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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AM A MODEL 】
- 04 -
by . Lisabella
"......."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건 자유였다.
의외로 기다리고 있었는지, 문소리에 목만 돌려진 그 상태 그대로 자유는 왠지 아무말도 없이 굳어져있었다.
너무 늦어서 벤댕이 소갈딱지처럼 화난건가, 노엘은 작게 중얼거렸다.
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한발짝 다가가자 그제야 팟- 하고 정신이 돌아온 자유가 헛기침을 하며 노엘에게로 다가온다.
"느,늦었네."
"메이크업이랑 헤어스타일, 예쁘게 잘됬죠?"
"응......매우."
왠지 성자유씨가 전에비해 멍한거 같은데....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다 손목을 잡아 이끄는 자유를 따라 후보들로 보이는 세 사람 옆에 섰다. 자유는 노엘만 남겨놓고 저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스폰서들에게로 사라졌다.
주제에 대한 설명은 심사위원들도 모르고 있는다고 했다. 오디션을 보기 직전 진행위원이자 심사위원이 세계모델협회에서 보내진 주제에대한 상세설명이 적힌 종이를 받아, 심사위원을 포함한 모두에게 설명한다고 했다. 흠.......
노엘은, 아직 주제 발표 전 여러가지 준비중인 촬영장을 찬찬히 둘러봤다. 확실히 자유의 연습실보다는 좀 더 컸다.
그리고, 화려하기도 하고, 조명도 많고....카메라도 더 크고 좋은거다!
그러다, 문득 노엘의 시선이 후보들에게로 닿았다.
저사람은, 한석현씨다! 헤에- 잘생겼는데? 흠, 그리고 저사람이 강지혜씨? 그럼....저 여자분은 그 현민희씨려나........어?! 어라. 근데........뭔가 이상하다......
그 순간 촬영장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남녀 네명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그 중 한명은 혜영이고, 두명은 외국인이다.
"E조. 오디션 시작합니다."
한 스태프의 커다란 목소리가 촬영장을 울리며, 촬영장은 순식간에 조용- 해졌다.
분위기가 진정되자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의 금발 외국인이 툭 튀어 나오더니, 들고 있던 두루마기를 펼쳤다. 옆에 선 통역사가 긴장한다.
"E조. 주제 천사로 오디션 시작입니다. 설명이 끝나며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할것입니다."
"......"
"주제 천사, 는 전신 촬영입니다. 촬영은 1인 2역으로 이루어집니다."
순간 후보와 심사위원들 그리고 스태프들까지 술렁거렸다.
노엘도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일..일인 이역이라니?! 이게 무슨 마임이냐!? 아님 연극이야? 모델 사진 촬영인데 1인 2역이라니!
아무리 모델도 연기를 해야한다지만, 이건 아니다....
노엘은 첫판부터 깨지겠구만....이미 탈락을 맞본듯 눈을 질끈감았다.
"새하얀 맑은 영혼을 가진 천사, 신 만을 경외하는 하얀 날개에 천사. 그리고 세상을 알게되어 욕심과 욕망을 알게된 천사, 검게 물들어 버린 날개를 가진 타락천사.
이 두 천사를 천사는 하얀 포토존에서 타락천사는 검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각각 찍어 합성을 하게 될것입니다. 두 천사를 자신만의 느낌으료 분명히 표현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일단 제비뽑기부터 시작할까요? 앞에 놓인 통에 꽂힌 막대를 한사람씩 나와 뽑아주세요."
영어보다 한 템포 느리게 통역이 끝났고, 후보들은 설명이 끝나고 나오라는 말에 주춤주춤 거렸다. 먼저 나갈까 말까. 고민하던 노엘은 에라이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튀어나가 막대 하나를 냉큼 집었다. 막대 끝엔 둥그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3'.........좋은건지 나쁜건지.
이건 뭐 알수가 없었다. 이런걸 해봤어야지.
그러나, 아까 자유가 처음만 아니라면 다행이라는 소리가 문득 떠올라, 노엘은 멋대로 안심하며 막대를 진행위원에게 제출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노엘에 자극을 받은건지 후보들은 노엘이 자리로 들어오자마자 마치 짠 듯 앞다투어 나가 막대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후보 21번 한석현, 첫번째. 후보 25번 현민희 두번째. 후보 24번 이노엘 세번째. 후보 23번 강지혜 네번째. 후보 22번 하루다 오디션 미 참가로 자동 패"
"엑?!"
이제야, 아까부터 뭔가 걸리적 거렸던 안개가 머릿속에서 걷히는 느낌이다.
