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날에는 빛깔 고운 '신상' 구두 구경하러 성수동으로 간다. 낡고 어수선해서 오히려 익숙하고 정겨운 성수동 구두거리는 공장을 개조한 카페와 갤러리, 공방마다 커피 내리는 향기로 그윽하다. 낡고 빈티지한 느낌은 그대로 두고 톡톡 튀는 감성과 예술적인 상상력으로 설레는 곳, 성수동에서 두근두근 매력 넘치는 카페 다섯 곳을 찾았다.
봄날의 오후처럼 달콤한 레필로소피의 카페라테
추억과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만나는 즐거움, 성수동 골목
성수역부터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가 있는 서울숲역까지 이어지는 카페 골목은 사실 카페 골목이라고 부르기에 어설프다. 1970년대부터 성수동에 들어선 인쇄소나 철강, 봉제, 수제화 공장 등 낡고 오래된 공장이 대부분 남아 있고, 카페가 띄엄띄엄 이어지기 때문이다. 카페 골목에서 만나는 성수동의 랜드마크, 대림창고는 1970년대 정미소로 사용되었던 붉은 벽돌 건물은 그대로 두고 실내 공사 중이다.
카페로 변신한 가게들도 공장과 상가의 외관은 최대한 유지하며 개조했기 때문에 성수동 골목의 편안한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는다. 혹여 새로 지은 건물이라도 원래 공장에서 쓰던 가구와 집기를 그대로 활용해 빈티지한 분위기를 지키는 미덕을 보여준다. 500여 개 수제화 공방과 매장이 여전히 구두거리의 명성을 유지하는 곳, 성수동에서 봄날 햇볕을 밟으며 느릿느릿 걷다가 추억과 예술과 문화의 향기를 만나는 즐거움은 특별하다. 커피보다 진하고 봄꽃보다 향긋한 성수동 골목 산책은 성수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예술 행사와 패션쇼 장소로 사랑받던 대림창고는 지금 수리 중
조명이 아름다운 복합 문화 공간, 자그마치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건너편 인쇄소가 있던 자리에 복합 문화 공간 '자그마치(zagmachi)'가 보인다. 입구에 있는 붉은색 'Z'가 빨간 철제 의자와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자그마치의 입구, 감각적인 이니셜 'Z'가 눈길을 끈다.
자그마치에 들어서면 꽤 널찍한 공간인데도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실내공간을 적절히 빛과 어두움으로 구성하는 조명 덕분이다. 예전 인쇄소에서 사용하던 선반이나 도면함을 실내 장식에 그대로 활용해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렸다. 디지털 조명 갤러리 겸 이벤트 홀로 쓰이는 '자그마치'는 전시가 있을 때마다 공간 활용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준다.
[왼쪽/오른쪽]실내조명이 아름다운 자그마치 / 인쇄소에서 사용하던 도면함을 전시 공간에 활용했다.
사과와 비트, 레몬즙을 섞은 레드라이트에 레드벨벳케이크 한 조각은 가장 사랑받는 메뉴. 천연 과일 주스는 케이크의 열량 고민을 덜어줄 만큼 건강한 맛이다.
촉촉한 레드벨벳케이크와 천연 과일 주스, 레드라이트
즐거운 판화 공방에서 라테 한 잔, 카페 페이퍼크라운
자그마치 건너편으로 보이는 '카페 페이퍼크라운'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순수 판화 예술 교육과 실습을 할 수 있는 판화 공방 겸 카페다. 주중에는 모든 판화 기법이 가능한 파인 아트 수업이 있고, 주말에는 캘리그래피와 실크스크린, 판화 취미반을 운영한다. 희귀한 판화 에디션을 매달 바꿔가며 전시하고, 판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카페 수익금은 공방 운영비로 쓰여서, 비영리와 영리가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향기 좋은 그린티라테와 달콤한 초코라테가 예술적인 공방 분위기에 부드럽게 어울린다.
