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5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22-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22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23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24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
나는 변덕이 아주 심한 사람입니다. 변덕도 하나의 덕이라면 열심히 수련해서 그 변덕을 없앨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수덕(修德)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조변석개’(朝變夕改)로 변덕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비교적 손재주가 좋아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를 잘하는 편인데 그 방면으로 계속해서 수련하고 정진했으면 지금쯤 유명한 서예가나 화가가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또한 변덕을 부리지 않고 한 직장에서 한 우물을 팠다면 지금쯤 마음 편하게 있었을 텐데도 변덕을 부려 모두를 망치기도 했습니다.
공부하거나 재능을 연마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인내가 필요하고, 자신을 이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도 별로 없이 변덕을 부리기 때문에 수련해도 소용이 없는 삶이 되었습니다. 나는 다시 결심합니다. 이 요변덕(妖變德)에서 벗어나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변덕’(變德)은 <이랬다저랬다 잘 변하는 태도나 성질>을 말하고 있습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에서처럼 샘솟는 욕심 때문에 많은 일을 저지르고 그 뒷감당을 하지 못해서 가족들이 많은 고생을 했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많은 고생을 하였습니다. 나는 개구리가 튀듯, 죽이 끓듯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와 방울을 만들었다가 금방 꺼져버리고 다시 방울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아침에 잠깐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서 오늘은 이런 일을 이렇게 하겠다고 결심하고는 저녁이 되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잘 하기도 하고, 피정이나 연수회에 가서는 열심히 나의 십자가를 잘 지고 가겠다고 다짐을 하고는 하루가 다 되지 않아서 그 결심이 유야무야 되어 버리고 맙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작심 세 시간도 되지 못하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묵상을 할 때에도 진득하게 어떤 주제를 가지고 묵상하다가도 금방 다른 생각에 빠져 버리고, 공부도 하기 싫어서 진득하게 붙어 앉아 있지를 못합니다. 나는 그렇게 변덕을 부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신종여시 즉무패사’(愼終如始 則無敗事)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종말에 가서 조심하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같이 한다면 실패하는 일은 없다.>라는 뜻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거나 행동하면서 마무리를 지을 때 ‘그 일을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이 조심성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실패하는 일이 없다.’라는 말입니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이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어서 쉽게 그 뜻을 새길 수 있습니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은 <처음 정한 뜻을 굴피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을 말하고 있으니 결국 변덕스러운 나에게는 큰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리스천으로 살고자 하면서 매일 새롭게 결심하는 것은 ‘내 자신을 버리고 내 십자가를 지고, 죄를 짓지 말고, 사랑하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잘 지키지 못하고 매일 거스르며 살고 있으니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수님과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절개 없고, 죄 많은’ 세대라고 당시의 상황을 말씀하십니다. 지금도 그와 같은 세대입니다. 지금은 예수님의 세대보다 더 절개 없고, 죄 많은 사회일 것입니다.
사람이 어떤 신념이나 신의를 굽히지 않고 굳게 지키는 꿋꿋한 태도나 지조와 정조를 깨끗하게 지키는 품성을 절개(節槪/節介)라고 말합니다. 변덕을 부리지 않고 항상 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또한 말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서는 신종여시(愼終如始)하고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자세로 절개를 지키고, 죄 짓지 않는 생활을 해야 하겠습니다. 나처럼 변덕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기를 결심하였다면 저녁에 후회 없는 보람을 갖도록 주님께서 은총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신명 11,26)>
▥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30,15-20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15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16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또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차지하러 들어가는 땅에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
17 그러나 너희의 마음이 돌아서서 말을 듣지 않고, 유혹에 끌려 다른 신들에게 경배하고 그들을 섬기면,
18 내가 오늘 너희에게 분명히 일러두는데, 너희는 반드시 멸망하고,
요르단을 건너 차지하러 들어가는 땅에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19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20 또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 그리고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시겠다고 맹세하신 땅에서
너희가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해 주실 분이시다.”
축일2월 15일 성 파우스티노 (Faustinus)
신분 : 순교자, 신부
활동 지역 : 브레시아(Brescia)
활동 연도 : +120년
같은 이름 : 파우스띠노, 파우스띠누스, 파우스티누스
성 파우스티누스(또는 파우스티노)와 성 요비타(Jovita)는 형제 사이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Lombardia) 지방 브레시아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트라야누스 황제의 혹독한 박해가 시작되었을 때 이들 형제는 용감하게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가르치고 설교하였다. 박해를 피해 은신 중이었던 브레시아의 성 아폴로니우스(Apollonius, 7월 7일) 주교는 그들의 열심함을 알고 형인 성 파우스티누스를 사제로, 동생인 성 요비타를 부제로 삼았다. 얼마 후 그들은 체포되어 브레시아의 옥에 갇혀 오랫동안 맹수에게 던져지거나 불에 던져지는 등 혹독한 고통을 받았으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모든 위험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브레시아뿐만 아니라 밀라노와 로마, 나폴리 등지로 끌려 다니며 더욱 혹독한 고통을 당했다. 나폴리에서는 손발이 묶인 채 바다에 던져지기도 했으나 천사들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 그들의 용맹한 신앙과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다. 그러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직접 그들을 브레시아로 끌고 가 참수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이들 형제는 도끼 형을 받고 순교의 월계관을 쓰게 되었다. 그들은 브레시아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오늘 축일을 맞은 파우스티노 (Faustinus)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