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와 富를 지배한다'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정치인이자 탐험가인 월터 롤리가 해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바다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은 물론 국력을 팽창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임을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해군력이 필수적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관함식이 10월 10~14일 '제주의 바다, 세계 평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 미항에서 열렸다.
관함식은 군 통수권자가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들의 군기를 검열하는 일종의 해상사열 의식으로,
1314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가 영국함대의 전투태세를 검열한 데서 시작했다.
이번 국게관함식은 국내에서 건조한 이지스함, 대형수송함, 상륙함, 대잠항공기 등
우리 군 최신예 함정과 항공기는 물론 바다 위의 비행장이라 불리는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중세시대 해군의 원형인 인도네시아의 범선 등 국가와 시대를 초월한 함정들의 해상사열이 실시됐다.
또한 해양, 함정 관련 최신 기술 소개와 방산전시 관련 정보공유와 더불어 각종 문화공연, 체육행사,
함정견학과 체험행사 등 다양한 볼고리와 즐길 거리가 재공된 의미있는 행사였다.
건국 50주년과 국내 건조 한국형 구축함 도입을 기념하기 위해 1998년을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시행해
이번이 국내에서 세 번째인 국제관함식은 1988년도에 사관학교에 입교해 군인의 길을 시작한 내게 매우 의미있는 행사였다.
나는 세 번의 국제관함식,에 단계적으로 모두 참가했다.
첫 번째는 사관학교 1학년 시절 도서관에 비치된 국방일보에서 만났다.
새내기 바다 사나이의 눈에 비친 해상사열 광경은 이러한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함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꿈을 갖게 해주었고, '내 각오와 노력에 박차를 가해주었다.
두 번째는 2008년 대위 시절 해상사열 작전증원요원으로 참가해 기동계획과 우발계획을 수립하는데 일조해
성공적인 해상사열에 기여했다.
세 번째는 잠수함 부함장으로서 해상사열에 직접 참가해 초 단위의 기동계획을 수립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참가국 해군의 노력으로 인해 해상사열 참가 함정들의 외모(smartness)와 품위 있는 기동 광경은
세계 최고의 관광미항인 제주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장관이었다.
우리 군은 다른 이념과 국적을 가진 타국 해군들과 바다를 사랑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한마음으로 아름다운 제주 바다에 모여 하나가 됐다.
또한 최신화된 국내 건조 함정들을 선보여 우리 군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고 민.군 화합과 국민 신뢰를 높이는 기회를 만들었다.
개최 때마다 참가 전력의 수가 많아지고 최신화됐듯이
국방일보에서 처음 국제관함식을 만난 새내기 바다 사나이는 어느덧 20년 차 중견 장교로 성장했다.
세 번의 국제관함식과 함께 나도 조금씩 성장해 온 것이다.
10년 후 네 번째 국제고나함식에서는 새내기 바다 사나이 시절 품었던 잠수함 함장으로서 해상 사열에 참가하고 싶다.
또 언제일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수회 후의 국제관함식에서는 해군을 떠나 군을 믿고 의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항공모함이 초대전력이 아닌 우리 군 전력으로 참가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고상필 해군잠수함사령부 이천함.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