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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술이 뭐신디?
권영심
음주특허권
그 날은 베로니카성녀 축일이었다. 수요 낮 미사였고, 미사가 끝나자 나는 성물실에서 교우들을 맞이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사제가 들어와서 빨리 차에 타라고 성화였다. 베로니카수녀 축일을 축하하러 밥 먹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얼결에 차를 타긴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사제가 직접 수녀의 축일을 축하, 그것도 사목회원들을 모두 데리고 횟집에 가는 일은 없었다. 월미도의 한 횟집의 큰 방에 모두 앉았는데, 조합이 참으로 수상했다.
수녀 두 명과 여성회장과 나, 포함해서 여자는 네 명이고 남자는 사제를 포함해서 모두 열 명이었다. 나는 이런 이상한 조합으로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심기가 불편했다. 게다가 7월이어서 내가 입은 옷은 연록색과 청색의 날아갈 듯한 개량한복이었고 수녀복과 더불어 많이 튀었다.
튀는 것은 나는 원래 상관없지만 수녀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고, 사제는 자꾸 내 옆에 앉으려고 했다. 회가 들어오기 전부터 소주가 들어왔고 내게 첫 잔을 내민 사람도 사제였다.
사제가 해석 불가능의 복잡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건배를 제안했고, 수녀외에 모든 사람들이 잔을 들었다.
베로니카 수녀의 축일을 축하한다는 건배와 함께 모두 술을 마셨는데 나는 잔을 꺽었다. 그것은 나의 음주법이 아니었지만, 대낮에 사제와 수녀 앞에서 완샷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완샷 을 한, 사제가 내게 잔을 내밀었고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알아 버렸다.
이 축하의 자리는 베로니카수녀의 축일 축하를 빙자한, 나를 위한 무대라는 것을. 성당에 온 지 일 년이 안된 사제는 그동안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게 엄청난 직분들을 맡겼고, 잡음이 있다는 것을 건너건너로 듣고 있었다. 사제와 나는 언행이 일치하는 사대가 맞았고, 그 고집 안에 깃들인 참다운 성직자의 결에 나는 무조건 순응했다.
겉으로 고결한체 하는 어떤 것도 나를 움직일 수 없지만, 손수 일을 하느라 손등이 찢기고 손톱이 망가진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제의 말씀은 내겐 절대적이었다. 그런 사제가, 대낮에 여신자이고, 성모회장이기도 하고, 구역장이며, 산악회장인 내게 술잔을 연거푸 권하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
그 뒤를 이은 남자들의 계속되는 술잔돌리기는 어지간한 여자에겐 잔인했다. 취하게 만들어 끝을 보겠다는 고약한 심보들이 그 술잔에 담겨 있었다. 나는 안주 한 점 먹지않고 주는 술을 받자 마자 마시고 바로 돌려 주었다. 술잔을 놓는 것을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여성회장이 몇 잔을 따라했지만 곧 잔을 놓았고, 수녀들은 입을 딱 벌리고, 나는 열 명의 남자에게서 거침없이 받아서 털어 넣었다. 물이었다. 아마 나 혼자 마신 양이 최소 8병은 되었을 것이다. 나는 회를 먹지 못하기에 먹은 안주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나는 수녀들보다도 꼿꼿하게 앉아서 우아하게 웃었다. 사제가 손뼉 을 치면서 크게 웃으며 이미 취한 사람들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이 정도면 하느님께서 음주특허권을 주신 것 아닌가? 봐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꼿꼿이 앉아서 당신들을 비웃고 있잖아? 어이! 베로니카수녀! 성모회장이 다른 신자들 처럼 아부 떨지 않아서 그렇게 미워해? 사목회장! 당신, 회장씩이나 되어서 그런 편견으로 신자들을 대하는 거야?
내가 이 성당에 온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뭔가를 한다는 사람 중에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신자의 험담을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성모회장이야! 내가 세 번을 다른 사람에 대해 물었는데 대답이, 그 사람에 대해 말할만큼 모릅니다 였어. 이런 사람을 왜들 그렇게 미워해?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건가? 그렇게 살지들 마! 제발! 하느님 믿는다고 다니는 사람들이!"
사제가 터트린 폭탄은 모두를 초토화시켰다. 나는 눈물이 터지 려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 웃으며 말했다.
"누가 저를 미워해요? 신부님. 어르신들이랑 교우들이 저를 얼마나 이뻐하시는 데요. 큰수녀님이 엄한 분이어서 때로 제가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 하시지만 안 그래요."
"뭐 안 그래? 그게 시기 질투거든. 우리 성모회장처럼 못 차려 입고, 예쁜 말도 못 하고, 많은 일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다 해내고, 그렇게 못 하니까 씹어대는 거거든. 지들이 못하면서 말이야!
나를 아끼는 사제가 몸소 나서서 폭탄을 제조해서 펑! 하고 날린 날이었다. 폭탄 투하의 효과는 놀라웠다. 사무실에 들어오면 사목회장은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했고 많은 것이 변했다. 사목하는 동안 사제와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등산을 했으며 내가 제안하는 어떤 일에도 오케이였던 나의 요셉신부님...
소주 한 병이 마지노선이었기에 내가 대신 마시고 내민, 물을 담은 소줏잔을 그렇게도 흔쾌히 마시던 사제. 옆의 신자가 남긴 국수를 거침없이 먹고, 망치를 들고 성당 지붕에도 올라가던 사제... 그 손은 너무나 거칠었다. 바로 목수 요셉의 손이었다.
미사때에 딱 두 번 나를 거론했는데, 여름에 민소매를 입고 온 신자들에게 차라리 수영복을 입고 오면 봐 주겠다면서, 이 여름에 한복을 입고 오는 신자도 있다고 해서 하필이면 독서대에 앉아 있던 나는 신자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대축일 전 날, 정말 힘들게 꽃장식을 했는데 다음날 네 번의 미사에서, 네 번 다 제대를 장식한 꽃꽂이를 언급하며 나를 칭찬했다. 내 평생 동안 받은 칭찬중에 가장 눈부시고 가장 아름다운 칭찬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