노엘은 진짜?! 하며 후보들을 훑었다. 역시 그 귀여운 페이스의 남자가 없다. 가끔 티비에서 봤던 그 얼굴이.....무슨 일일까.
모델이라면, 이 오디션에 드는것이 꿈이라고 했는데...오디션을 보고 탈락하는 것도 아니고....오디션 미참가로 라니.
노엘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아- 하며 나직히 소리를 내질렀다.
그래, 어쩌면 이 오디션 보다 더 좋은걸 찾았는지도 몰라. 괜히 부럽네.
노엘은 멋대로 결론을 지으며 울상을 지었다.
"백천사촬영 후엔 약 30분간의 휴식이 주어지고 타락 천사 촬영이 이어집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밝은 목소리로 촬영을 알리는 혜영언니의 목소리를 선두로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다. 조명이 환하게 켜지며 꽤나 덥수룩 하게 생긴 외국인이 카메라 앞으로 다가간다. 이에 굉장히 키크고 매력적이게 생긴 역시나 모두같은 이미지로 메이크업한 한석현이라는 사람이 하얀 포토존에 선다.
대여섯개 정도의 낮은 계단이 있는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포토존은 꽤나 신기했다.
노엘은 촬영을 준비하는 석현의 모습을 바라보다 자유의 조언을 떠올리며 딱히 딴데로 빠지지 않고 구석에 안치된 의자에 몸을 앉혔다.
그리고 그때였다.
"이노엘씨라구 했죠? 전 현민희라고 해요. 반가워요."
분명 자유가 말해준 그 이안인가 뭔가 하는 모델이 분명할 남자와 열심히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한석현씨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노엘의 팔을 누군가가 툭툭 건들며 말을 걸었다.
덕분에 노엘의 인상을 있는 힘껏 구겨졌다. 그러나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반응없이 계속 촬영장만 주시하는 노엘의 팔을 계속 쿡쿡 찔러대는 그 여자.
눈썹이 꿈틀꿈틀, 거리다가, 결국 참다 못해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마주했다.
"아-네. 안녕하세요 그거 참 반갑네요. 자- 그럼 이제 아닥 하자구요."
자기 말만 끝낸 노엘은 서둘러 다시 촬영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다시 쿡쿡- 찔러오는 손길.
악! 이 여자가 말귀를 그렇게도 못알아듣나!
노엘은 눈을 치켜뜨며 여자를 노려봤다. 근데 생글생글 웃기만 할뿐- 어째,
"원래 그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노엘의 속만 득득 긁는다.
노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제가 원래 싸가지가 없기로 유명하답니다. 모르셨나봐요? 그러는 그 쪽은 사람 귀찮게 하는게 취미신가보죠?"
"네. 꽤나 재밌는 취미죠?"
"하- 꽤나."
노엘은 황당해서 기가 탁 풀려버렸다. 이 여자 쫌 대단한 인간인듯. 노엘은 혀를 내 둘렀다.
그러곤 결국 무시하자. 라는 결론을 내려버리곤 고개를 돌려 어느세 시작한 촬영장에 집중했다......가 아니고 집중하려고 했다.
"싸가지 만빵 없으신 이노엘씨. 당신이 성자유 사진작가가 내기를 위해 내세운 모델 맞죠?"
노엘은 흠칫- 하고 놀라서 빠르게 그 여자, 민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민희는 아까완 다르게 촬영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민희는 시선은 그대로 계속 말을 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요? 새삼. 기초 2차 오디션때도 성자유씨랑 같이 오고, 쉬는시간에도 같이 계속 붙어있었잖아요. 사람들 다 알고 있을껄요. 노엘씨가 성자유씨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거."
"....아...아니...그게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 내기에....대해서?"
민희는 여전히 시선은 고정된 채 가볍게 피식하고 웃는다.
"글쎄요. 내가 어떻게 알고있을까~나?"
"이봐요!"
"쉬- 이노엘씨. 지금 촬영중이잖아요."
그제야 시선을 노엘에게로 맞추며 찡긋-하며 귀엽게 웃는 민희를 어이없게 바라보다, 노엘은 한숨을 쉬곤 촬영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촬영장은 한참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석현은 굉장히 아름다운 몸짓과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헤어스타일은 가볍게 베이비펌. 메이크업은 역시나 부드럽고 환한 이미지로 했다. 영문 프린트 네이비 티셔츠 위에 롱 화이트 브이넥 가디건을 매치시키고, 바지는 가볍게 구제청바지.
음...그냥 그런 코디이지만, 굉장히 멋지게 느껴졌다. 헤어와 메이크업과도 매치가 잘되고.......평범함이라는게, 강점이라는건가.
