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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AM A MODEL 】
- 05 -
by . Lisabella
"나쁜새끼......."
문이 큰소리를 내며 닫힌 후 노엘은 그대로 문을 등에 댄채 주저앉아버렸다.
분함을 이기지못하고 그렁그렁 맺혀버린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노엘은 중얼거렸다.
"나쁜새끼....나쁜새끼!!!!!!"
터져나오는 감정을 어찌하지 못하겠는지 노엘은 발버둥을 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눈물이 또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어떻게....."
".........자유랑 싸웠니?"
대기실 안쪽에서 작고 조심하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일거라 생각하고 울어대던 노엘은 순간 흠칫- 하고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온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들었어. 볼..다쳤다며?"
"아....혜영언니...."
"안에서 들으니, 장난아니게 험악하던데.....왜 울어~"
"언니......"
조용히 다가와, 팔을 벌리는 혜영이었다.
노엘은 그 품에 가만히 안겼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노엘은 혜영의 어깨의 얼굴을 묻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이런 곳에 왔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안그래도 무서운데.....이렇게 되버려서 내가 더 무섭고 아프고 힘든데......그래도 난 지때문에....참고 또 참고...해보려고 하는데........"
"알아...알아..그래. 알아."
"어떻게....어떻게 나한테 그럴수가 있대요....? 어떻게 그 여자 말만 믿고....."
"그러게....못됐다....성자유 못됐다..."
혜영은 가만히 토닥토닥 노엘의 등을 토닥였다.
그에 웅얼웅얼거리며 조금씩 천천히 털어놓던 노엘이 갑자기 혜영에 품에서 빠져나오더니, 벌떡 일어섰다.
덕분에 혜영은 놀라서 가만히 앉아있는 그대로 노엘을 올려다볼뿐이었다.
"진짜 못됐어!!!!!! 성자유 진짜 못됐어!!!!!!!"
분노에 찬 고함을 쏟아내는 노엘.
그리고는 씩씩 거리며 걸어가더니, 의자에 털썩 앉는다.
혜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따라오자, 거울로 빤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있는힘껏 찰싹- 자신의 볼을 때렸다.
"어머!!!노엘아!!!!"
"이노엘, 안아파. 하나도 안아파. 하나도 안아프니까, 넌 할 수 있어."
"노...엘아?"
"언니. 진짜 오기가 생겨요."
"응?"
"저 성자유한테 보여줘야겠다. 내가 어떤앤지.....날 무시하는 성자유한테 보여줘야겠다고. 이대로 화난다고 주저앉으면 오히려 지는꼴밖에 더되겠나....싶어요."
"그래. 근데....이 꼴로, 어떻게 한다니......"
'휴식시간 15분 남았습니다!'
어느세 얼마 안남은 휴식시간을 알리는 스태프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노엘은 그에 표정이 더욱더 진지해졌다. 혜영은 그런 노엘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할수 있어요."
"응?"
"언니, 주제는 1인 2역이라고 했죠."
"그래."
"그렇지만, 꼭 다른 사람이 되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응?"
"주제는 천사와, 타락천사의 1인 2역......타락천사는 타락해서 악마가 되버린 천사를 말하죠. 타락천사도 원래는 천사였어요. 맞죠?"
".....그,그래...그렇지?"
"그리고 주제는 천사와 타락천사를 둘다를 표현하는 1인 2역........하지만 꼭 1인 2역일 필요는 없잖아요?"
혜영은 도저히 노엘의 의중을 파악할수가 없어, 그저 가만히 노엘의 뒤에서서 거울을 통해 노엘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혜영과 눈이 마주친 노엘이 자신감 가득찬 표정으로 씨익- 웃어보였다.
"천사와 타락천사의 1인 1역."
"...........설마."
"그 누구보다 아이같이 순수했던 천사의 타락...........을 표현하는것도 괜찮을것 같지 않아요?"
마치 무슨 재밌는 게임을 하듯 웃어보이는 노엘을 보며 혜영은 멍해져버렸다.
아.....이 아이의 천재성은.....정말.....
