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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예선 2차전에서 중국올대를 대파한 한국 내셔널리그 대표팀의 경기 전 기념촬영
[사진 출처 - 중국 sina.com]
사전 정보 없이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진정한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이라 착각이 들 정도로 그럴듯 하고 또
나름 멋까지 풍기는 대표팀. 여러분은 과연 이 대표팀의 정체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12월 6일 밤, 우리 축구팬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기 충분한 소식 하나가 전혀 예기치 않은 곳 홍
콩에서 날아들었다. 지금 홍콩에서 진행중인 제5회 동아시아 경기대회 축구 종목 B조 예선 2차전에서 내셔널리
그 선발 대표팀이 중국의 U-20 올림픽상비군을 3-0으로 완파, 첫 경기 홍콩전 대패(1-4)의 악몽을 씻으며 4강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위 제목에 사용한 ‘치욕’의 의미에 대해 확실히 해두고자 한다.
"중국축구가 한국축구에 치욕을 당했다.”라고 하면 왠지 중국팀이 ‘그렇게 져서는 안 되는 팀에게 패한’ 혹
은 ‘비슷한 실력이기에 정상적이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스코어 차이임에도 결국 그렇게 되어버린’과 같은 뉘
앙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의 내셔널리그 선발팀의 수준을 글쓴이인 내가 스스로 낮추고 있다는 느
낌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그런 뜻으로 선택한 헤드라인이 아님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 저 소식을 접한 중국 축구계와 관련 언론들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그네들
에겐 단순한 치욕감을 넘어 중국축구 미래에 드리워진 암울한 기운을 설명하기엔 나름 적절한 단어라고도 보여
진다.
일단 아직도 저 대회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적잖은 축구팬들을 위한 설명을 하자면 지금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 경기대회’란 우리에게 익숙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처럼 정해진 대회 기간 동안 여러
종목들을 치르는 대회이고, 그 가운데 축구도 하나의 종목일 뿐이다. 반면 ‘동아시안컵 축구대회’는 말 그대
로 한국과 일본, 중국, 북한(혹은 홍콩) 등 동북아시아 4개국의 명실상부 A대표팀이 우승컵 하나를 놓고 자웅을
가리는 축구 단일 종목 대회이다.
지금 이 대회 축구종목에 대한민국은 K리그의 하부리그인 즉, 사실상 2부리그로 정의해도 무방한 내셔널리그 선
발팀을 대표팀으로 출전시켰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장기적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을 겨냥한 현 U-20 올
림픽상비군을 내보낸 것이다. 여기에 북한은 U-21 연령대에 몇몇 노장 선수들을 와일드카드 성격으로 혼합한 B
급 대표팀을 출전시켰고, 홍콩 같은 경우 홍콩 세미 프로리그에서 출중한 기량을 보이는 선수들이 중심이 된 U-
23 대표팀을 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들리는 얘기론 홍콩은 용병 선수들까지 포함시켰다고 한다.
일단 축구 종목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우리 내셔널리그 대표팀은 홍콩에 예상 외로 1-4 참패를 당했다. 때문에
나름 관심을 갖고 이 소식까지 기다린 그야말로 ‘열혈’ 축구팬들은 선수단을 질타하며 내셔널리그의 수준에
대한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어젯밤 대단한 반전이 일어났다. 명실상부 중국 올림픽상비군을 상대로
1차전의 -3이라는 골득실을 단숨에 만회하며 그네들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들은 또 다시 대한민국 내셔널리그와 그곳에서 고르고 골라 뽑았다는 선수들의 수준을 짐작
하기 어려워졌다. 대회 전 조에서 최약체라는 홍콩에 참패했으면서 최소 그 홍콩보다는 한 수 위라는 중국에 대
승한 우리 내셔널리그 선발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 같은 팀이다.
충격에 빠진 대륙 – “최근 20년 간 최약체 올림픽 세대가 등장했다!”
득점 후 환호하는 한국 내셔널리그 대표팀과 이에 대비되는 중국 올림픽상비군 선수
[사진 출처 - 중국 sina.com]
비록 동아시아 대회 축구 종목에 출전한 그것도 중국 A대표팀이 아닌 U-20 올림픽상비군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최
정예 A대표팀도 그렇다고 유럽파를 제외한 순수 K리그들로 구성된 대표팀도 아닌, 그 K리그보다 하부 리그인 내
셔널리그 선발팀에게 힘 한 번 못써보고 참패를 당해 메달권 진입은커녕 조별예선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홍콩과
의 마지막 조별예선에서 무조건 4골 차 승리를 거둬야 한다.
경기가 끝난 후 일부 중국의 언론은, “최근 20년 간 가장 허약한 올림픽 세대가 등장했다!”라며 중국축구의
영건들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중국의 올림픽상비군은 U-20의 연령대에 해당
되는 선수들로 지난 해 사우디에서 열렸던 아시아 U-19 청소년선수권에 참가했던 그 팀이다. 당시 중국 U-19 청
대는 조별 예선을 통과해 8강까지 올라갔으나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4강 진입에 실
패, 올 해 이집트에서 열렸던 U-20 세계 청소년선수권 출전이 좌절됐었다.
때문에 중국축구협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중국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물급 축구인들 중 하나인
류춘밍 감독을 사령탑으로 확정하고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부터 각종 평가전과 지역 소규모 초청대회
에 참가하며 장기적으로 올림픽상비군을 육성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는 일본 올림픽상비군과 같은 행보이다. 일
본도 지난 해 아시아 U-19 청소년선수권 8강전 동갑내기 대한민국과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0-3으로 참패당하며
올 해 U-20 세계 청소년선수권 진출 자체가 무산되었다. 때문에 일찌감치 2012년에 초점을 맞추고 팀을 성장시
키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지난 8월 수원컵 4개국 국제 U-20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했던 것이다.
