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결투 2
뜻밖의 제보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추적자의 소재를 알아 낸 것이다. 그렇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들의 그물을 피해 다닐 수 있다는 소득도 있지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몇 번이나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 자신이 쫓기는 이유는 남북 회담장 테러 때문이다.
만일 자신을 쫓는 특수 기관원들을 거꾸로 치고 들어가면 회담에 대한 정보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바보처럼 멍하니 서 있는 백수웅을, 이성구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나? 자네를 체포하기 위해 특별수사대가 조직되었으리라는 걸 "
"고맙네. 그래, 정말 사표 낼 건가? 조용한 자네 고향으로 나를 한번 초대하겠다던 옛 말이 생각나는군.
자, 그럼 여기서 헤어지세, 나 먼저 가네."
백수웅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번개같이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좁디좁은 산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백수웅.
도심을 향해 치닫는 그의 입가에 머무는 승리의 미소. 그토록 집요하게 추적하는 적들의 진지를 알아 냈다.
이성구에게 고마웠고, 섣불리 그를 의심한 것이 부끄러웠다.
사표를 내고 시골로 낙향하겠다는 결심이, 그 자신에게는 마음 편할지 모르나,
백수웅에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금세 잊어버렸다.
이제부터는 정면 돌파를 감행할 것이다. 만난 일 없는 그 머리좋은 추적자에게 쫓겨 다녔지만,
앞으로는 역공을 취할 것이다.
숙소로 돌아온 백수웅은 일본에서 가져온 최신 플라스틱 가방에서 시한 폭탄 뇌관과
잡다한 용품들을 꺼내 비닐 봉투에 옮겨 담고 가방 속에 신문이며 책, 내복 따위 들을 넣었다.
산뜻하게 이발을 한 후 양복으로 갈아 입었다.
검은 콧수염은 백수웅을 틀림없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역시. 일본에서 훔쳐 온 가짜 여권을 꺼내 포켓 깊숙이 넣었다.
반도 호텔을 향하는 그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반도 호텔 로비는 일본 관광객들과 임대 사무실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백수웅은 가방을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변호사 사무실, 양복점, 여행사 따위의 간판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306호. 이성구가 알려 준, 자신을 체포하기 위한 특별 수사대 사무실이 보였다.
'대륙 상사(大陸商社)' 라는 간판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전화번호도 적혀 있지 않고, 문도 열려 있지 않았다.
창문마저 커튼이 잔뜩 드리워져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백수웅은 306호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 갑자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두 사내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이 갑작스러운 낯선 방문객을 보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야?"
짧게 깎은 머리에 검은 콧수염, 산뜻한 베이지색 싱글에
최신형 007 가방을 든 폼으로 보아 틀림없는 일본인이었다.
"나, 도쿄 가마모토입니다. 데이진(帝人)상사 상무입니다.
여기 대륙 물산 주식 회사 맞습니까? 간판 보고 혹시나 해서 들어왔습니다."
백수웅이 웃으며 유창한 일본말로 말했다.
그리고 윗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일본놈 아냐!"
한 녀석이 의자에 다시 앉으며 손을 휘저었다.
"노-- 오, 노오 나가, 나가라구."
백수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둘러보고는 뒷걸음질쳐 빠져나왔다.
그는 호텔을 나와 눈에 띄는 다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등에 식은땀이 홀러내렸고, 다리가 후들거려 잠시도 서 있을 수 가 없었다.
의자에 앉으며 나가라고 손짓하던 사람, 단단한 몸매에 가죽 잠바를 입은
그 사내 얼굴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틀림없어. 책임자는 아니지만, 기관원 하수인들이야. 그런데 그 자식, 그 자식이 거기 있다니 "
물컵을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 물이 넘쳐 흘렀다. 반도 호텔 306호실에서 보았던 그 사내.
1964년 6월, 자신을 담당했던 그 악바리 형사가 틀림없었다. 고통과 치욕을 주었던 그 형사.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그 사내가 거기에 버티고 앉아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복수하고 말겠어. 그리고 녀석의 입을 이번에는 내가 열게 하겠어.
나를 체포하려는 이유가 뭐냐. 너희들 지휘자는 누구냐, 지휘자의 배후 인물은 누구냐.'
앉아 있던 백수웅이 커피도 마시지 않고 다시 튀어나갔다.
튀어 나가면서도 자신의 흥분을 억제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다.
'백수웅, 흥분하지 마. 자칫하면 이성을 잃는 수가 있지. 침착하지 않으면 실수하는 법이라구.
지금까지 잘 참아 왔잖아. 게다가 하늘이 녀석을 내 앞에 갖다 놓은 거야. 그러니 제발 진정하라구.'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몇 날 몇 밤을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폭언과 린치를 가했던 그 악바리,
8년 동안 잊을 수 없었던 얼굴을 반도 호텔에서 만나게된 것은 결코 우연일 수가 없다.
