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남서호 박사의 상담심리 코너
[Servant Leadership]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하여 왔노라.”, “나의 생명을 많은 사람을 위하여 대속물로 주려 하노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어느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말씀이다. 섬김을 받으셔야 할 분이 “섬기기 위하여 오신 존재”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그 섬김을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바치겠다는 이 선언과 실천은 어떤 종교나 가르침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진리이다. 오직 우리 주님만이 주셨던 섬김의 극치이다. 이 섬김의 진리는 2천 년 동안 인류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위대한 가르침이다. 이 섬김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닌 이웃을 위한 것이며 그 방편은 아가페 사랑이라는 교훈은 기독교의 고유한 이미지로 인류 역사의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13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희생적인 헌신의 자세로 섬김의 도를 실천하는 데 최선을 기울였다. 그 결과, 기적 같은 교회의 부흥을 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변형된 ‘주의 종’들의 등장이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다. 섬김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는 ‘주의 종들’이 보이지 않고, 섬김을 받는 자리에는 ‘주의 종들’이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호밀밭을 지키러는 홀든같은 파수꾼이 사라지면서 주변에 생명을 끊는 자살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도 파수꾼 목회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오늘을 사는 성도들은 목회자를 섬기면서도 뒤돌아서면 “이것이 아닌데…….”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이제는 성도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달라졌다. 목회자의 섬기려는 정신과 실천에 주목하고 있다. 목회자가 진심으로 자세를 낮추고 섬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성도들은 목회자를 존경하게 된다. 섬기는 종의 본분을 갖추는 설교자가 들려준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미국의 경영학계에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의 『섬김의 지도자론』 역시 예수님의 “섬김의 도”를 오늘에 적용하는 이론이었다.
그가 1970년대 후반에, 진정한 경영자는 “타인을 위한 봉사 정신”이 헌신적으로 나타나는 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창했을 때, 그 땅의 주목을 끌게 된 것도 “섬김의 기독교”가 바탕을 이룬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섬김의 지도자론은 최근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10가지 특성을 제시한다. (1) 경청하는 자세(Listning), (2) 공감대 형성(Empathy), (3) 치유(Healing), (4) 자기 인식(Awareness), (5) 설득(Persuation), (6) 비전을 제시하는 사고력(Conceptualization), (7) 선견지명(Foresight), (8) 청지기 신분(Stewardship), (9) 성장에 대한 책임(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 (10) 돈독한 공동체 형성(Building community)이다.
이상의 10개 항목은 섬기는 효율적인 경영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교회라는 공동체를 섬기는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항목들이다. 2024년 새해에는 한국교회에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야 한다. 목회자부터 ‘받는 섬김’은 멀리하고 ‘주는 섬김’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질문명에 도취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많은 교인들은 정신적인 공허감에 빠져 방황하고 있다. 그들은 목회자의 순수한 섬김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그 손길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