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옥이 만났다. 거의 20년 만에..
지난 주에 전화했을 때 올해가 가기 전에 보자 했는데,
또 그렇게 말만 하고 지나가 버릴 수도 있었는데,
현옥이 어제 전화하여 오늘 낮에 시간 된다고 어떠냐 해서
서로 비는 시간인 점심시간 맞춰서 봤다.
20년이라... 그렇게 된 것 같진 않은데,
따져 보니 거의 그렇겠다.
(전화는 몇 년에 한 번씩 하기도 했지만)
현옥인 고등학교(휘경여고) 동창..
2학년 때 내가 서울로 전학 와서 한반이었는데,
3학년 때도 같은 반 되었지. 앞뒤로 앉았고.
현옥인 은경이하고 짝이었고. 그렇게 셋이서 잘 어울렸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구선 살기 바빠(?) 그닥 자주 만나지도 않고.
그리고 현옥이, 대학 졸업하자마자 빨리 결혼해 버려 더 그랬는지..
내 졸업식(대학) 때, 그리고 은경이 결혼식 때 셋이 만난 게
마지막이었나 보다.(은경인 나중에 신혼집에 혼자 찾아간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고..)
그래도 가장 늦게까지(고교 동창 중) 연락하고 지낸 친굴 텐데도..
20년이라..
....
그래도, 그 세월이 흘렀어도
별로 변한 건 없는 것 같다.
마른 것도 그대로고, 말투며, 모든 게..
서로 그랬다. 모습이 그때 그대로라고, 여학교 때..
(그럴 리야 있겠냐만은.^^)
명동교자에서 칼국수 먹고,
(여고 졸업하고 처음 현옥이가 델꼬 간 곳,
그래서 알게 된 곳.. 그땐 '명동칼국수'였는데..)
스타벅스 가서 차 마시고,
(현옥인 스타벅스 처음이라네. 우리 또래 아줌마들은
만나면 꼭 거기 한번은 가고 싶어하더라..^^)
옛날 얘기, 예전 친구들 얘기, 식구들 안부,
지금 사는 얘기..
차 한 잔씩 앞에 놓고 두 시간 이상 떠들었다.
내년에 고3 엄마 되는 현옥이..
딸 하나에 아들 하나, 남편이 꼬박꼬박 벌어다주는
돈만으로 감사하며 자식공부시키고, 식구들 챙기며
그냥 그렇게, 큰 욕심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
40대 아줌마..
(목동에 살고 있다는데, 한번 가봐야지.)
담엔 은경이도 같이 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11.20)
<만남 둘>
지지난 주 일요일엔
예전에 한직장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만났다.
한 10년 만에 만나는 거다. 그 일 끝내고 뿔뿔이 흩어지고 난
담엔 처음 보는 거니...
(물론 그 사이에 만난 사람도 있지만, 거의..)
'설화(이야기꽃)'라고, 100권짜리 한국현대문학전집 펴내려
만든 회사라, 일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만 모여 일한
계약직들이었다. 그래서 일반회사와는 분위기가 좀 달랐지..
다들 경쟁 없이 편하게 다닌 곳이었을 거다.
그전 회사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도 있었고, 거기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었고..
그날 나온 사람은 영화언니, 희영씨, 명재씨, 신자씨, 보영이,
그리고 애자씨와 딸내미 예하.
다 치면 10명은 넘었지만, 전산과 총무일 보던 사람 빼면
편집팀은 거의 다 나온 셈.. 10년 만에, 그것도 며칠 사이에
연락한 건데도 많이 나온 거다.
인사동에서 만나, 궁이라는 개성만두집에서 점심 먹고,
인사동 길 지나 국립박물관까지 걸어갔다. 두셋이 짝을 지어,
가을을 밟으며..
박물관 입구 벤치에 앉아 사진도 찍고, 조금 앉아 있다 나와
경복궁 길, 경복궁 맞은편 길로 건너 삼청동 방향으로
걸어가며 찻집 찾는다.
정독도서관 길로 틀어 조금 올라가니, 예전 한옥집 그대로인
찻집 있다. 들어가니 자그마한 뜨락이 옛날 한옥집 그대로고,
걸터앉기 좋은 나지막한 마루엔 드르륵 여닫이 창문.. 그리고
대문 앞엔 사랑방 같은 문간방 만들어 놓았고.
겉보기완 달리 전통찻집은 아니었고, 커피 위주의 차와
식사도 몇 가지 준비되어 있는 집(이름은 잊어먹었다)
영화언니는 늦게 와 점심 못 먹었기 때문에 김밥과 우동 셋트
시키고, 딴 사람들은 커피들 시켰다. 난 영화언니 맞은편에
앉아 뜨뜻한 우동 국물이랑 유부초밥도 하나 얻어먹었다.
영화언니..와도 진짜 오랜만이다. 예전 직장(설화 전)에서
같이 일했고, 게중에서는 가장 오래 같이 일한 사람인데..
아, 그전에 출판대(학원) 다닐 때부터 친하게 지냈으니,
언니하고는 15년은 넘게 알고 지내는구나..
(요즘 통 연락 안 해서 그렇지..)
밥 먹으며 커피 마시며 계속해서 수다가 이어진다.
급기야는 그집 분위기에서 튀게 넘 떠드는 바람에 옆자리
손님들한테 눈총(?) 받았지. 역시 아줌마들이라니..^^
사람이 많아 가까운 데 앉은 사람끼리 얘기 주고받다 보니,
두어 팀으로 갈려져 얘기들 나누게 된다. 주제도 주제겠지만..
난 영화언니랑 주로 많이 얘기했다. 아무래도 서로 통하는
데가 많으니..
4시 좀 지나 찻집에서 나왔다. 다들 아줌마들이라(아직 어린
아이들이 있기도 하고) 저녁밥 챙겨 주러들 가야 하니까...
안국역에서 헤어져 각자 차 타러들 가고, 신자씨 인사동에
볼일 있다 하여, 영화언니랑 셋이서 인사동 길 걸으며
자그만 물건들 구경하고 사기도 하고.. 사주기도 하고..
(희영씬 아까 길에서 늘어놓고 파는 이쁜 수첩 몇 개 사서
하나씩들 선물로 나누어 주었지.)
그러다 보니 해는 지고 어둑해져 버렸다. 난 괜찮지만,
두 사람은 애들도 그렇고, 집도 안산이라 먼 편이니..
그래도, 인사동 명물인 옥수수 호떡은 먹고 가겠다고
줄줄이 긴 줄 끝에 서서 10분도 훨씬 넘게 기다려 하나씩
들고 먹으며 걷는 모습이라니..(서로 쳐다보며 웃을 수밖에..^^)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두 사람과 헤어졌다.
난 5호선, 영화언니랑 신자씬 3호선 쪽으로...
*****
한 주 사이로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 그러면서
연락 안 하고 지낸 지 꽤 된 사람들.. 많이 만났다.
10년, 20년.. 만에..
근데, 별루 변한 건 없는 거 같다.
겉모습이야 변했겠지만..
사실 그것도 별로 바뀌지 않았더라.
서로 자기만 늙었다고 그랬지만, 그거야 뭐
세월따라 변하는 자연스런 현상.. 모습, 분위기는
그대로두만. 그리고, 대화의 내용도 말투도, 관심사도
그대로라는 거.. 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또 한번 실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