'그래, 하늘이 날 돕기 시작했어.'
백수웅.
자기 통제에 그토록 엄격한 이 사내도, 8년 전 자신을 담당했던 형사의 얼굴을 본 후로는
들뜬 가슴을 제어하는 데 무척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날이 저물도록 술도 마셔 보고 영화관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반도 호텔로 뛰어들어가 녀석의 심장에 칼을 박아 대고 싶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미친 개처럼 거리를 배회하던 백수웅은,
종로 1가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섰다.
저 쪽에 스타다스트 호텔이 보였는데, 당연히 밝은 불빛이 비쳐야 할
스타 바가 어둠에 잠겨져 있었다.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7시. 6시면 오픈을 하고, 5시면 이미 불을 켜 놓는 서지아다.
골목에 몸을 감춘 채 30분을 더 기다려 보았다. 그래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가 호텔로 들어섰다. 스타 바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코너를 돌아 호텔 로비로 걸어가 프런트 맨에게 물어 보았다.
"저 쪽 바, 문 몇 시에 열죠? 거기 단골 손님인데 오늘은 문이 안 열렸군요."
"일본 단골 손님인가요?"
"그렇습니다만 "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어 임시 휴업한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에 꼭 들러 주십시오."
백수웅의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추리가 적중했다. 기관원들이 서지아를 끌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밤 그들은 서지아를 미행한 것이 틀림없다.
만일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체포당했거나
숙소인 무허가 하숙집까지 미행당했을 것이다. 위기는 모면했지만,
지금쯤 서지아는 그들로부터 엄청난 고통을 당할 것이다.
백수웅은 서울역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기서 양복을 작업복으로 바꿔 입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미 짜여진 각본이 있었다. 적당한 선에서 숙소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라고 일러 두었다.
그리고 연행되는 날은 스타 바의 영업을 중지하라고 말해 두었다. 오늘 밤이 그 날이다.
특별 수사대는 오늘 밤 틀림없이 이 숙소를 공격해 올 것이다.
백수웅은 무엇인가 부지런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밤 10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 날은 모두가 흥분에 들뜬 날이다.
흥분이 아니라 그것은 치욕적인 악몽이었고 참담한 대실패였다.
허열은 벌써 담배를 다섯 개비나 연달아 피워 대고 있었다.
눈앞에서 고문당하는 서지아를 바라보면서도, 아직도 울화통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놓치다니... 바로 10여 미터 코앞에서
"말해. 그 녀석 어디 숨었어?"
형사 하나가 서지아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몰라."
"몰라?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알기나 하고 하는 짓이야?
어젯밤 너희들 어디 있었어? 같이 있었잖아."
처음에는 조용히 타일렀다.
"네가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 사내를 사랑한다면 당국에 인계하라. 잘못이 없다면 석방시켜 줄 것이며,
너희들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말해라."
하지만, 서지아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서지아에게 협박을 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적당히 타이르면 백수웅이 숨어 있는 장소를 말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는 완강했다.
"몰라. 난 아무것도 모른다구."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 양동의 무허가 하숙집을 불어 버리면 백수웅은 도망칠 시간이 없다.
날이 저물고 어둠이 몰려오고 자정 이 가까워 오도록 스타 바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백 수웅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가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형사들이 금호동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호텔에, 오늘 하루 임시 휴업한다는 연락은 해 놓았지만,
백수웅이 알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말해!"
"모른다니까. 이래도 되는 거야, 선량한 시민을?"
"선량한? 선량 좋아하네. 그 녀석 빨갱이야. 빨갱이와 접선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자, 조용히 얘기하자구."
허열은 팔짱을 낀 채 이들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이 여인은, 말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사람 입을 열게 하는 데는 이들만한 전문가도 세계에 몇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치밀한 녀석이 이 여자가 알고 있는 숙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다.
'벌써 숙소를 옮겼는지도 모르지. 만일 아직도 머물러 있다면 생각한 것보다는 바보일 테고.'
하지만 지금은 이 여인을 다그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말하라니까.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하고 버티는 거야?"
"그렇다고 모르는 걸 말할 수는 없잖아!"
그것은 항의가 아니라 발악에 가가운 저항이었다.
12시 15분 전 오토바이 사내와 함께 증발해 버렸다면,
백수웅과 서지아가 함께 밤을 보냈다는 뜻이다.
여관이나 호텔을 이용했다고 해도 함께 밤을 보낸 장소는 있을 것이며,
조심 많은 그 녀석이 위험 부담을 안고 숙박업소를 이용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욕지거리가 들려 왔고, 이어서 여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 왔다.
