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에 우리 가족이 같이 군산을 간 기억이 있다. 태안반도를 갔다가 저녁에 도착해서 인근에 있던 일본라멘을 먹었었다. 며칠전 다시 군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공주들에게 했다. 공주들은 처음 내 말에 군산을 간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니 뭔가를 떠올렸다. 공주들은 다른 것은 기억이 없었지만 거기에 있던 일본 의상 유카타를 입고 사진을 찍었던 사실은 기억을 하고 있었다. 군산이라는 도시보다는 처음 입어본 유카타를 더 잘 기억하고 있었으니 애들의 관점에서 보는 것과 어른들이 보기를 바라는 관점은 완전히 다른 것 같았다. 당시에 이성당 야채빵도 먹었는데 그건 빵이라 평상시 먹던 고로케와 다르지 않게 느낀 것 같았다. 그 추억을 기억하고 그것을 먹어본 것을 가장 우선 생각하는 어른인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좀 아이러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기억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다시 군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해도 공주들은 이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야채빵은 공주들에게 별로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성당과 짬뽕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았고, 기대도 컸다. 그 빵맛을 잊었는데 다시 그 맛을 기억할 수 있을 듯 해서 좋았다. 하지만 공주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우리가 빵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먹은 딸기아이스크림이었다. 한 입 먹은 후에 너무 맛있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예전에 민채가 테니스 선수를 하던 시절에는 엄청나게 먹었지만 열심히 운동을 한 때문인지 몸에 살이 하나도 없었었다. 그 때 민채가 저녁으로 먹은 돼지국밥을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은 적도 있었다. 어마어마한 식성을 가진 민채였다. 그 때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난다. 그런 기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 공주들은 뭐든 잘 먹어서 좋다. 그거 하나만 해도 정말 좋다. 이번 여행에서 꼭 먹고 싶었던 것이 한일옥의 소고기무국이었다. 예전에 “맛있는 녀석들”의 멤버들이 정말 맛있게 먹는 것을 봤는데 너무 먹고 싶었다. 공주들도 좋아할 듯 했고 아내도 먹고 싶어했다. 저녁으로 먹기에는 더 없이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맛집이라 많이 기다려야 했다. 2층에서 기다리는 동안 예전에 시골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잘 전시해 뒀고, 시골에서 자란 나는 그 물건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더 기다린 후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보기에는 평범한 음식처럼 보였다. 반찬도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국물을 한 입 먹는 순간 “명불허전”임을 느꼈다. 아내도 민경이도 나도 평범한 음식에서 이런 맛이 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듯 하다. 국과 반찬 모두 보기에는 평범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현지도 나도 민경이도 정말 맛나게 먹고 또 먹었다. 특히 민경이는 김과 김치를 싸 먹으며 중간중간 국물을 정말 맛있게 먹는 것 같았다. 계속 먹고 또 먹고 추가 밥도 먹었다. 반찬을 몇 번씩 추가 했으니 일하는 직원에게는 미안했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더 줄 건데 이렇게 맛있는 반찬을 ‘처음부터 조금 많이 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민경이가 배부르게 먹은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많이 먹었지만 더 먹기 위해 배가 별로 부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추가 국물을 부탁했다. 이집은 예전부터 추가로 더 먹어도 돈을 받거나 하지 않았고, 처음 나오는 것과 같은 형태로 주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래서 추가로 나온 국물에 추가로 나온 밥과 반찬을 더해서 계속 먹었다. 어찌나 말도 없이 맛나게 많이 먹던지 보는 내가 ‘체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할 정도 였다. 심지어 밥을 먹는 동안 말도 잘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나서 내가 배가 부르지 않는지 물어보니 배가 터질 것 같다고 웃으며 과식을 자백을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먹은 양이 어마어마 했다. 평소와는 완전 다른 양을 먹었고 정말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 순간 민채의 옛날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한편으로는 흐뭇했다. 이처럼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는 그 자체로 참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기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지금은 점점 커가는 공주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그나마 이게 마지막까지 남아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앞으로도 맛집투어를 수시로 하면 좀 더 괜찮을 듯 하다.
첫댓글 한일옥의 소고기 무국 먹어보고 싶네요.^^
블로그 등을 보시면 음식평이 나오지만
구수한 것이 국과 밑반찬 모두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 애들의 입맛에도 맞고,
아내와 저의 입맛에도 맞았으니
최소한 저희집은 보증할 수 있는
맛인 것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