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인터넷에서 뉴스와 날씨를 보니
비는 오전에 그친다고 해서 9시경 집을 나서면서 딸 아이가 챙겨준 우산도
현관에 그냥 두고 나왔다.
과천정부청사에 가서 일을 보고 둘째 딸 아이와 신촌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11시경 청사를 나서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기예보에선 비가 오전중에 그친다고 했으므로
곡 그칠 것이라고 믿었다.
신촌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딸아이 오후에 수업이 있다고 해서
학교에서 가까운 곳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지하철 출구에서 밖으로 나서려니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제기럴! ㅋ ㅋ "
딸애가 들고 온 작은 우산을 펼쳐 들고, 맛이 있다는 곳으로 걸어갔다.
100여m를 걸어갔더니 '아웃트백'이라는 약간 특이한 레스토랑이 나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호주식 대중음식점풍인데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중이었다.
한 십여분 기다렸다가 빈 자리가 나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
돼지갈비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감자칩과 생맥주 400cc도 시켰더니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영국의 펍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쪽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주로 외국에 나갔다가 외국의 향수가 그리운 족속(?)들이 아닌가 했더니
아마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듯 딸아이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한시반쯤 딸애는 학교로 들어가고 나는 서울역으로 와서
요즘 한참 말이 많은 KTX에 몸을 실었다.
몇번 선 다고 어찌 타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겠는가?
출발 시간에 열차는 서서히 미끄리지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넓은 차창으로 빗방울이 수족관의 작은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기어내려 왔다간 사라졌다.
2년전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삼성병원에 올라가던 때가 생각났다.
대장암으로 수술을 하기 위해 올라가시면서 차창 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그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인생은 어머니의 탯줄로부터 분리되면서 이별의 시작으로부터
마지막으로 가족들과의 이별로 막을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