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선영은 며칠째 창문 하나 없는 어두운 방에 있어야했다.
며칠이 지났는지...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것도 알수없었다.
화장실에 가야할때는 검정색 양복을 입은 백인사람이 눈을 가리고 화장실에 데려다 주었다.
화장실에도 창문 하나없었다.
하루에 세번씩 음식을 넣어주었지만....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서 음식이 넘어가질 않았다.
"Excuse me.... Is anyone there?"
[저기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밖에 문을 지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 누구도 선영의 부름을 받아주는 이는 없었다.
숨이 막히는것 같이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이 낯선 곳에 같혀있다는것 보다 더 불안한건... 바로 그 할아버지가 아지언니에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
'일주일 안에 칠성파를 처리하거라'
선영이 아는 아지언니는 절대 선우오빠를 해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정체모를 할아버지가 그 말을 했을때... 아지언니는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말이 진리인듯, 힘없이 수긍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불안했다.
-달칵.
한참 불안해하던 선영을 잔뜩 긴장시킨건 바로 열리는 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건 바로 아지언니 집에서 본.... 그 동양인 남자였다.
그에게 뿜어져나오는 냉혈한 이미지 때문일까?
선영은 잔뜩 긴장을 한 상태에서 그와 눈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아무 감정없는 듯한 그의 눈빛이 더욱더 선영을 위축시켰다.
그때 그가 입을 열어 선영에게 말했다.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화가난 말투... 아님 혼내는 말투도 아니었지만
선영은 그의 말에 마치 큰 잘못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죠? 왜 오지 말았어야 했--"
"당신... 조직에 있는 몸이 아니어도, 엄연히 따지면 당신은 칠성파 소속이야."
"그래서요?"
이 남자의 카리스마에 상당히 위축됐지만, 선영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
"아직도 사태파악이 안돼?"
"네 안돼요. 그러니까 말해주세요. 당신들... 누구죠? 여기가 어디죠? 그리고 왜 전 여기에 갇혀있는거죠?"
"후.....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온건가?"
'곤란해졌다... 그러기에 짜증난다'라는듯한 말투로 말하는 휴고.
"당신은 납치됐어."
"누가 절 납치한거죠?"
"백승만."
"백승만이라면... 그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아니라 백성그룹의 회장님이시지."
휴고의 말에 선영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듯 멍하니 서있었다.
백성그룹은 아지를 죽인 사람들이다.... 아니, 하지만 아지언니는 살아있다.
그런데 아지언니가 백성그룹을 위해 일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혼란스럽기만 한 선영.
"그럼... 그럼 왜 날 납치한거죠? 아니, 왜 아지언니가 백성그룹에--"
"후.... 이곳에선 강아지라고 하면 아무도 몰라. 도배르만으로 알지."
"네?"
"아지는 5년전 백성그룹으로 돌아왔어."
"....잠깐.... 하.... 먼저, 당신은 누구죠?"
선영의 질문에 휴고는 잠시 생각을 했다.
지금 칠성파의 두목이자 원우의 아빠인 신선우는.... 자신이 아지의 남편이자 원우의 아버지로 알고있다.
아무래도 이 여자에게도 똑같이 말을 해야돼겠다는 생각에...
"후지와라 휴고. 아지의 남편이자 원우의 아빠---"
"하.... 원우의 아빠라고요?"
선영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휴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원우는 제 조카이자, 제 오빠 신선우의 아들 아닌가요?"
"............"
휴고의 거짓말에 점점 화가 치밀어오르는 선영.
"왜 당신의 아들이라고 하는거죠?! 오빠한테도 그렇게 말하셨나요?! 아지언니는 왜 원우를 숨기고--!!"
"목소리 낮춰. 밖에 있는 놈들 백인이어도 한국말 알아듣는 놈들이니까."
"하.... 왜요? 저기있는 사람들은 다 당신이 원우 아빠라 알고있으니까 들키기 무서운가보죠?!!!"
"그런거 아니야."
"하... 아지언니.... 아지 언니를 불러주세요. 언니랑 애기를--"
-똑똑
노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들어온건 문밖을 지키던 백인 남자 한명.
"Is everything okay, sir?"
[무슨 일 있으십니까?]
"No. I still need to get some information off of her, so stay out."
[아니. 아직 이 여자한테서 받아낼 정보들이 더 남았으니까 나가있어]
"Yes sir"
[예]
백인남자가 나가자 휴고는 선영을 똑바로 마주보고 단호히 말했다.
"얌전히 있어. 그게 아지를 도와주는 일이야."
"당신... 사실대로 말해요. 아지언니 남편... 아니죠?"
휴고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선영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그럼... 그럼 왜 아지언니는 오빠한테---"
"아지.... 칠성파, 아니, 신선우에게 돌아가지 못해."
"왜죠?"
"아니... 다시 말하면, 아지는 그에게 갈수있어도, 원우는 그렇지 못해."
"왜---"
"아지가 백성그룹에 돌아왔을때... 신선우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돌어왔지만... 원우가 태어나고 나서는 원우의 목숨이 조건이 돼버렸어."
"하... 말도 안돼. 어떻게 사람 목숨가지고---"
"이곳에선 사람 목숨... 그딴걸 마치 돈 혹은 장난감처럼 사용하는곳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선영.
그의 말이 맞았다.
처음부터 아지언니를 찾아오지 말았어야했다.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백승만 회장을 만나지 않았을테고....
그 사람에게 납치돼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을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있는 동안 조용히 있어. 그게 아지를 위한거니까."
발을 돌려 나가려는 휴고.
선영은 휴고의 팔을 잡고 물었다.
"아지언니... 아지언니는 오빠를 죽일--"
휴고는 선영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지는 지금 신선우와 원우. 이 두명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야."
"하.... 제발... 제발 아지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
지금껏 감정이 매마른듯 단호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하던 휴고...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면서 힘이들어갔다.
"걱정마.... 그녀는 절대... 신선우를 죽이지 못하니까."
"네?...그,그럼..."
"하지만 만약 그로인해... 원우가 위험해진다면... 그땐 신선우는 내가 죽일거야."
첫댓글 잘봤어요
^^
휴고 왠지 불쌍하기도 하고 아픈 사랑을 하고 있네요..
^^
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