노엘은, 카리스마있는 그의 촬영에 오- 하며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때그때 셔터소리에 맞춰 작게 또는 크게 변하는 표정과 포즈. 석현은 계단이라는 소품도 아주 적절히 이용하고 있었다.
노엘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열심히 관찰을 하다가 갑자기 한숨을 포옥- 하고 내쉬었다.
도저히, 아까전 민희 말이 신경쓰여서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여자의 정체는 뭐길래........스폰서들의 내기를 알고 있는 것일까.
노엘의 심장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쿵덕쿵덕 방아를 찧었다.
"You did really great, Mr.Han. (아주 잘했어요 석현씨.)"
"Um, is that it, sir? (어....끝인가요 선생님?)"
"Yes, Great job! (네, 잘해주셨어요!)"
아....잠시 딴생각을 하는 중에 어느새 촬영이 끝났는지 포토그래퍼와 석현의 영어대화가 몇번 오가더니 짝짝짝- 하는 박수가 커다랗게 촬영장을 울렸다.
덕분에 생각에 푹 잠겨있던 노엘이 화들짝 놀라버리고 말았지만....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Thank you very much, AMU."
석현은 포토존에서 나오며 계속 꾸벅거리며 크게 감사를 올렸다. 아, 저렇게 하는 게 예의구나. 노엘은 고개를 끄떡이며 꼼꼼히 맘속으로 체크를 해두었다.
아싸 좋은거 건졌다, 몰래 좋아하는데.
그러다 대기실로 들어가려던 석현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엥? 순간 멈칫하는 노엘을 향해 석현은 씨익- 멋진 눈웃음을 지어보이곤 쏙 들어가버린다.
뭐야 쟨..........
괜히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노엘이었다.
*
*
*
"Next, No.24 Noel Lee?"
"Yes! I'm comming!"
노엘과 같이 경력이 비어있던 민희는 생각보다......굉장히 잘 했다.
노엘마저 분위기에 빠뜨려버릴정도로 그녀는 멋진 카리스마가 있었다.
노엘은 속으로 올- 꽤 하는데? 하며 남몰래 놀라고 있는데 끝나자마자 이 여자....달려오더니 사람속을 득득 긁는다.
어때요? 아까보니까 입을 헤- 하고 벌려서 보고있던데. 당신보다 잘하는거 같지 않아요? 싸가지 이노엘씨.
헐...난 니보다 훨씬 멋지게 할거거든!
그런 민희에게 속으로 뻐큐를 백만번 날려주며 노엘은 서둘러 포토존으로 달려갔다.
시간을 지체해서 늦으면 심사위원들에게 미움받을 뿐이겠지.
포토존에 서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노엘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다......노엘은 차분하게 심호흡을 했다.
"후보 24번, 이노엘씨."
"네! 이노엘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노엘은 힘차게 대답하며 밝게 미소지었다.
심사위원들은 각자 하나씩 파일철을 들고 카메라 옆에 모여있었다.
"노엘씨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독특하게 해달라고 했다던데....이유가 뭔가요?"
"무조건 천사라고 하얗고 부드럽고 신성한 그런 다들 생각하는 이미지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뭔가 다른걸 해보고싶었어요."
"그러나, 잘 못하면 오디션을 망치게 될텐데요?"
"저는, 제 자신을 믿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도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자. 외국인 둘을 제외하고 한 명은 혜영언니니까, 저 여자는 분명 이연성이라는 사람일테다. 노엘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그녀의 질문에 당당하게 답했다.
그러자, 심사위원들이 술렁술렁한다.
아, 혜영은 제외하고. 잠시 혜영과 눈이 마주쳤는데, 찡긋-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노엘은 그 모습에 긴장을 풀며 가볍게 웃어버렸다.
"좋습니다. 그럼 촬영을 시작하도록 할께요."
연성의 말과 동시에 이안이라는 모델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고는 무릎을 굽혀 노엘과 눈높이를 맞춘다.
싱긋- 웃는 모습이 자유 뺨치게 이쁜 남자였다.
"물론 알겠지만, 천사라고 무조건 이뻐야 되고 그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전 노엘씨의 첫 결정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자 한번 표현해 보세요. 가볍게 일상처럼. 노엘씨는 지금 천사인거예요. 알았죠?"
"I understand, sir."
"일단 아무런 조언없이 노엘씨의 느낌대로 가보자시네요. 이안씨가."
"아, 감사해요."
"제 할일인데요 뭐, 그럼 화이팅이예요!"
주먹을 불끈쥐어주고 이안과 함께 돌아가는 통역사에게 활짝 웃어보이고는 노엘은 편안히 서서 카메라를 응시했다.
아무는 그런 노엘의 모습에 싱긋 웃으며 카메라를 든다.
