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들이 현재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도 지방 대학의 변화를 돕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글로컬 대학이다. 글로컬 대학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0개교,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5개교 등 30개교를 선정,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글로컬 대학 30은 지역 우수 인재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지역에서 양성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올해 시작된 글로컬 대학30 프로젝트는 인구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지역 및 지역 대학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학 내ㆍ외부의 벽을 허무는 과감한 혁신과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지역-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갈 대학에 일반재정지원을 집중 지원해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이 정책은 또 대학 구조조정 사업의 일환으로 경영위기 대학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지원 사항은 교당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하는데, 지원금은 대학 규모나 실행 계획 등을 반영하여 조정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가 국고 지원을 미끼로 대학 간 강제통합을 추진한다는 분석과 비판도 있었지만, 단독으로 신청한 학교도 있어 강제 통합 추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교육부가 지난 13일, 2023년 글로컬 대학 선정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울산대학교를 포함하여 전국 10개 대학이다.
울산대학교 혁신기획서를 보면, 울산 산업 대전환을 견인하는 지산학 일체형 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점 추진 과제로는 첫째, 융합과 개방으로 파괴적 대학 혁신 둘째, 지산학 협력 공진화(共進化)를 통한 지역산업 대개조 셋째, 혁신적 운영체계로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쟁력 유도로 설정하고 있다. 세부 내용 중 눈에 뜨이는 것이 우선 시ㆍ공간 초월형 캠퍼스 `UbiCam` 조성이다. 도심 및 주력 산업단지 즉, 남구 도심, 중구 혁신도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매곡 일반산업단지, 반천 하이테크밸리산업단지 등 6곳에 멀티캠퍼스를 설치하고 디지털 기반의 온ㆍ오프라인 통합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시ㆍ공간 교육장벽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활용 방안으로 기업 재직자 재교육, 시민 평생 교육, 재학생 현장실습 장소가 제시돼 있다. 글로컬 대학의 지속 가능하고 실효적 추진을 위해서는 기금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울산은 울산대학교, 지역 대기업, 지자체, 서울아산병원, 유니스트 등이 참여해 1천억원 이상의 기금을 마련했다.
이러한 추진 방향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울산대학교는 울산의 불편한 진실을 정확히 지적했다. 우선 지역 위기로 주력산업 위축으로 최근 10년간 울산 경제 성장이 침체되었고, 산업구조 전환 대처에 한계가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위기로는 대학 내ㆍ외부 견고한 벽으로 대학 혁신의 한계가 있고, 산업계 일자리 수요와 대학 인재 공급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울산 고교생들의 다른 지역으로의 유출 심화로 입학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꿰뚫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가 굳어진 한국 교육 상황에서 과연 울산의 우수한 인재들이 울산대학교로 갈 만큼 매력을 느낄지 의문스럽다. 달리 말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아래로부터의 대학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교육부와 글로컬 대학 위원회의 결정 즉, 관 주도의 위에서부터의 결정이 얼마나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먹힐지도 의문이다. 2006년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강원대-삼척대 등 국립대학 간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지역 대학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좋은 실례이다. 연 200억 원 지원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날 만한 예산인지도 의문이다. 2020년 서울대가 받은 정부지원금이 4,866억 원, 9개 거점 국립대학의 정부 지원금이 평균 1,265억 원이었다.
한국은 아동청소년 행복 지수가 OECD 국가들 중 거의 꼴지에 가깝다. 또 아동ㆍ청소년기를 학업 스트레스와 성적 스트레스로 엄청난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부모들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에 따라 계급 상승 사다리가 좌우되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 스스로 얼마나 도약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흙수저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결혼해 자녀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다는 믿음은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고용구조 안정화를 약속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 연장선에서 볼 때 울산 글로컬 대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울산 청년들이 글로컬 대학의 실효성을 확인하고 적극 동참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때문에 그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더 채우는 것이 울산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이고, 글로컬 대학의 성공을 보장하는 일이다. 울산은 한국 산업 성공을 대표하는 상징적 도시이다. 따라서 이번 울산 글로컬 대학 선정이 한국의 미래 산업을 어떻게 얼마나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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