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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네명의 싸이코 집단과
함께하는 석식 시간.
내 맞은편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밥만 깨작깨작 먹고 있는 강은석.
그때 이후로,
강은석과도, 재인선배와도 조금은 어색해졌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밥에서 콩을 하나하나씩 빼며, 내 급식판에 담긴
밥 위에 하나하나씩 올려놓는 강은석.
표정변화는 없다.
장난하는 건지, 아닌지
속을 알 수가 없다.
"이번 주말에 놀러가자!"
내 바로 옆에 앉아,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더니
잠깐 표정이 굳던 반윤호.
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듯, 크게 웃으며 말을 꺼낸다.
모두들 의아한 표정으로만 바라보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반윤호는 갑자기 애처럼 떼를 쓰기 시작한다.
"아아아아, 가자! 응? 놀러 가자아아아아!"
완전하게 쳐다보지는 못 하고, 힐끔힐끔 이 테이블을 바라보는
급식실 안 학생들의 눈초리에,
백승현은 쪽팔린 듯 슬쩍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래봤자, 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 백승현이란 거
모든 사람들이 다 알텐데.
"쪽팔려, 병신아!"
반윤호를 향해, 쪽팔리다는 말을 크게 내뱉음으로써,
학생들의 시선을 더욱 더 모이게 하며 더욱 더 쪽팔리게 만드는 임주혁.
"그때 강원도에 은석이네 별장 되게 좋았는데~"
뭔가 바라는 눈빛으로 강은석을 바라보는 반윤호.
그러나, 강은석은 관심없다는 듯 반윤호는 보지도 않고,
반찬을 들었다 놨다만 반복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도 어디 한 번 못 나갔잖아.
중간고사 끝나고나서는 다들 경기도대회니, 학교 대회니 준비 때문에
쉬지도 못 하고."
반윤호의 투정섞인 말에,
입주혁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별장주인 강은석은 생각도 없는 모양인데,
벌써부터 시간계획까지 짜놓기 시작하는 반윤호.
그리고, 옆에선 임주혁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한다.
"으음, 여기서 춘천행 기차를 타려면,
우선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니까, 버스시간만 한 30분을 잡고."
"버스 꽤 걸릴 걸? 한시간?"
"아, 그래. 한시간을 잡고."
뭐, 대략 이런 식이었다.
"앞에 바다도 있는데, 재밌겠다.
그치이~?"
벌써부터 들뜬 듯, 반윤호는 고개를 흔들거리며 생글생글 웃더니
날 보고 '그치'라는 말에 힘주어 말한다.
내 알바 아닌데.
"네, 그렇겠네요."
그렇게 의미없는 맞장구를 쳐주고,
밥을 다시 먹기 시작하는데,
"흐음. 짐꾼도 있겠다, 괜찮겠네."
어느새 싹 다 비운 급식판을 한 쪽으로 치우고,
한손에 얼굴을 괸 채 날 바라보는 백승현.
응? 짐꾼=나?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어설프게 웃으며,
입 안에 가득 담긴 밥을 우걱우걱 씹으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와아, 우리와 함께하는 강원도 여행에 당첨됐습니다!"
지네가 뭐라도 되는 양,
'당첨'이란 말을 감히 짓껄이며 두 손을 번쩍 들어보이는 반윤호.
은근히, 번쩍 든 손으로 내 앞길을 막고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강은석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콩을 내 밥 위에 계속해서 쌓아올리고 있다.
.
.
.
.
"우아아, 나 마트에 장보러 올 때가 제일 행복해.
세상에 내가 숨 쉴 이유를 찾은 기분이야."
학교 근처에, 규모가 꽤 큰 마트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세상을 다 가진양 양 팔을 벌리며 빙글빙글 도는 반윤호.
하아, 잠시나마 사복입은 당신의 모습을 보고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어요.
"나도. 막 모든 물건이 다 내것같지 않냐?"
임주혁도 반윤호의 말에 맞장구치며,
강은석과 백승현을 번갈아보며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발사한다.
그러면,
"난 진짜 내 건데?"
도도한 표정을 지어보이고선,
백승현과 카트를 끌고 앞장 서 가버리는 강은석.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니,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제법 웃겼다고 생각하나 보다.
강은석, 왜 갑자기 저런 캐릭터가 되어버린 거지...?
하여튼 난, 지금 이 네사람과 강원도 여행을 가기 직전,
학교마트에 들러 장을 보러 온 것이다.
"맞다. 저새끼 친할아버지 명의로 무슨 마트 하나 있댔지."
"아, 씨바. 존나 괴리감 느껴지네."
