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에 손봉기·김성수 임명 제청 '노태악 후임' 손봉기 놓고 이재명 측과 합의 못한 듯
조희대 대법원장, 이재명 측과 합의 불발 서면 제청, 민주당 "이재명 임명권에 대한 도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8일 새 대법관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해달라고 이재명에게 제청했다. 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퇴직한 노태악, 김 부장판사는 다음 달 퇴직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다.
이재명이 제청을 수용하면 두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 표결을 거친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이날 이재명을 만나지는 않고, 서면으로 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만나 최종 협의를 거친 뒤 대법관 제청 대상자를 발표했었다. 대법원은 그동안 두 대법관 후임을 놓고 이재명 측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나, 노태악 후임인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최종 합의가 되지 않아 서면 제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후임으로 손 후보자 등 4명을 추천했으나, 조 대법원장과 이재명 측이 최종 후보를 합의하지 못해 제청이 미뤄져 왔다.
새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된 손봉기(왼쪽)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조희대 대법원장·이재명 ‘노태악 후임’ 합의 못한 듯 민주당 “이재명 임명권에 대한 도전”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새 대법관 후보 두 명을 이재명에게 제청하며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공정한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신념뿐 아니라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노태악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부장판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고,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는 전남·비(非)서울대 출신이다.
손 부장판사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6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해 안동·상주 등 대구·경북 지역 법원을 거쳤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를 했고, 2019년 김명수가 시행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대구지법원장을 지냈다. 손 부장판사는 2015년 이른바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 인성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8년 광주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법,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 청주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김 부장판사는 2012년, 과거 서울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국가에 농지를 빼앗긴 ‘구로농지 사건’ 주심을 맡아 이미 확정된 재심 판결도 다시 재심할 수 있다고 판단해 피해 농민들이 51년 만에 땅을 되찾을 수 있게 했다. 당시 피해 농민 소송 대리인은 이찬진이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임명 제청에 앞서 이재명과 최종적인 대면 협의를 거치지는 않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앞서 지난 1월 노태악 후임으로 손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그런데 이재명 측은 4명 중 김민기 당시 수원고법 판사를, 조 대법원장은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를 후임으로 염두에 둬 5개월 넘게 대법관 공석 사태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제3의 인물인 손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측과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제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건태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측과 협의 없이 제청한 것은 관례를 깬 것이자 이재명의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재명이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더라도, 민주당은 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고 했다. 송영길은 “역대 대법원장들은 임명권자를 직접 찾아 제청해 왔다. 조 대법원장은 그 전통마저 무시했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측과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청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