류춘밍 감독은 과거 중국의 올림픽상비군을 지도했던 감독들과는 달리 신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이집트 세계 U-20 대회에서 8강에 오른 동갑내기 한국 올림픽상비군을 인터뷰 때마다 꾸준히 거론하며 중국이
견제하면서도 배워야 하는 존재라고 인정하는 지도자이다.
이런 의미에서 당장 내년 안방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년에 열릴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에
참가해야 할 중국축구의 그야말로 소중한 ‘새싹’들인데 다름아닌 한국이라는 상대에 짓밟혔다. 문제는 그럴듯
한 프로리그도 아닌 아직까지도 실업팀 성격이 짙은 내셔널리그 선발팀에게 당했다는 점이다.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1차전 한국-홍콩전을 관전하며 분석했던 류춘밍 감독 이하 팀 관계자들이 “이번 한국팀은 강하지 않은
팀”이라며 안심했기에 그 충격은 두 배다. 중국측 기사들을 얼핏 보니 0-3이라는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경기
내용에서도 중국 올림픽상비군은 뭐 하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모양이다.
객관적인 실력은 서로 엇비슷하거나 중국이 조금은 나은데 그 놈의 ‘공한증’ 때문에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
으로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서 참패했을까? 아니면 내셔널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그럴듯한 대표팀이 선
발돼 그것도 명실상부 각급 대한민국 대표팀이 실제 입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나간 대회였는지라 첫 경기에서 붕
~ 뜨는 바람에 홍콩에 일격을 당했을 뿐, 실제 내셔널리그 선발팀의 전력도 무시 못할 수준이었기에 아직은 20
세 이하라는 청소년 연령대에 불과한 중국 선수들이 넘보기엔 버거운 상대였기 때문일까?
이 모든 해답은 이번 대회 A조에 속한 일본 올림픽상비군이 쥐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대회 토너먼트에서 한·일전이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조별예선 1차전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 하는 일본 올림픽상비군
[사진 출처 - 일본축구협회]
우리 내셔널리그 대표팀을 구성하는 선수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1978년생(31세)부터 1985년생(24세)까지 골고
루 분포되어 있다. 1차전 홍콩전에 출전했던 주전들의 평균 연령이 29세였단다.반면 일본과 중국은 모두 U-20이
라는 엄격한 연령대에 걸쳐있는 선수들이다. 어느 한 팀의 경기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분명 경험적
인 측면에선 우리 선수들이 일본과 중국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우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올림픽상비군은 두 나라 축구의 엘리트들만 뽑아 놓은 집단이라는 것이다. 게
다가 이 두 팀의 선수들 모두 각국의 1부리그라는 J1과 슈퍼리그, 2부리그라는 J2와 갑급리그에서 주전 혹은 후
보로 뛰는 선수들로 어쨌든 K2 겪인 내셔널리그에서 현재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과 신분(?)에선 커다란 차이점
이 없다.
일단 이 대회에서 일본은 이변이 없는 한 A조 1위로 4강에 진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B조 2위가 되는 팀과 대회
결승진출을 놓고 4강전에서 맞붙는데 그 상대는 대한민국 내셔널리그 대표팀이 현재까지는 유력한 상황이다. 실
제 이 대결이 성사되면 경기 결과와 내용에 따라 우리 내셔널리그 대표팀의 대체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드
러날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도 확인할 길이 없는 중국 올림픽상비군과는 달리 일단 우리 대한민국의 축구팬들에게
현 일본 U-20 올림픽상비군은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동갑내기 한국팀과의 대결(일본의 0-3 패배)
과 올 해 수원컵에서의 대결(일본의 1-2 패배)을 통해 우리들은 현 일본 올대의 대한 대략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U-20 올림픽상비군과 비교해 조금 떨어지거나 높게 쳐줘야 대등한 전력이다.
더구나 일본 올림픽상비군은 이번 동아시아 경기대회가 끝나면 오는 19일로 예정된 우리 올림픽상비군과의 친선
경기를 위해 당장 다음 주 대한민국 창원을 찾는다. 아마 그 때엔 소속팀 세레소 오사카의 J1 승격을 위해 마지
막 라운드까지 리그 경기를 치르느라 이번 대회에 불참했던 ‘일본의 기성용’ 카가와 신지(20세)가 포함될 것
이 확실시 된다.
때문에 이번 동아시아 경기대회 축구 종목의 4강 혹은 결승전, 아니면 동메달 결정전에서라도 만나 승부를 가린
다면 중국과 일본 U-20 올림픽상비군의 실질적인 전력은 물론 우리 내셔널리그 대표팀의 전력도 대강 파악이 된
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 일본과 비교해 동갑내기 우리 올림픽상비군의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는 일
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물론 홍명보호의 수준은 몇 달 전 세계대회 8강의 전력임이 입증되
었기에 굳이 일본을 상대로 수준 가늠을 운운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요일 중국전 대승으로 앞으로의 상황이 너무 재미있게 되었다.
비록 K리그의 하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명실상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나
름 비중 있는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는 만큼 우리 내셔널리그 대표팀의 대회 메달(이왕이면 금메달) 획득을 간절
히 바란다. 그리고 기왕이면 그 메달을 향한 여정 중에 일본 올림픽상비군을 만났으면 좋겠다.
첫댓글 홍콩이이겼다고 설레발조낸쳤다가 발렸꾸나 ㅋㅋㅋㅋㅋ
경기 재밌으라고 그렇게 한것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