성자유, 너 정말 보는 눈 있구나.
혜영은 속으로 감탄을 했다. 이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할 만한 모델이, 과연 지금 프로모델들 중에도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혜영은 그만 푸하하하하- 하고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노엘만 당황해서 혜영을 보았다.
"노엘아, 너 모델 처음이라고 했지."
"네."
"잡지도 잘 안본다고 했지."
"네..."
"모델 이런거 전혀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지."
"네!!"
"근데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거야?"
".........그냥....갑자기 떠오르는데..."
혜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너는 '모델'이다."
"네??"
"아냐. 자자! 우리 늦겠다. 얼른 하자! 어디 너가 하고 싶은대로 맘껏 해봐!!"
"네!!!"
노엘은 신이나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일어서서는 메이크업대에 올려진 가위를 들어 커피얼룩이 진 곳을 난도질 했다. 마치 청바지에 내는 너덜너덜한 그것처럼.
어떤 곳은 살이 보일정도로 난도질 하기도 하고, 어떤곳은 실밥이 아슬아슬하게 살을 가려주기도 했다.
모든 얼룩들이 그런 꼴이 돼자 이번엔 치마 밑단은 아예 주욱- 튿어버린다. 실밥 들이 난무하는 치마의 끝은 듬성듬성 허벅지 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게 되었다. 소매도 쭈욱 뜯어 너덜너덜한 민소매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블랙 펄섀도우를 덥썩 집어드는 노엘.
노엘은 섀도우를 손가락으로 찍어 원피스 곳곳에 문댔다. 그렇게 한참을 하던 노엘은, 갑자기 뚝 멈추더니, 다시 가위를 들어 이번엔 혜영에게 내밀었다.
"왜?"
"여기 등 뒤에 브이자 넥으로 깊게 잘라주세요."
"흐음....그래. 알았어~"
혜영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가위를 움직였다. 과감하게 움직였더니, 가위가 시원하게 노엘의 등을 보여냈다.
"됐다!"
외침과 동시에 만족한 듯 가위를 내려놓고 거울을 보자, 거울 앞엔 왠 만신창이가 된 여자애하나가 서있었다.
"어때, 만족해?"
"네!! 딱 제 생각대로예요."
"대체 요 조그만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길래?"
혜영은 장난스럽게 노엘의 머리를 꽁하고 때리며 웃었다. 그러자 노엘도 마주하며 장난끼 가득한 모습으로 웃는다. 그 모습에서 이 일을 즐거워하는 노엘의 모습이 보인다.
"자 그럼, 메이크업으로 넘어가볼까?"
"네!"
"어떤 스타일을 할까?"
"그게....딱히 다른 스타일이랄거 없이 아까 천사때 했던 메이크업 그대로 해주세요."
"응?"
"1인 2역이 아니라 1인 1역이니까...아까랑 똑같은 메이크업으로 해야하지 않을까요...?"
"음....글쎄....그렇지만 천사때는 그나마 섀도우도 하얗게 번졌고....괜찮았지만, 이번에도 괜찮겠어?"
"언니가 보기엔....좀 힘들거 같아요?"
"음....사실대로 말하면 난 잘 모르겠어."
하며 혜영은 새침스럽게 웃었다.
뭐, 사실이었다. 천사메이크업에 스모키를 한 아이가 완벽하게 천사를 표현해냈다. 그 스모키를 장난스런 천사의 눈매로 살려낸 이 아이라, 혜영은 NEVER, 절대 라고 확정을 지을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과연 타락천사에게도 가능할지는 의문이기는 했다.
혜영의 웃음에 잠시 노엘은 생각에 빠졌다.
심각하게 턱까지 괸채 흐음- 하고 소리를 내는데 아주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다.
혜영은 이런 노엘을 건진 자유가 마구마구 부러워지고 있었다.
"언니언니! 그러면요.....음....아 너무 스모키로 하면 1인 1역으로 표현한지 모를텐데....."
"왜? 왜 그럴꺼라 생각해?"
