,
관음봉을 오르는 철계단길은 마치 선계로 오르는 계단인양 비현실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철제난간 옆으로는 마치 이 그림에 맞추어 분재된듯한 소나무가 알맞은 자태를 뽑내고 있다.
가히 계룡산 산행의 백미요 압권이요 甲이라 할 만하다.
힘든 것을 잊게하는 마약과 같은 장면이며, 그간의 고행이 보답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지막 철계단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구름이 좌측에서 올라오더니
어느새 능선을 넘어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린다.
관음봉 정자에서 과일을 먹으며 처음으로 홀가분한 20분간의 휴식을 즐겼다.
그동안 구름은 말끔히 물러가고, 자연성릉은 그 몸의 굴곡을 오롯이 내보여주 었다.
5. 관음봉에서 주차장까지 (약 4.0km / 15:32 ~ 16:52 / 1시간20분 소요)
관음봉에서 동학사까지 2.6km, 동학사에서 주차장까지 약 1.4km의 거리가 남았다.
관음봉에서 동학사까지의 2.6km 구간은 대부분이 너덜길과 돌계단길이라 하산시 더욱 조심을 요한다.
관음봉에서 200m를 내려와 관음봉고개에 이르니 우측으로 연천봉고개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연천봉고개에서는 우측(북쪽)으로 갑사, 좌측(남쪽)으로 신원사를 갈수있다.
너덜길을 지나니 정면과 좌측으로 잠시 시야가 트이는 장군봉조망점이 나온다.
한참을 더 내려오니 관음봉에서 1km 지점의 은선폭포에 도착한다.
물이 말라 계룡8경중 7경이라는 은선폭포운무는 커녕 폭포수도 보이지 않는다.
쌀개봉전망대를 지나 더 내려가니 오늘 처음으로 계곡수를 만났다.
동학사 0.6km 지점 이정표를 뒤로하고 내려가니 좌측으로 심우정사로 오르는 길의 안내판이 나온다.
심우정사는 삼불봉아래 자리잡은 암자로 그 옆으로는 귀명암이 있다고 한다.
발걸음을 재촉해 16시17분에 향아교앞 쉼터에 도착했다.
동학사란 명칭은 학봉리라는 지명과 마찬가지로 동쪽에 학바위가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구니들의 수련장으로 유명한 동학사는 계룡산의 실소유주라 할만한데,
일대의 임야는 물론 쌀개봉, 관음봉, 삼불봉 등도 동학사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다고 한다.
동학사는 여느 절집과는 다른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통 큰 사찰의 부속암자들은 산속 깊이 멀리 있는데 비해 동학사의 부속암자인
미타암, 길상암, 관음암, 문수암은 동학사 아래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보통 능이나 묘. 사당의 정문격인 홍살문이 절집의 입구에 서있는 것도 이채롭다.
이는 동계사(신라 충신 박제상을 모시는 사당), 삼은각(고려말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를 기리는 사당),
숙모전(조선조 단종, 사육신,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고 초혼제를 올린 김시습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 등
동학사가 품고 있는 사당과 무관치 않다고들 한다.
동학사는 공사중이라 어수선하여 대웅전을 보고는 빠져나와 내려가니 세진정이 보인다.
세진정 옆으로는 남매탑을 오르는 최단거리의 등로(1.7km)가 있어 산객들이 여럿 보인다.
미타암, 길상암, 관음암, 문수암을 차례로 지나고
일주문과 홍살문까지 통과하니 동학사매표소가 나온다.
길게 늘어선 식당가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16시52분이다.
시간여유가 있어 근처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었다.
버스는 17시50분에 서울로 출발하였다.
(총거리 11.3km, 총 소요시간 5시간52분)
첫댓글 자세하고도 많은 정보가 담긴 후기로 공부도 마니하고 아름다운 사진들 감상도 잘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산악회, 같은 산에서 함께~"라는 표현,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