그렇게 뒤에서 강은석 뒷담을 까며,
이미 앞장서고 있는 강은석과 백승현의 뒤를 따라가는
임주혁과 반윤호.
난, 잉여인간처럼 그들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내가 왜 이 황금같은 주말에 이 사람들과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가.
그러고보니, 생리 할 때가 이제 곧 됐는지 어제밤부터
배도 슬슬 아파오는데.
아, 진짜 짜증 제대로다.
"와아, 여기 튜브도 있어!"
마트 안에 전시된 튜브를,
그대로 카트에 실으려는 반윤호.
"저거 상자에 들은 걸 가져와야지,
그걸 왜 가져와?"
"썅, 저걸 언제 다 불어."
"병신. 원시시대에서 왔냐?
바람넣는 기계도 모르나봐."
그렇게 반윤호와 임주혁의 대화를 듣고있노라면,
회의감이 물씬 밀려들어온다.
"이정민! 일루 와봐."
저 쪽, 생선코너에서, 같이 있던 강은석은 어디다 버려두고 혼자있는지,
혼자 서 있던 백승현이 날 부른다.
보통때처럼 그냥 걸어가자,
날 보고 인상을 팍 써보인다.
그런 백승현의 눈치를 보다가,
난 결국 생선코너까지 달려가야 했다.
"왜요?"
"이거 넣어."
라고 말하며, 백승현은 턱 끝으로
핏국물이 랩 사이로 줄줄새는 고등어를 가리킨다.
자기 손으로 만지기 싫어서,
굳이 멀리 있는 날 여기까지 불러냈다, 이거구나.
하기 싫은 표정을 역력히 들어내며,
고등어를 카트에 담자, 과자코너로 휘파람을 불며 카트를 끌고가는 백승현.
이젠 짜증이 나다 못해,
울컥 화가 치밀 지경이다.
"빨리 따라와."
아직도 생선코너에 발을 붙이고 서 있던 날 돌아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내뱉는 백승현이다.
그런 백승현의 뒤를 따라, 과자코너로 들어가면.
"저거, 아니, 포카칩. 초록색 말고!
저것도. 저기. 아, 말 존나 못 알아먹네, 그거 말고!"
턱 끝으로 물건을 가리키면서,
날 일일이 시켜먹는 백승현.
그냥 과자 이름을 부르면 편할텐데,
일부러 나 엿먹으라고 '저거', '저기'라고 말하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백승현이 고르라는 과자를 고르고 나서,
터덜터덜 다른 코너로 들어가려는 백승현의 뒤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따라갔다.
싫은 표정까지 역력히 나타내고 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카트로 쿠욱, 내 배를 찌르는 백승현.
"아! 아파요."
"아프라고 한 거야."
사람 성질 다 돋우고 카트 방향을 돌리려던 백승현이,
다시금 카트를 내게로 돌린다.
그러더니, 쿠욱,
아까보다 좀 더 큰 충격으로 내 배를 가격해오는 카트.
안그래도 생리할 때 돼서,
배 아픈데.
배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버리자,
내게 슬쩍 다가오는 백승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하는 말이라고는,
"그 정도 연기실력에 넘어갈 것 같아?"
였다.
그것도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까지 치며 말이다.
그래도 꿈쩍않자,
자신의 발로, 내 발을 툭툭 찬다.
그러더니, 자신도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밑으로 하고,
내 얼굴표정을 살피는 백승현.
"어? 진짠가?"
그닥 미안한 기색은 없어보이는 백승현의 목소리.
"별로 세게 안 했는데?"
그저, 왜 이정도로 아파하지?
라고, 궁금해하는 정도의 말투였다.
내가 남자도 아니고, 여자인 걸 뻔히 알면서도
어쩜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
그렇게 그와 눈을 마주치며,
얼굴을 찌푸리자 백승현이 피식 웃는다.
"여자라고 약한 척 하기는.
일어나, 빨리 나가야 돼."
그렇게 다시 내 앞에 일어서서는,
나를 재촉하는 백승현.
"생리통있단 말이에요!"
작은 듯, 큰 목소리로
백승현에게 화를 내면,
'생리통'이란 단어에 백승현은 민망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서는
다른 코너로 황급히 몸을 돌리는 백승현.
아아, 백승현은 이런 거에 약하구나,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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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올리려고 했는데, 수정할 게 있어서,
다음편은 내일 올릴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첫댓글 잘봣어용.
ㅋㅋㅋㅋ 당당하게 말하면 누구나 승현이처럼 반응함.;;
재미있어요^^
ㅋㅋㅋㅋ재미있어용>_<~~~
생리통을당당하게말하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리통은 여자만 아닌가? 그럼 밝힌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