노엘은 잠시 아무런 움직임없이 가만히 카메라만 응시했다. 그리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천사.......천사란 어떤것일까.
노엘은 곰곰히 생각했다. 평소에 싸가지없이만 행동하고, 착한일이라곤 눈꼽만큼도 안하던 천사와는 백만광년이나 떨어진 노엘에겐 너무도 어려운 과제였다.
어제부터 밤새 생각해도, 오늘 계속 생각해도,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내가 연습하자고 했는데, 성자유 그 새끼는!!!
노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까아까 전부터 보이지 않는 자유를 씹으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노엘은 난감함에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주변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노엘의 모습에 의아해 모두들 아무소리없이 노엘만 응시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뭔가 알수없는 표정으로 표정이 좋지 않은 노엘을 응시했고,
민희는 오만한 표정으로, 석현은 난감한 표정으로, 지혜는 무표정으로 그렇게 노엘만을 주시중이었다.
"노엘씨?"
"아,네."
"시작 안하실껀가요?"
"아뇨! 시작......하겠습니다!"
재촉하는 연성의 부름에 노엘은 힘없이 한숨을 쉬다가 다시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천사....천사.......난 천사야....하지만, 천사란 어떤 존잰데?
막상 노엘은 앞이 캄캄해서 도저히 어떤것도 할수가 없었다.
앞에 후보들의 촬영현장만 눈앞을 스쳐지나가고, 그들과 차별화되고 싶은 노엘의 맘은 급하기만 할뿐이었다.
분명 아까전만 해도 카메라 앞에 서면 뭐든 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노엘은 결국 쭈구려 주저 앉고 말았다.
젠장.
"The Angel is not just pretty, beautiful, and holy. Do! remember your confidence. (천사는 무조건 이쁘지만은, 아름답지만은, 신성하지만은 않아. 어서! 너의 자신감을 기억해봐.)"
그때 심사위원들쪽에서 큰 외침이 들려왔다. 이안이었다.
노엘은 그 말에 순간 움찔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래.......내 자신감. 그리고 나만의 천사.
"뽜...뽜이링!!!"
노엘은 어설픈 이안의 한국말 응원에 푸훗- 하고 웃어버렸다. 그 덕분에 노엘의 답답한 가슴은 뻥 뚫린 듯 시원해졌다.
몸을 가볍게 일으키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노엘은 모두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제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노엘은 들려오는 박수소리를 배경삼아 다시 눈을 감았다.
나만의 천사........
"어........."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엉뚱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노엘은 굉장히 신이나고 밝은 표정으로 계단을 통통통 튀어올라가더니,
맨 위에 계단 끝에 아슬아슬 한발로 서서 한발은 말괄량이처럼 삐쭉 뒤로 들고, 손은 마치 하늘은 나는 마냥 쫘악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밑으로 기울이며 기울땅기울땅 중심을 잡으며 꺄르르르- 너무도 순수하게 웃고있었다.
"wonderful...."
AMU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셔터소리가 촬영장을 가득 메웠다.
노엘의 천사는........천사지만 천사가 아니였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보통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그런 천사가 아니었다. 조용하고, 거룩한 느낌이 들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천사가 아니었다.
천사라는 이미지를 살짝 틀어버린 정말 기발한 노엘의 천사다.
"순수한 천사라.....거 참 모델을 타고나긴 했군."
어느세 촬영장에 들어와 구석에서 조용히 노엘의 촬영을 지켜보던 자유는 피식-하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꺄르르르- 기분좋아지게 만드는 웃음소리가 촬영장을 울린다.
"more, more! (좀 더, 좀 더!) "
아무의 소리를 따라 노엘은 깡총깡총 천천히 계단을 뛰어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개의 계단을 남겨두고 있는 힘껏 높이 뛰어오르며 팔을 쭉 펼쳤다. 너무도 행복한 표정...
하늘하늘한 하얀색 원피스가 바람결의 흩날리며 펼쳐져 마치 그림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찰나지만 모두의 눈에 들어온 노엘은 하늘을 나는 장난꾸러기 천사같았다.
"이번엔, 가만히 서서 포즈를 취해보시겠어요?"
연성의 요구에 노엘은 작게 끄덕이며 다리를 엑스자로 서선 살짝 구부리고 한손으로 치마끝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치마를 든 반대쪽으로 살짝 상체와 얼굴을 틀고 남은 한손으론 마치 턱을 괴는듯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무언가 굉장히 아이같지만 범접할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표정을 짓는다.
왜지, 그저 장난을 쳐놓고 모른척하는 아이처럼 웃고 있는 모습인데, 그 분위기는 굉장히 힘이 있었다.