"메이크업이 달라지면 같은 사람같지 않잖아요. 게다가 스모키는 너무 강해서 제 느낌을 표현하는데 걸림돌이 될것도 같고....."
"흐음?"
"음........음......아 도저히 모르겠어요!!!!!!"
"천천히 생각해. 천천히.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응?"
노엘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가만히 거울속의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디서 진탕 괴롭힘당하고 온 아이의 모습이다. 순결한 백색의 원피스는 어디가고, 이런 더러워져버린 흰색이라니...
어떻게 보면 보기 흉하면서.....보기 안쓰럽기도......하...? 잠깐..
더러워져버린 흰색?
아.....에...아!!
노엘은 갑자기 손뼉을 쳤다. 그리곤
"팬더!!!"
라고 소리를 질렀다.
혜영은 깜짝놀란 심장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갸웃한다.
"팬더?"
"팬더요! 팬더!!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가 번진 팬더!"
"응?"
"더러워져버린 흰색! 타락천사에 딱이죠 딱!"
"더러워져버린 흰색...? 팬더? 그게 무슨 상관있다니?"
노엘은 의자에 앉으며 씨익- 하고 웃었다.
"왜, 드라마보면 그렇잖아요. 남자친구한테 이쁘게 보일라고 풀메이크업을 하고왔는데, 차이면 엉엉 우는데, 왜왜....그그! 막 마스카라랑 아이라이너들이 번져서 난리 나잖아요! 그래서 그 이쁜 화장들이 다 망가지고."
"응..."
"비슷하지 않아요? 지금 제 꼴 딱 그렇잖아요. 분명히 곱고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음이 분명할 아이가, 마치 괴롭힘을 당한듯 엉망이 된, 즉 더러워져버린 흰 원피스를 입고있으니까요."
"아.."
"천사가 타락천사가 되려면 굉장히 힘들었을테죠? 그리고 울기도 했을테죠."
"그렇지!"
혜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동조했다. 그리고는 하하- 기분좋게 웃어버린다.
하여간 똑똑해. 으이긍 으 이쁜이~
혜영은 웃으며 노엘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담거렸다. 덕분에 머리는 헝클어져버렸다.
"으아아- 머리 망가져요!"
"뭐, 어때! 어차피 머리도 이렇게 할 생각아니였어?"
"음, 음. 헤에-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독심술 좀 할줄 알거든."
"에이~"
"어? 못믿어?"
"그럼 제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보실수 있으세요?"
"그럼!"
노엘은 못믿는 눈빛으로 혜영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뜨더니 읽었어요? 아세요? 하며 묻는다. 혜영은 그런 귀여운 노엘을 내려다 보다 고개를 끄떡였다.
"자유 생각했지?"
"......어, 어라."
"자유가 밉다. 근데 은근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어라 복잡생숭하네?"
".....진짜 독심술할 줄 아세요?!"
"하하하. 비밀이야."
혜영은 찡긋하며 웃었다.
노엘은 어버버한 표정이다.
"자자,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이러다 정말 늦겠어. 좋아 그럼 그 팬더메이크업을 어떻게 할까?"
"아, 네! 일단 아까 천사때와 똑같이 메이크업 해주시구요, 그냥 물티슈로 살살지우기도 하고, 제가 울죠 뭐."
"뭐? 울어?"
"네! 요기 상처를 꼬집고 긁으면 저절로 눈물 나겠는데요?"
"설마....너 진짜 그럴생각은 아니지?"
"진짠데....어차피 그렇게 해야되요. 상처를 돋보여야하니까. 이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이 상처거든요."
노엘은 자신의 흉한 화상상처를 가르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혜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상처?"
"네! 그러니까, 상처는 되도록이면 피해서 해주세요. 그리고, 기본 베이스나 파운데이션 이런거는 최대한 자제해주세요. 베이스메이크업은 최대한 적게적게!"
"그래 알았어. 우리 노엘님 말이니까, 뭐."
노엘은 생글생글- 웃다가 메이크업을 위해 화장품을 정리하는 혜영의 모습에 잠시 표정을 굳혔다.
그래,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이렇게 된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리는거야.
