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백(幣帛)
孟子曰食而弗愛 豕交之也
愛而不敬면 獸畜之也
交 接也畜 養也 獸 謂犬馬之屬
恭敬者 幣之未將者也
맹자가 말하기를
공경이라는 것은 선물을 주고받는 폐백(幣帛)으로
서로 사귀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폐백(幣帛)으로 받들기 이전에 이미 마음속에 공경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지
물질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맹자(孟子) 진심장구상(盡心章句上) 제37장
결혼 폐백시 밤 대추를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혼례(婚禮-결혼)절차의 한 부분 중에
혼례(婚禮)를 치르고 난후 신부는 미리 친정에서 준비해온
(지금은 예식장에서 준비된 것을 사용하지만)
대추·밤·술·안주·과일 등을 상 위에 올려놓고
시부모를 비롯한 여러 시댁어른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폐백(幣帛)이 있다.
이때 시부모는 신부의 절을 받은 후 폐백상(幣帛床)에 놓여있는
대추와 밤을 한 움큼 집어서 신부에게 던진다.
신부는 이것을 치맛자락으로 받고---
폐백(幣帛)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예식장에서 하는
폐백(幣帛)은 아무리 현대식으로 축소(縮小)시킨 절차라해도
“폐백(幣帛)”이라 이름을 붙이기에는 잘못된 것이다.
“폐백(幣帛)”은 “부견구고(婦見舅姑)”라하여 새며느리가 혼례를 치른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성복(盛服)을 하고 시부모께만 드리는
인사가 폐백(幣帛)이다.(明日夙興 婦見于舅姑)
그러니까 현대 결혼식의 폐백은,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신혼여행을
가기 때문에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바로 시무모에게만 폐백(幣帛)인사를
올려야 옳은 것이다.
육례(六禮)를 근원으로 하는 현대결혼식이 순서가 잘못되어 있다.
이글에서는 폐백상(幣帛床)의 대추와 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무슨 의미로 시부모가 신부에게 대추와 밤을 던질까?
우리나라의 혼례식(婚禮式-결혼식)은 전통혼례식이든
다양하게 변형된 현대식 결혼식이든 간에 그 절차의 내면에는
중국의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육례(六禮)인
납채(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폐(納幣)· 청기(請期)·친영(親迎)에
근원(根源)을 두고 있다.(여기서는 육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먼저 폐백(幣帛)에 대추와 밤이 나오는 문헌(文獻) 두곳을
소개한다.
▲논어(論語) 제3편 팔일(八佾) 21장
哀公 問社於宰我 宰我 對曰 夏后氏以松 殷人以柏 周人以栗
曰 使民戰栗 子 聞之曰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왕 애공(哀公)이 공자의 제자인 재아(宰我)에게
사(社)에 대하여 그 심는 나무가 시대에 따라 다름을 묻자
재아(宰我)가 대답하기를
하후씨(夏后氏)는 소나무를 심어 사주(社主)로 사용하였고,
은(殷)나라 사람들은 잣나무를 심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덧붙여
주(周)나라에서 밤나무(栗)를 심은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전율(戰慄)을 느끼게 하려고 해서였습니다.
하였다.
공자(孔子)께서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내 이미 이루어진 일이라 말하지 않으며 끝난 일이라 간하지 않겠고,
이미 지나간 일이라 탓하지 않겠다만 네 대답은 잘못이다
*사(社)-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삼아 토지신(土地神)으로 한 것을 말한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장공(莊公) 24년 8월 정축(丁丑) 부인강씨입(夫人姜氏入)
秋, 哀姜至, 公使宗婦覿, 用幣, 非禮也, 御孫曰; “男贄. 大者
大者 玉帛 小者禽鳥 以章物也 女贄 不過榛 栗棗脩 以告虔也
今男女同贄 是無別也 男女之別 國之大節也;
而由夫人亂之.無乃不可乎?
가을, 애강(哀姜)이 도착했다.
장공(莊公)은 종실(宗室)의 대부(大夫) 부인들을 보내 상견(相見) 하게 했는데,
부인들이 옥(玉)과 비단 등의 예물을 들고 갔다.
이것은 예(禮)가 아니다.
어손(御孫)이 말한다.
“남자의 폐물(幣物)은 신분이 높은 이는 옥(玉)과 비단을 사용하고,
낮은 이는 기러기, 꿩, 닭, 등을 준비하여 각자의 신분을 밝히는 법입니다.
여인들은 개암, 밤, 대추, 건육(乾肉)을 넘지 않게 하여 법도를 보여 줍니다.
이제 남녀가 동일한 폐물(幣物)을 사용하면
이것은 남녀의 구분을 폐지하는 것입니다.
남녀의 구분은 나라의 큰 법도인데 부인 때문에 이를 어지럽힌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신부에게 왜 대추 밤을 던지는가를 물으면 대부분 사람들의 대답이
“밤과 대추처럼 자손을 주렁주렁 많이 낳으라는 의미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위의
논어(論語) 제3편 팔일(八佾) 21장 과
춘추좌전(春秋左傳) 장공(莊公) 24년의 기록에서,
대추와 밤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밤은 한자로 “율(栗밤율)”이라고 쓰는데
율(慄두려워할율)과 음(音)으로서 통하는 글자이다.
두렵고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대추는 중국에서 “대조(大棗)”라고 하는데
보통 조(棗대추)라고 쓰면서 조(早새벽 일찍조)와 음(音)으로서 서로 통한다.
정리하자면
밤(栗)은 두렵고 조심스럽다(慄)는 뜻이고
대추(棗)는 일찍 일어난(早)다는 뜻이다.
시집온 신부에 대한 대추와 밤의 의미는
시집온 며느리는 시부모를 두렵고 조심스럽게 여기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모든 집안 살림을 제대로 챙기라는 엄중한 뜻이다.
아무리 남존여비(男尊女卑)의 당시 시대상이라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외로운 신부에게 “대추와 밤”을 통하여 겁을 주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여기에는 신부에 대한 보복성(報復性)?도 있다고 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혼례제도에는 고구려의 혼인 제도인 서옥제(壻屋制)가
조선 중기 이후까지 내려왔다.
서옥제(壻屋制)는 혼인후 남자가 처가에 머무르는 서류부가(壻留婦家)로서
신부의 집 뒤꼍에 조그만 집을 짓고 살다가 자식을 낳고 장성하면
아내를 데리고 신랑 집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처가살이 제도이다.
조선 전기(혹은 중기)의 율곡 이이의 아버지 이원수가 처가인 강릉의 신사임당
오죽헌에서 살았던 일도 데릴사위제인 서옥제(壻屋制)와 관련이 있는 예다.
이때 처가살이 하면서 신랑이 처가에서 고생(苦生)한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이 신부에게 행하는 밤 대추의 보복성이라 할 수 있다.
(필자 주)
또 이런 주장도 있다.
밤은 가시송이 안에 3개의 밤톨이 있다.
3개의 밤톨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3정승을 의미한다.
자손이 입신출세하기를 기원하는 마음
대추처럼 자손을 주렁주렁 낳으라는 바램
이것도 말이 될 수 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도 결혼식 때 신랑과 신부에게 쌀과 고추를 던진다고 한다.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전통 풍속이니까 어느 쪽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알고는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의미를 정리해 볼 뿐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