카메라 셔터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셔터소리를 따라 노엘의 포즈는 쉴새없이 바뀌어갔다.
대체 이 사람은 뭘까......
모두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Done......"
헉헉, 촬영에서 빠져나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AMU의 촬영을 끝내는 말이 드디어 터져나왔다.
그러나 촬영장은 아무 말도 없었다.
노엘은 그저 해냈다! 라는 생각에 기뻐 싱글싱글 웃으며 땀을 훔칠 뿐이었다. 그리곤 그 벅찬 마음을 숨길 길이 없이 숨을 한번 크게 들어마쉬더니 이내 그 만큼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감사합니다!!!!!!!!!!!!!!!!"
촬영장이 터져나가라 커다란 목소리. 그리고 그제야 그 목소리덕에 촬영장의 분위기는 깨졌다.
한명으로 부터 시작된 박수소리, 그리고 그 박수소리는 점차 커져나가 우뢰와 같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우와아아!!"
"대박이었어요 노엘씨!!!!"
"완전 어떻게 그런 천사를 만들 생각을 했어요?!"
"세명이나 연속으로 똑같은 천사만 보다가 색다른 천사보니까 진짜 재밌었어요!!"
"멋졌어, 노엘씨!!!"
여기저기서 칭찬들이 들려왔다. 노엘은 그 소리들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그저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우와- 칭찬을 들으니까 가슴이 좀 벅차왔다.
입이 귀까지 찢어질듯이 신나서 웃고있는데, 저-기서 혜영이 다가온다.
"요! 노엘~"
"어! 네 언니!"
"최고였어. 베스트 오브 베스트!"
엄지를 치켜 올리며 찡긋- 웃는 혜영을 보며 노엘도 다시금 환하게 웃었다.
노엘은, 어느정도 달아오른 분위기가 식자, 스태프가 전해주는 수건을 받아들고, 땀을 닦으며 드디어 대망의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촬영장을 나섰다.
*
*
*
"노엘씨, 화장 다 지웠으니, 이제 폼클렌징으로만 지우시고 오면 되요."
심장이 기분좋게 뛴다.
이 기분을 어떻게 다 표현할수 있을까.....
노엘은 가만히 심장에 손을 올려놓고 그 기분을 맘껏 즐기다가, 심사위원으로 나가있는 혜영대신 폼클렌징을 쥐어주며 웃는 보조를 발견했다.
아! 그제야 지워진 얼굴을 확인하고 마주 웃어보이며 손을 내리고 천천히 일어나 대기실을 나왔다.
다행이도 화장실은 대기실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솨아아아-'
수도꼭지를 틀자 시원한 소리를 내며 물이 뿜어나온다.
차가운 물이 닿는 느낌은 꽤나 소름 끼치도록 좋았다.
노엘은 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문제는....타락천사인가?
이 코디로 타락천사를 어떻게 표현할까.......
어떤 메이크업과 어떤 헤어를 해야할까.......
.......아아악!!!모르겠다.....머리만 아파와......
하아- 한숨을 한번 내쉰 노엘은 폼클렌징을 손바닥에 주욱 짜서 거품이 나도록 비비고는 얼굴에 문댔다. 깨끗이! 꼼꼼이! 이쁘게이쁘게~♪ 흥얼흥얼 알수없는 음을 붙여 노래를 부르던 노엘은 대충 됐다 싶어, 다시 물을 틀고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역시, 성자유씨가 고른 모델이라 이건가?"
세안을 다 끝내고 수건으로 꼼꼼히 물기를 닦고 있다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노엘은 기겁을 하며 놀랐다. 뒤돌아보자, 삐딱한 표정으로 노엘을 바라보는 민희가 서있었다.
전과는 다른 굉장히 표독스러운 표정이다.
노엘은 얼떨결에 같이 표정을 굳혔다.
"촬영 멋지게 끝냈다면서요? 그것도 천재적인 실력으로. 좋겠어~ 뒤에선 사진작가 성자유가 받쳐줘, 모델끼는 타고났고. 좀 불공평 하다. 안그래요?"
저...말투. 확실하게 비꼬는 말투다. 듣기싫어.
노엘은 눈을 찌푸리며 모르는척 다시 돌아서서 물기를 닦아냈다. 머리까지 물에 젖어 머리모양이 흐트러져버렸다. 노엘은 머리를 툭툭 털며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메이크업, 다 끝났나보죠?"
"아뇨, 잠깐 손 씻으러 들어왔어요."
"아, 그럼 얼른 씻고 나가세요."
노엘은 당장 꺼져라는 눈빛으로 거울에 비친 민희를 노려봤다.
그러나, 민희는 그런 노엘의 말에도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만 띄우며 움직이질 않는다.
