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석야 신웅순
내겐 왠지 정감이 가는 작품이다.
눈물 나게 아름답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입니다
-신웅순의 「당신」전문
2017년 교수 정년퇴임 기념 시ㆍ서 전시회에 전시된 2015년의 「당신」이라는 시 같지 않은 작품이다. 필자의 시ㆍ서첩『절제와 인연의 미학』에 실려 있다. 7년이 지났다.
시에 설명을 붙였다. 단 한 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내는 이런 사람이다.
우리들은‘눈물 나게’라는 말을 자주 쓴다. 눈물 나게 그립고, 눈물 나게 외롭고, 눈물 나게 아프고, 눈물 나게 아름답고 등등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아무데서나 쓴다. 누군들 아름답지 않은 어머니와 아내가 어디 있으랴. 시랍시고 나 역시 아내에게‘아름답다’에‘눈물 나게’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일부러 붙인 것은 아니다.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를 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문학을 하지 않은 할머니들의 시가 좋고 문학을 하지 않은 아이들의 시가 좋다. 꾸임이 없고 진실해서 좋다.
눈물 나게 예뻐, 눈물 나게 멋있어, 눈물 나게 좋아 등등 아내에게 자주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은 할수록 더 공감하고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삶이란 무엇인가. 공감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면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산다. 가을볕이 길지 않다. 두 번이 없는 단 한 번의 인생이다. 삐끗하면 그야말로 낭떠러지이다. 인생 나무아미타불이다.
만년에 아내에게 사랑을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을 것 같다.
형제 다 소용없고 아들 딸 다 소용없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맞는 말이다. 내리 사랑이란 말이 이제야 실감난다. 그냥 자식에게 줄 뿐이다. 그러면 된다.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주면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손녀가‘할머니’하며 품에 안긴다.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가 없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다.
-2024.10.25. 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