뭐? 내 부주의로 이렇게 되버렸다고...?현민희 너도 진짜 어이없지만, 성자유. 너도 진짜너무너무 미워.
근데......고맙기도하다. 날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만나게 해준것을. 그래서.......
노엘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그렇게 예선 1차 오디션의 2번째 미션은 다가오고 있었다.
*
*
*
"이노엘씨! 이노엘씨!"
".......돌아버리겠군."
"이노엘씨! 안계시나요?! 누구 이노엘씨 본사람 없어?"
"왜 안오는거야..."
이 스폰서 노인네들과 꼬맹이들한테 잡혀 차마 노엘을 찾으러 가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에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으며 자유는 계속 왔다갔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쪽 멀리 오디션장안에서는 노엘을 찾느라 난리가 났다.
아직도 메이크업이 안끝난건가. 아님 이대로 기권을 하려는건 아니겠지?
아까 전 화를 내며 대기실로 사라진 노엘이 떠올랐다. 그리고 노엘의 눈물도 함께...떠올랐다.
자유는 다시 떠오른 그 모습에 벽에 머리를 박았다.
어디있는거야 이노엘!!!!
"진짜 안계세요?! 이노엘씨!!!
"네!!네!! 여기있어요!!!"
그때였다.
짜증섞인 스태프의 외침이 다시한번 들림과 동시에 대기실의 문이 기적처럼 활짝열렸다.
그리고 그 곳엔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노엘이 있었다. 어디선가 뛰어왔는지 꽤나 힘들어 보이는 노엘에게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대기실 복도의 환한빛이 역광처럼 몰아치고 자유는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당연한 이치처럼 대기실의 문이 닫혔을때, 촬영장은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자유는 놀라서 뛰어달려나갈듯 말듯한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이노엘.....?"
"후보 24번 이노엘, 여기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신발이랑 스카프 좀 빌려오느라....하아..."
노엘은 있는힘껏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숨에차 마지막 말은 흐릿하게 뭉개지고 말았다.
그러나, 노엘에게 관심집중인 촬영장엔 흐릿한 말도 똑똑하게 들린 후였고, 모두의 놀란 눈은 노엘의 목에 닿았다가 곧 발로 꽂혀버렸다.
"성자유, 니 모델 돌은거 아냐?"
자유는 옆에서 멍하게 묻는 현우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노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노엘의 발은 한쪽은 맨발이었고, 다른 한쪽은 반짝반짝 했지만, 묘하게 낡은 검은색 단화를 신고있었다.
도대체...이게....자유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노엘씨! 어서 오세요!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게 보이지 않습니까?!"
노엘은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다가 저쪽에서 화난듯이 날카롭게 소리치는 연성의 말에 황급히 포토존으로 다시 뛰었다. 이번엔 백이 아니라 흑이다.
"이노엘씨, 정확히 10분 지각입니다."
"죄송합니다!"
노엘은 허리를 깊게 숙이며 사과를 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지각은 프로의 세계에서는 계약 파기예요, 계약파기! 대체 왜 지각하셨죠? 노엘씨의 메이크업은 일찍끝났다고 들었는데요?"
"아니죠, 연성씨. 정확히는 제가 반정도 메이크업을 끝내고 오디션 시작때문에 나머지는 보조에게 맡기고 왔으니, 그리 일찍끝난거는 아니라고 볼수있네요."
"혜영씨! 아무리 직접 메이크업을 담당받은 후보라고 이리 두둔하시면 보기 꼴사납습니다!"
"딱히 두둔이라기 보단 사실을 말한거 뿐입니다만?"
"이혜영씨!"
이크, 이러다 심사위원끼리 싸움나겠다.
노엘은 난감한듯 한쪽눈을 찡그리다가, 싸움을 말리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실은 메이크업은 일찌감치 끝났지만, 이 스카프와 신발을 빌려오느라 늦고 말았습니다."
"...신발?"
"네! 제가 신고온 신발은 도저히 맘에 들지 않아 스태프들에게 물어물어 맘에드는 신발을 찾아다니다보니, 어느세 시간이 이렇게 된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기다리시게 하신 만큼 최선을 다해 촬영하겠습니다!"