노엘은 결국 모르는 척 무시하곤 물기를 털어내다, 한숨을 내쉬곤 민희를 향해 돌아섰다.
"안씻어요? 그럼 씻지마요. 난 나갈테니까."
노엘은 폼클렌징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서둘러 가도, 메이크업할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노엘은 혜영이 이제쯤 돌아왔을까....고민을 하며 막 민희를 지나치려는데,
탁-
민희의 손이 뻗어나와 노엘의 팔을 잡아챈다.
뭐야 안놔? 하는 눈빛으로 민희를 보니 피식- 하고 웃으며 복도끝쪽을 가르키는 민희.
"말로 해요. 몸으로 하지 말고."
"지혜씨 촬영 끝나면 한 이삼십분가량 휴식시간이 주어질테니, 좀 쉬엄쉬엄 해요. 이리 급할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커피나 한잔하며 얘기나 하자고."
"싫어요."
장난하나. 내가 지금 너랑 커피나 느긋하게 먹으며 노닥거리고 있게 생겼냐?
안그래도 머리아파 죽겠는데.
노엘은 황당한 표정으로 민희를 보다가 민희의 손을 매섭게 쳐냈다. 그리곤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작게 웃음기 어린 민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어떻게 그 내기에 대해서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지금 나 갖고 노는거죠?"
"진짜 궁금하지 않아요? 패션계 거물들만의 비밀스런 내기를 이 별볼일 없는 모델이 어찌 알고 있는지."
".......좋아요. 대신 딱 5분만 당신이랑 얘기할거야. 그니까 빨리 용건만 말해. 알았어?"
"이제 막 반말깐다는거야?"
"존댓말도 그런만할 인물한테 하는거지."
"나참, 진짜 싸가지없어, 너. 알지?"
"알고 있거든? 당신도 마찬가지야."
"빨리 오기나해. "
노엘은 싸가지없게 훽 돌아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민희의 뒷모습을 있는 힘껏 노려보다가, 결국 어쩔수없이 따라나섰다.
민희의 걸음이 닿은 곳은 휴게실 맨 끝에 위치한 통유리로 된 휴게실.
자연스럽게 들어가자마자 자판기에 주머니에 있던 동전 몇개를 주입하곤, 밀크 커피를 한번 꾹 누른다. 그리고 뽑아 왠일인지 노엘에게 건네는 민희.
노엘은 의아한 눈빛으로 민희를 바라보다가 고맙다는 인사없이 받아들었다. 창틀에 기대 서서 커피잔을 두손으로 들고 호호- 불며 식히다가 한모금 입에 무니..씁쓸한 커피에 맛이 느껴진다.
민희는 동전을 몇개 더 꺼내 천천히 자판기에 주입하고 있었다. 노엘은 커피의 맛을 가만히 음미하며 그런 민희의 모습을 유심히 주시했다.
어느세 두개의 동전이 또르르 소리를 내며 자판기로 빨려 들어갔을까, 민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도 홈페이지에 봤겠지?"
"뭘."
"내 경력."
".........아."
노엘은 가만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 텅텅 빈 경력? 나와 똑같은..........똑같........어. 설마?
"왜 내 경력이 텅텅 비어있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오디션은 왠만한 날고기고하는 모델들도 본선에 들어오기가 힘들다는데, 어떻게 경력하나 없는 내가 본선에 오를수 있었을까?"
똑같은 밀크커피를 꾹누르고 뽑아지는 커피를 쭈그리고 앉아 유심히 바라보던 민희가 슬쩍 고개를 돌려 노엘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피식- 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순간 노엘은 흠칫-하고 말았다. 아무이유없이....
"내가 어떻게 패션계 사람들도 잘 모르는 그 내기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당신! 5분 다되가고 있어!"
노엘은 뭔가 굉장히 불안한 마음에 어느세 바닥을 드러나는 종이컵을 확인하곤 어서 이 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민희는 일어나서서 손에 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밀크커피를 가만히 응시하고만 있었다.
노엘은 종이컵을 와그작- 소리나게 구기곤 창틀에서 몸을 떼어냈다. 그러자, 민희가 노엘을 바라바본다.
"가게?"
"그냥 안들을래. 필요없어. 니가 내기에 대해서 알든 알지 않든, 어쨌던간 내가 이 오디션을 보고있는건 변치 않으니까."
"그래?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어. 그니까 더이상 나 붙잡지마 알았어?"
".......알았다. 그럼 이만 나도 가야겠다. 메이크업도 마저해야하고~ 더이상 여기 있을이유도 없어졌으니..."
"오든지 말든지."
