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의사가 병을 만들고 환자를 만든다[PART1]-1.환자는 병원의 봉이 아니다
편의점 가듯
병원에 가는 사람들
주변을 둘러보면 기침이나 열이 조금만 나도 ‘일단 병원에 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왜 이렇게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일본인의 기질이 성실하고 걱정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의료보험증만 있으면 누구라도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진찰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꼭지를 틀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리 콸콸 쏟아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마음껏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일본인으로서 자랑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일본인은 몸이 아픈 경우 언제라도 병원에 가서 보험증만 제시하면 30퍼센트 정도의 본인 부담으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인에게 이런 정책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공적 의료보험제도는 국가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맹장염(급성 충수염)에 걸린 경우, 일본에서는 환자 부담분까지 포함하여 전체 의료비가 30~40만 엔 정도이다. 본인 부담이 고액이라도 보통 8만 7,000엔을 넘으면, 촤과분은 고액 요양비(월간 본인 부담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보험조합에서 초과분을 지급하는 제도-옮긴이)로 대신 지불해 준다.
미국에서는 맹장염으로 입원한 경우, 의료비의 중앙치(금액 순으로 정렬해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수치)가 약 270만 엔이나 된다. 게다 의료비의 최저치는 12만 엔, 최고치는 1,400만 엔 이상으로 의료시설에 따라 의료비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는 전 국민 보험제도가 아니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발효되기 전까지 미국인 7명 중 1명은 무보험 상태이다. 또한 민간 보험에 들어 있어도 “의료비를 지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7,300만 명이나 된다. 그들 중 3,000만 명이 추심 회사로부터 지불 독촉까지 받고 있다.
일본의 공적 의료보험제도는 2000년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종합 세계 1위’로 선정되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일본의 의료 충실비는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 의료비 지출은 2008년 기준 8.5퍼센트로, 34개 회원국 중에서 21번째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전후 일관적으로 낮은 의료비 정책을 펴고 있어 의사는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유럽의 의사가 하루에 20~30명이나 되는 환자를 진찰하는 데 비해, 일본의 의사는 하루에 10~50명이나 되는 환자를 진찰하는 것이 보통이다. 선진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스케줄이다.
달리 보면 환자 입장에서는 마치 편의점에 가듯 병원에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여기에 크나큰 함정이 있다.
의사의 친절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사람들은 재채기가 나오면 곧바로 병원에 달려가고, 의사는 진찰 후 “감기 기운이 있다”는 소견만으로 기침약, 해열제, 염증약, 항생물질, 위장약 등 약을 무더기로 처방한다. 어디 그뿐인가, “혈압을 한 전 재볼까요? 아, 혈압이 조금 높군요, 약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혈당치도 염려되네요”라며 검사를 줄줄이 권하는 경우도 많다.
환자들은 이런 의사의 말에 ‘친절한’ 선생님이라며 고마워한다.
그리고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건강검진이나 암 검사도 규칙적으로 받는다. 혈압이 높다거나 폐에 음영이 보인다는 소견을 들으면, 새파랗게 질려서 의사에게 들은 대로 약을 먹고 정밀 검사를 받는다. 특히 암 진단을 받으면 수술, 항암제, 방사선 등의 표준 치료를 의사가 권하는 대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환자들은 의료도 비즈니스이며, 그것이 의사의 생계 수단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현재 의사들 대부분은 병자를 가능한 한 늘려서 병원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한마디로 의사이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당신은 의사의 봉인 셈이다. 당신의 중요한 시간과 돈을 의사에게 바치는 것을 넘어, 생명까지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