"신발을 빌린게.....그거란 말이예요?"
"네!"
"그....헌신발 같은...."
"네!"
노엘은 생글생글 웃으며 밝게 대답했다.
연성은 기가막히다는 듯이 웃었다. 저 아이의 꼴은 대체.....저게 다 뭐란 말인가?
옷은 너덜너덜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엉망이다. 밑단이 뜯겨 훌쩍짧아진 치마길이와 소매가 뜯겨 너덜너덜 민소매가 되어버려 굉장히 분위기가 이거 말하기 뭐할정도였다. 그나마 검은색 스카프가 목과 어깨를 덮고 있어 낳을정도다. 게다가, 저 곳곳에 번지듯 묻어진 검은색은 뭐란말인가?
더 기가막힌건 얼굴이다.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가 마치 눈물에 번진듯 엉망으로 번져 뭉쳐있다. 분명.....저 메이크업은 아까 천사때의 메이크업이었을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번져버린 화장으로 인해 그 형태를 잃어버린건 오래고, 얼굴을 덕지덕지 덮고 있는 상처들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이다.
거기에, 저 맨발과 낡은 신발?
대체 이 아이의 의도는 뭐란말인가.....
연성뿐만아니었다. 촬영장에 있는 모두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전혀 개의치않고 계속 생글생글 웃고있기만 했다.
저절로 사람들의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아, Ian!"
"what's these all things?!(이게 다 뭐예요?!)"
어느세 통역사 없이 성큼성큼 다가온 이안이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다행이 이런 기본적인 문장정도는 노엘도 이해할정도였다.
노엘은 신나서 소리쳤다.
"헤에....these are my chances!(이것들은 제 기회들이예요!)"
"huh?......ha....you..okay. can you do it?(하아?.....하....정말 당신은....좋아요. 할수있겠어요?)"
"sure! I'm ready!(그럼요! 준비됬어요!)"
이안은 자신만만한 노엘의 모습이 좋은지 기분좋게 웃으며 노엘의 머리를 쓰담듬었다.
"아...?Ian?"
"I know you'll do it very well. I'm really sure. because you're the charming model. you have a natural gift of model. I'm really happy to meet you.
(너는 분명 잘할거야. 분명히. 너는 매력적인 모델이니까. 너는 모델의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어. 널 만나게 되서 다행이야.)"
".....뭐래는거야...."
솰라솰라 빠르게 문장을 말하니 이게, 들으려고 노력해도 참...어렵다.
노엘은 결국 작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리고, 혹시나 알아들으려나, 힐끔 올려다보니 이안은 여전히 웃고만있다. 다행이다, 싶어 같이 웃는데.
"I heard what you said~(뭐랬는지 들었는데~)"
"웁스...."
이크, 싶어 노엘이 목을 집어넣으며 장난기 다분한 몸짓으로 움칠하자, 이안이 기분좋게 웃음을 터뜨린다. 노엘도 그 웃음소리에 몸을 제대로하고 같이 웃었다.
"Now, Can I started the taking photographes?! (자, 이제 사진 좀 찍을수 있나?)"
"아! sorry, AMU! ..sure! Let's get start! (죄송합니다, AMU!....네! 시작하겠습니다!)"
노엘은 저쪽에서 날카롭게 주시하는 연성과 혜영에게 꾸벅인사를 하곤 가만히 서서 스카프를 풀었다.
그리고는 맨발인 발목에 두번가량 두르더니 매듭을 짓는다. 그것에 만족한듯 웃던 노엘은 천천히 뒤돌아 흑의 포토존의 계단을 조근조근 오르기 시작했다.
촬영장은 이미 침묵만이 존재하고 있을뿐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계단을 오르던 노엘은 세번째 계단을 오를쯔음 갑자기 삐끗하더니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미끄러졌다.
"노엘씨!!!"
"노엘씨! 괜찮아요?!"
모두가 놀라 노엘의 상태를 살피러 달려오려고 했지만, 놀란듯 카메라를 뗐던 AMU가 다시 카메라를 잡으며 그들을 막았다.