"하여튼간 저 싸가...........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난스럽게 뻗은 민희의 팔과, 서둘러 나가려고, 몸을 움직이던 노엘의 몸이 부딪혀, 민희의 손에 들렸던 뜨거운 커피가 그대로 노엘의 얼굴로 엎어져버린것이.
정말 순식간이었다.
"으아악!!!"
".....어,어떻게....야....괜찮아? 이노엘 괜찮아?!"
"너.....진짜!!!"
"나도 놀랐거든! 괜찮아?! 어?"
노엘은 민희를 노려보다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민희의 모습을 보곤 한숨을 쉬어버렸다.
일부러 그랬을리가 없지, 설마. 아무리 싸가지가 없어도.
노엘은 쓰라려오는 얼굴에 인상을 찌푸렸다. 왼쪽볼과 왼쪽 목이 뜨거움에 화상을 살짝 입었는지 발갛게 올라왔다. 게다가 얼굴에 튄것뿐이 아니라 하얀 원피스도 갈색 물이 온통들어버려서......이거 어떡하냐....노엘은 어지러운 머리를 짚었다.
민희를 힐끔 바라보니 다행인지 뭔지, 손을 뻗은 방향덕분에 민희는 팔부분에만 살짝 커피가 튀었을뿐, 전혀 문제가 없어보였다. 아 젠장!!!
노엘은 당황해서 소매로 닦아주려는 민희의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하며 일단 화끈거리는 볼을 식히기 위해 휴게실을 나와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지혜의 촬영이 끝났는지 복도에는 스태프들이 꽤 돌아다니고 있었다. 젠장, 소문나게 생겼네....노엘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놀라서 물어오는 스태프들에게 그저 고개만 숙이고 뛰었다.
'솨아아아-'
대-박.
볼이 상처 입은 것 처럼 빨갛게 부었다. 메이크업을 할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 아니지, 노엘이 아픔을 꾹꾹 참고 메이크업을 한다해도 이 부어오른것이 가려질 수 있는것이냐는 것이다.
노엘은 볼을 만지작 거리다가 번져오는 쓰라림에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도 얼굴이고, 이 거지꼴이 되버린 원피스도 문제고....노엘은 이번엔 원피스를 잡아 끌어당겨 물에대고 쓱쓱 문대보았다.
그러나, 물이 빠질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 진짜, 대박 미치겠네. 이거 어떡하냐고!!!!!! 노엘은 성질을 참지 못하고 원피스를 있는힘껏 팍 놓아버리고는 거울에 이마를 쿵쿵 찧었다.
아직 촬영이 하나 더 남았는데....이걸 어쩌냐. 노엘은 자유를 떠올리며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다.
이겨야 돼는데.......우승해야하는데......성자유씨 나때문에 지면 안돼는데...이상태로 어떻게 오디션을 봐....
노엘은 거울에 비친 처참한 자신의 몰골을 좌절한 표정으로 보다가 결국 어찌할바없이 터덜터덜 화장실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런 노엘의 눈 앞에 보인건은 노엘의 대기실 문에 팔짱을 낀채 기대 서있는 자유였다.
심각한 표정이.....아무래도 들었나보다.
"이노엘씨."
목소리가 쫙 깔린게....노엘은 몰려오는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죄졌어? 고개 들어봐."
"......싫어요."
"싫어-? 지금 니가 떼쓰고 있을때야?"
"그럼 지금이 무슨 때인데요..."
"이노엘!! 분위기 파악하고 떠들어."
자존심때문에 맘에도 없는 소리만 하던 노엘은 자유의 화난 목소리에 압도당해 결국 입을 꾹 닫아버렸다. 머리위로 자유의 한숨이 느껴진다. 노엘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그 순간 차가운 손가락이 노엘의 턱 밑으로 쑥 들어와 노엘의 얼굴을 부드럽게 들어올렸다. 자유였다.
"그러게, 들라할때 들지. 왜, 버텨 버티긴. 괜히 분위기만 험악해졌잖아."
".......이거 놔요."
"움직이지마. 그러다 상처 건드리면 덧나."
".........하나도 안아파요."
"안아프긴. 이게 안아픈 꼴이냐? 볼봐라. 딱봐도 엄청 아프게 생겼구만."
".......어떻게 알았어요?"
"잘도 묻는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 너 알아?"
역시 소문났네.
노엘은 젠장, 낮게 읊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턱을 잡고 있는 손이 아닌 남은 손을 들어 미간을 검지로 살살 편다.
"모델이 그렇게 맨날 인상써서 어쩔려고. 그러다가 여기에 십일자 주름생긴다?"
".....사,상관마요!!"
"어? 이노엘!"