[왼쪽/오른쪽]따뜻한 실내장식이 편안한 카페 페이퍼크라운 / 카페 오른편에 마련된 판화 공방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꽃과 재즈, 영화가 있는 문화 공간, 레필로소피
육중한 철문을 밀고 들어서면 시원하게 뚫린 2층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카센터를 개조해서 만든 널찍한 공간에는 플로리스트의 꽃과 음악가의 작업실, 바리스타의 커피 향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널찍하고 여유로운 공간은 개인 작업하기에 좋다.
비정기적으로 재즈 연주회가 열리고, 영화와 인문학 수업을 하며, 기타 수업과 플라워 클래스가 진행되는 '레필로소피'는 일상의 철학이나 예술적 영감을 전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 메뉴 바닐라라테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으로 시럽과 파우더를 만들어 진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왼쪽/오른쪽]카센터를 개조해서 만든 높은 천장이 시원하다. / 주방의 2층은 음악 작업실과 전시장으로 꾸몄다.
사진 전시 보며 커피 마시기, 갤러리 카페 사진창고
저 멀리 페인트가 덕지덕지 벗겨진 하얀 건물이 보인다. '갤러리 카페 사진창고'와 이웃한 스튜디오다. 오래된 격자무늬 창과 낡은 건물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풍경 속에 카페 입구, 허름한 가구와 녹슨 창문틀이 정겹게 어우러진다. 사진창고는 생긴 지 2년밖에 안 되었지만, 사진 동호회의 젊은 작가부터 유명 작가까지 신선하고 개성 있는 전시가 열려 사진 마니아에게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빈티지한 매력으로 사랑받는 갤러리 카페 사진창고 입구의 자리
낡고 오래된 가구로 꾸며진 실내는 예술적인 느낌이 충만하고, 각양각색의 중고 의자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신선하다. 빨간 컨테이너를 개조한 주방에서 끓여주는 신선한 아메리카노 외에 딸기가 톡톡 씹히는 딸기라테, 부드러운 스위트망고도 인기 있다.
[왼쪽/오른쪽]꾸준히 이어지는 사진 전시를 보러 오는 손님이 많다. / 향이 좋은 빈트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진창고
숲에서 마시는 향긋한 꽃차, 카페 푸르너스가든
서울숲 옆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 뒤에 있어 작은 서울숲으로 불리는 '카페 푸르너스가든'은 서울숲을 산책하고 차 한 잔 마시기 좋은 공간이다. 조경 회사에서 운영하는 정원 콘셉트 카페답게 사시사철 푸른 숲 속에 피어나는 꽃이 볼 만하다. 카페에 앉아 감미로운 꽃차를 마시면 도심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한적하고 평화롭다.
향긋한 재스민 꽃차
카페 한쪽에는 정원 조경 관련 서적이 가득한 가든 자료실이 있어, 정원 꾸미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카페 입구 테라스에 놓인 원목 테이블은 숲이 푸르러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왼쪽/오른쪽]실내도 원목 테이블과 의자로 꾸며져 숲 속에 있는 느낌이다. / 정원 조경 관련 서적이 가득한 가든 자료실
여행정보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88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1시
- 휴무 : 명절 당일
- 메뉴 : 레드라이트 8000원, 레드벨벳케이크 7500원
- 문의 : 070-4409-7700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87
- 영업시간 : 오전 8시~오후 10시
- 휴무 : 명절 당일
- 메뉴 : 그린티라테 4500원, 초코라테 4500원
- 문의 : 02-547-5954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65
-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11시(주말 오전 11시~오후 11시)
- 휴무 : 명절 당일
- 메뉴 : 카페라테 4500원, 바닐라라테 5000원
- 문의 : 02-466-8082
- 주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 26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 휴무 : 명절 당일
- 메뉴 : 딸기라테 4500원, 스위트망고 5000원
- 문의 : 02-461-3070
- 주소 :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46-9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30분
- 휴무 : 명절 당일
- 메뉴 : 재스민 꽃차 9000원, 영양주스 6500원
- 문의 : 02-544-5674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