그들은 어리둥절하며 AMU를 보다가 다시 촬영장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말도 안돼....."
...그곳에 노엘은..........이미 타락천사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랬다. 노엘은 일부러 넘어진것이였다.
그 곳에 노엘은 마치 밑에서 누군가가 발목을 감고 있는 검은색 줄을 잡아당기고 있는듯 감겨있는 발을 밑으로 늘어뜨리곤 그 쪽 다리를 힘겹게 잡아당기고 있었다.
몸은 슬쩍 뉘여져 엉망인 원피스는 더 엉망으로 계단에 늘어졌고, 노엘의 표정은 괴로움 가득했다.
AMU는 카메라 셔터를 쉴새 없이 누르며 흥분으로 가득차 움직였다.
노엘은 처음엔 괴로움과 아픔이 넘쳐나는 표정으로 다리를 부여잡고 어쩔쭐몰라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어 움직이는 카메라를 놓치지않고 따라갔다.
그리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니 노려보는 눈빛은...모두가 움찔할정도로 독기가 서려있었다.
"성자유.....너 복 하나는 터졌구만?"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우승은 진이가 하게될거다."
"웃기는 소리하네."
"오빠야 말로 웃기지마!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진이와 전혀 아무런 기초지식 없이 그저 천재적인 모델 feel 만 가진애가 비교가 될것같아? 아무리 천재라도 언젠간 한계에 부딪힐거야."
흥분한듯 불쑥 튀어나와 소리를 빽지르는 현지의 말에 자유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겠지....아무래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다른사람들과는 다르니까.....
그러나....저 아이는....
자유는 타락천사에 푹빠져버린 노엘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가만히 벽에 기대섰다.
내 기대를 언제나 넘어서버리곤 해서 말이지....
"more, more!"
AMU의 흥분된 목소리가 긴장감가득한 촬영장을 울렸다.
노엘은 이번엔 몸을 계단밑으로 움직였다. 스카프으로 묶여있는 그대로 올려두고 몸은 밑으로 내린채 한쪽팔로는 땅을 짚고 한쪽팔은 스카프가 묶여있는 발목을 잡고 얼굴은 카메라를 향했다.
눈은 여전히 독기가 가득하다. 그러나....찌푸려진 미간과, 어느세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그리고, 두눈가득 맺혀있는 눈물이.......언밸런스하다.
"내가...."
카메라 셔터소리만 가득한 촬영장을....작은 목소리가 가르며 울린다.
"내가....내가.....왜 이렇게 괴로워야해....."
이를악문모습과 그만큼 억눌린 목소리...
"나도...날고싶어......나도 날고싶다고!!!!!!!!!!!!!!"
악바친 고함이 촬영장을 크게 흔들었다.
촬영장에 모두는 굳어서 아무말도, 아니 소리도 못냈다.
.......다시 날고 싶은, 그러나 더이상 날지 못하는......타락해버린 천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울렁거렸다.
왼쪽눈에서 눈물한줄기가 볼을 타고 흘렀다.
그러나 그녀의 독기는 풀릴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엘은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러나 검은색줄이 칭칭메여진 저 다리는 움직일수가 없다.
덕분에 다시 무릎을 털썩꿇으며 넘어지고 만다.
아픈기색이 노엘의 얼굴을 스친다. 그리고 결국 눈물이 쏟아진다. 카메라를 노려보는 눈빛이 이제는 독기에 무섭다기보다는....안쓰럽다...
"This is enough! you did enough, Ms.Lee!(이제 됬어요! 충분히 했어요, 노엘씨!)"
보다 못한 AMU가 카메라를 내려놓으며 외쳤을때야, 노엘은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그러나 눈물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퐁퐁 솟아났고, 넘어지면서 부딪힌 곳곳이 까지고 아려왔다.
노엘은, 까져서 피가 맺힌 무릎을 감싸쥐며 인상을 썼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우루루 달려나온다.
"노엘씨, 노엘씨 괜찮아요?!"
"아......아...네.."
