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경시 풍조 갈수록 심각]
깃봉 까맣게 변색돼도 정부·지자체는 깜깜
日 망언중의 3·1절인데도 가정에선 태극기 게양 안해
지속적인 홍보 활동으로 게양률 높이는 지자체도
3·1절이었던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 1개 동 전체 126가구 가운데 태극기를 건 집은 단 세
곳뿐이었다. 게양률이 2%에 불과한 셈이다. 건너편 동 역시 80가구 중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한 곳은 세 곳뿐이었다. 전날
용산구청이 인근 이촌역에서 차량용 500개를 포함해 태극기 총 1000개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게양률을 높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주택가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도 태극기를 단 가정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아파트 밀집 지역인 송파구 잠실동의 태극기 게양률도 대부분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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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맞습니까… 지난 3·1절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 대부분의 집이 태극기를 걸지 않았다. 전체 126가구 중 세
가구만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었다. 맞은편 아파트도 80가구 중 세 가구에만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김재곤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잇단 망언(妄言) 등으로 극일(克日)과 애국(愛國)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대표적 항일운동인 3·1운동을 기념하는 날조차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정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가 이에 대한 구체적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태극기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안전행정부는
게양률이나 태극기에 대한 인식 조사 등에 대한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구체적) 자료는
없지만 매년 홍보 활동은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공서 같은 공공 기관은 국기 게양의 모범이 돼야 하지만
일부 공공 기관은 '국기법'에 어긋나게 태극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기관에서는 국기를 연중(年中) 게양해야 하고, 이때 태극기 깃봉은 꽃받침 모양이 새겨진 둥근 '황금색' 무궁화 봉오리 형식이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과 정부 서울청사에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황금색 무궁화 꽃받침 모양 깃봉이
태극기 게양대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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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과 다른 까만색 깃봉… 4일 서울시청 앞 태극기 깃대의 깃봉이 검은색이다. 대한민국 국기법은 이 깃봉이 황금색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옛 서울시청사에 만들어진 서울도서관에서 촬영했다. /이태동 기자
하지만 4일 서울시청 앞 태극기 게양대에 달린 깃봉은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변해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시청사와 서울도서관 전면에 3·1절 관련 대형 태극기와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정작 상시(常時) 걸려 있어야 할 태극기의
깃봉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은 '은색' 깃봉을 사용하고 있었고, 인근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별관 앞 태극기 게양대는 깃대와 깃봉 일부가 부식되고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태극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려면 단순히 태극기를 나눠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지속적 홍보 활동으로 뒷받침해야 하지만, 이런 지자체는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 강북구청은 올 1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역 약사협회 등 각 분야 대표들을 접촉해 이들이
태극기 홍보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이번 3·1절에 무작위로 관내 13개 지역 2만여 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태극기 게양률이 67%를 기록했다. 강북구청 직원 20여명이 4시간에 걸쳐 발로 뛰며 조사한 결과다. 부산시는 작년 시(市)
차원에서 태극기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고 태극기 관련 행사를 펼쳐 2013년 태극기 분야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