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을 맞아] 정병경.
ㅡ청석공원에서ㅡ
광주廣州는 광대한 고을이다. 예전엔 하남과 성남은 물론 말죽거리와 왕십리도 광주땅이다. 그래서 너른고을로 불린다. 한양과 경계여서 다양한 방면의 인물과 물자가 거쳐가는 관문이다. 나그네가 쉬어가는 쉼터의 역할도 하는 지역이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경안천 청석공원으로 나선다. 코로나19로 닫혀 3년만에 열리는 야외 행사다. 광주문화원 주관으로 '대보름놀이 한마당' 행사에 많은 인파가 공원을 메우고 있다.
경기민요와 시립 광지원농악단의 대보름 지신밟기가 마음에 담긴 흥을 끄집어 낸다. 국제 무대에서 겨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급이다.
윷놀이와 연날리기는 대보름 놀이의 하일라이트다. 모처럼의 행사여서 동심으로 돌아가 해가 저무는 줄 모른다. 내가 태어난 고장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낯설지 않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우리 고유의 풍습을 이어받아 매년 다채롭게 행사를 한다. 조상이 물려준 유ㆍ무형 문화재를 후손에 전수하는 것은 선대의 의무이다.
ㅡ달의 의미ㅡ
무익한 듯 유익한 달!
사색하는 이들과 동고동락하는 벗. 동요와 가요, 명시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과 접목하는 소재로 쓰인다.
조선 세종 때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연상해본다. 하늘로 떠난 소헌 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한 서사시이다. 월인천강은 하나의 달이 천강千江을 비춘다는 의미이다. 월月은 세존을, 천강千江이 중생에 비유한 뜻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생애를 표현하고 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둥근달을 보며 여의주로 여긴다. 초생달을 본 물고기가 낛시바늘로 착각해 도망간다는 비유법도 있다.
단 하루만 둥근 달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유명 시인의 명시를 읽어본다.
"강에 뜬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흩어지네/ 오호라, 달이 다 부서져버렸나?"(강희맹)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내더니/ 물 긷는 병에 달까지 담았네/ 절에 가면 금새 알게 될 거야/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진다는걸."(이규보)
"보름달 되기 전엔 참 늦게도 차 오르더니/ 보름달 되고 나니 쉽게 이지러지는구나/ 서른 번 밤 중에 둥글기는 단 하룻밤/ 백년 사는 우리인생도 이와 꼭 같다네."(송익필)
"밝은 달에 잔을 들어 올리니/ 나와 그림자와 달이 셋이 되었네/ 달은 본디 술을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내 흉내만 내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이 가기 전에 즐겨보리라."(이백)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끝내는 달따러 호수에 몸을 던져 떠난 시인은 노랫가사로 남아 있다.
한달 내내 같은 모습이 아닌 달. 세월歲月이 흐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귀거래혜사의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은 게으른 사람을 빗대어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는 시를 남긴다.
달을 맞이하는 영월迎月 ㆍ비개인 날에 볼 수 있는 제월霽月, 구름사이로 보는 간월看月 등 사찰의 현판을 자주 본다. 권리와 의무에 충실한 달! 희노애락, 만세토록 달을 의지하며 살아온 우리네 인생이다.
올해의 바람은 오로지 가족의 건강이다. 정성들여 쓴 쪽지를 달집에 매단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불태워 띄워 보내기 위해서다. 농사에 방해되는 쥐를 쫓기 위해 쥐불놀이하던 옛시절이 떠오른다.
어부와 농부가 친숙한 달은 한치도 직무유기를 하지 않아 믿음의 상징이다. 한해 소원이 뜻대로 이루어지고 가정에 평안을 염원하는 모습이 정겹다.
2023.02.05.
첫댓글 새해를향한 옛 조상님들의
지역 민속행사가 변함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감사합니디
가정의 안녕이 지역에서 국가의
풍요를 바라는 믿음이겠지요
참여하신 좋은 행사를 의미있게
새겨 보았습니다~**
너른고을 풍속놀이
간접구경 늦게나마
잘보았습니다
정병경 기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