노엘은 멍하게 있다 작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노엘의 몸을 살피다가 한마디씩 입을 열기시작한다.
"노엘씨 진짜 멋졌어요!"
"진짜로! 눈앞에 타락천사가 있는줄 알았다니까!"
"아까, 노엘씨가 소리질렀을때는 내가 다 가슴이 아팠다니까..."
"완전 소름덩어리!"
"대박이었어요!"
"노엘씨, 진짜 너무 완벽했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지?"
"네...?"
칭찬의 세례속 노엘은 한 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부축을 해주는 스태프의 말에 멍하게 되물었다.
"왜, 다른 후보들은 그저 무섭고 어두운 분위기만 표현했는데, 타락천사가 다시 날고 싶어할줄이야, 그리고 타락천사가 되버린 그 괴로움에 힘들어 하고 있을줄이야...누가 알았겠어요?"
"아....하하..."
"진짜 노엘씨는 천재같아요."
"아니예요...과분한 말씀을..."
노엘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제 어느정도 걸을수 있게 되자, 스태프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하고는 촬영장을 나서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너무 무리를 했나. 노엘은 욱씬거리는 화상의 상처와,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들이 아려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다가 인사를 위해 몸을 돌리는데,
문득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자유와 눈이 맞았다.
어......아.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거지. 노엘은 가만히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다가, 문득 다시 떠오르는 아까전 그 일에 인상을 쓰며 매몰차게 눈을 돌렸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모두들!"
"노엘씨도!"
노엘의 촬영이 끝난 촬영장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노엘은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지혜를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절뚝절뚝 촬영장을 나섰다.
-
곧 머리가 폭팔할듯...^^;;
아무래도 제가 프로모델도 아니고, 아마추어도 아닌데다....
그저, 한때 모델을 꿈꿧던 놈이라서.....처음엔 괜찮았지만, 점점 한계로 치닫아 가고 있습니다....머엉...
그렇지만 그래도, 글을쓰다보면 저도 놀랄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해요..
음 예를들면 이번 편에 팬더같은?
정말 고민 많이 했거든요.
어떻게 타락천사를 표현해야하나...
아직은 노엘이의 천재성이 아낌없이 발휘되야 하니...이거 정말 기발하고 멋진 아이디어야 하는데....
하며 좌절도하고 머리도 싸매보고 했는데...
시험보는 날 스쳐지나가는 한단어...
팬더-...그래서 이렇게 끝나자마자 키보드를 잡아들었습니다 하하;;
음
몇가지 말씀드릴게 있어요!
일단,
오늘 이야기 중에
'밑단이 뜯겨 훌쩍짧아진 치마길이와 소매가 뜯겨 너덜너덜 민소매가 되어버려 굉장히 분위기가 이거 말하기 뭐할정도였다.'
라는 한 문장이 있었죠?
혹시나 오해하실까봐...덧붙이자면...
이 분위기는...음...그니까....하하...요즘에 많이 일어나는 일어나선 안되는...그런 범죄 있잖아요?^^
그...성...폭....오마나 부끄러워라!!
여,여튼 그런 분위기랍니다. 다들 아시겠지요?^^;;
음, 또 한가지는
포토그래퍼의 대한것인데요!
제 글솜씨가 미숙하고 부족하다 보니..ㅠㅠ
제대로 표현하질 못했는데, 포토그래퍼들은 사진을 찍을때,
움직입니다.
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찍기도 하지만, feel 오는대로 움직이고, 여러방면에서 모델을 찍어내지요.
왜, 무한도전에서 옛날에 달력특집때 박명수가 했던거 그런거 있잖아요?!
갑자기 문득 글을쓰다보니 말씀을 드려야겠다 싶어서요^^
또!
위에 영어 틀린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어도 이해부탁드려용~ㅎㅎ
고럼!
혹시 궁금하신 부분있으면 쪽지나 댓글 부탁드리구요!
(마치 조회수 천의 작가같은 소리들...;;)
감상밥 (냠냠) 주세요!
첫댓글 재밌네요~~
담편도 기대할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