갑작스런 손길에 화들짝 놀란 노엘은 소리를 빽지르며 손을내치곤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자유의 긴 손가락이 노엘의 왼쪽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야야...."
"것봐. 그렇게 난리치니까, 이렇게 되버리지! 하여간 여자애가 조심성도 없이."
"그 말 뭐예요. 기분나쁘게."
"맞잖아. 조심성없이 행동하고 다니니까, 오디션 앞둔애가 커피를 엎지르고 그러지."
"........지금 말 다했어요? 커피 쏟은게 내 잘못이야?!"
"그럼 누구 잘못인데? 니가 좀 만 주의하며 움직였어도, 민희씨가 커피는 쏟지 않았을거라더라."
"헐....대박.......그 여자가 그래요?! 참나, 내가 조심했어도 이꼴 안됬을꺼라고, 그 싸가지가 그래요?!"
"이노엘! 아무리 니가 예의가 없는 애라고 해도, 민희씨는 너보다 한참 언니야. 싸가지라니!"
"성자유씨.....다시 말해봐요."
"이노엘, 니가 나한테 반말하고. 니 멋대로 하는건 상관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까지 와서 그렇게 너 싸가지 없는거 티내야겠어?"
지금 이 인간.........내 앞에서 그 여자 편들고...... 지금 나 뭐라하는거 맞지?
고개를 숙인 노엘은......손톱이 손바닥안을 파고들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꽉 쥐다 못해 부들부들 떨렸다.
뭔가 울컥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노엘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눈동자는 분노로 가득차있었다.
".........그래. 나 싸가지없다. 싸가지없어서, 너한테 계속 그렇게 싸가지없게 말까고, 화내고, 말대꾸 꼬박꼬박한다. 그래서....그래서 내가 이러는데 니가 뭐 보태준거라도 있냐?! 어?!!!!!"
"이 노엘........"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냐?!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내 잘못이라고? 하, 그래. 내가 조심성없어서 이딴꼴 났다고........그래, 잘나신 현민희 그 여자만 괜히 나때문에 피해본거네. 안그래?!!!"
"진짜 너...."
"진짜 싫어......진짜 싫어 너!!!!!!!제일 힘든건 난데!!!!!! 왜 내가...!!! 왜 내가!!!!!"
이번엔 너무하다 싶어, 대꾸를 하려던 자유는 순간, 노엘의 눈에 차있는 눈물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노엘이, 그 노엘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 여자 말만 듣고!! 어떻게 니가 그럴수가 있어! 어떻게!!!"
"노엘아..."
"그래! 이렇게 되버린거,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커피 내 얼굴에 들이붓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다!! 됐어?!"
노엘은 주먹으로 거칠게 눈을 비벼 흐릿한 눈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자유를 밀어내며 대기실 문고리를 잡았다. 자유가 손목을 잡았지만, 매몰차게 내치곤 망설임없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문을 닫았다.
쾅-
노엘은 다시 잡으려던 자유는 코앞에서 닫혀버린 문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안다. 이번엔 자신이 말이 심했다는것을.....그래서 더욱 허망했다.
잡았어야 했는데......노엘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 눈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자유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폰서가 대기실을 들어갈수 없는 규칙이 이렇게 원망스러워지는건 처음이다. 자유는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다시 한숨을 쉬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옮겼다.
그렇게 천천히 자유는 노엘의 대기실로 부터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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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들이...ㅡㅡ 내가 니놈들 사랑싸움하라고 한적 없건만ㅡ3ㅡ 어째서 사랑싸움 분위기를 풍풍 풀기는것이야!!!!!!!
그나저나 내가 써도 민희 그놈 참 밉고, 노엘이 자식 그거 하나 싸가지 대빵없구만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 민희도, 노엘이도, 자유도~~~모두 이뻐해주세용!
민희도 알고보면...참....크흑..ㅠㅠ
그나저나, 추석이 다가옵니당.....
그와 동시에 시험기간도 다가오네요.....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노엘이는 언제 완벽한 모델이될까요....ㅋㅋㅋㅋㅋㅋ
연재 시작한지 몇달이 흘렀건만 아직 첫번째 오디션을 끝내지도 못했네요ㅋㅋㅋㅋㅋ
하아...
이거 보시고......댓글 안달고 그냥 가시면!!!!!!!!!
시험망치실것임!!!!!!!!!!!!!!!ㅡ3ㅡ뿌뿌
첫댓글 뒤늦게 발견해서 정주행했어요~~ ㅎㅎ
화상.... 아프겠다 ㅠㅠ
그렇죠?!제가 써놓고도 제가 안쓰러운ㅋㅋㅋㅋ감사합니다! 앞으로 건필! 하게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