백수웅을 감추려는 서지아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어떻게 몸을 조이는지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 같다가도,
그들이 손만 놓으면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몸에 상처 하나 없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은 끝없이 이어져 갔다.
세 시간이 홀렀는지 네 시간이 흘렀는지 도무지 감각이 없었다.
'그래, 죽여라. 밤이 되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니까.'
"웃어?"
서지아를 심문하던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허열을 바라보았다.
고문을 당해 발광하던 여자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떨어뜨렸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지독한 년이군. 물 끼얹고 다시 시작해."
허열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 여자 입 하나로 그 엄청난 테러를 막게 될지도 모른다.
테러까지야 못 가겠지만, 백수웅 체포나 사살은 자신의 장래를 보장하는 보증 수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여인은 굴욕도, 엄청난 대가 제의도 모두 참고 거절했다.
형사 하나가 머리에부터 물양동이를 들어부었다. 서지아가 경련을 일으키며 머리를 털었다.
허열은 천천히 일어나 여인에게로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돈도 제법 벌고 생긴 것도 꽤 쓸 만한 여인이, 왜 그런 녀석 때문에
이 따위 고통을 감당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서지아 씨,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대접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서지아는 겨우겨우 눈을 떴다. 턱을 받쳐 든 젊은 남자의 손목에 시계가 있었고,
바늘은 어느 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더 지탱할 체력도 없었지만,
이 정도 시간이라면 말해 주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차라리 이들이 지금 습격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만일 통행금지 시간이 된 뒤에 공격하면,
백수웅은 도망칠 길이 없을 것이다.
서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입술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형사 하나가 손의 수갑을 풀었고, 컵의 보리차를 입에 넣어 주었다.
"어디지?"
성질 급한 형사가 다시 턱을 움켜쥐며 물었다.
"양 양동 도큐 호텔 뒤쪽 사진관 뒷집 한옥 무허가 하숙집. 거기 있어."
"야, 김 순경!"
"네."
형사 하나가 고함을 지르자, 정복 순경이 들어왔다.
"이년, 수갑 채워서 골방에 넣어. 우리가 올 때까지 감시 잘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대답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허열과 사복 형사는 주차장으로 달려 나갔다.
이 여인이 백수웅의 위치를 말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 자식, 사창굴에 숨어 있었군요. 남대문 경찰서에 무전 칠까요? 병력 동원하라구요."
"안 돼!"
"검사님과 저만으로는 위험할 텐데요."
"극비 작전이야. 사전에 지시했잖아. 녀석 체포는 물론 서울 출현조차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
더구나 기자들이 알아서는 더욱 안 된다구. 이건 내 개인 일로 생각하라구."
이유는 알 수 없다. 비공개 수사 지시에 따르는 방법밖에 없다.
비공개 체포 지령은 적어도 중앙정보부 수뇌에서 내려온 것이다.
남성우 형사는 입을 다문 채 지프를 몰아 치안국 광장을 빠져 나왔다.
백수웅을 부산 부두에서 한 상선에 옮겨 실을 때 참여했던 장본인이었다.
그 때도 모든 것은 극비 사항으로 움직였다.
그 사내가 누군지, 왜 상선을 이용해 일본 땅에 버려야 했는지 몰랐는데,
그가 다시 나타나 그를 체포하기 위한 특수대에 편입 될 때도 역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공개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욕까지 얻어먹기도 했다.
"녀석을 사살하지는 말아. 녀석과 부딪치게 되거든 허벅지나 팔 뚝 같은 곳을 사격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만 하면 돼. 나머지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허열 검사도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총알을 장전까지 해 놓고도 놓쳐 버린 지난 밤의 실수를 생각하면,
오늘 밤은 이 총구가 반드시 한몫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허열을 태운 검정색 지프는 광화문 도로 경계 화단을 유턴하여 남대문 옆 도큐 호텔 을 향해 달렸다.
공개 수사. 이것은 최상의 방법이다. 비록 8년 전 사진이기는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백수웅의 사진만 해도 한두 장이 아니다.
가장 질 좋은 사진을 확대하여 전국에 뿌려 놓으면, 그 녀석은 오갈 데 없는 독 안의 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범호 회장이나 남북 회담 당사자인 이후락 정보부장까 지도,
공개 수사에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었다.
공개 수사는커녕, 백수웅의 과거에 대한 의문조차 알지 못하도 록 모든 정보를 차단시키고 있었다.
한낱 대학생에 불과하던 백수웅에 대한 지나친 예민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번 사건 내막은 아무래도 김종필 국무 총리보다도 이후락 정보부장이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허열은 가슴의 권총을 만져 보았다. 정보부장이 직접 하사한 것이다.
권총까지 선물하며 녀석을 없애 줄 것을 당부했다.
그것은 단지 자기 자신을 테러하려는 테러리스트 제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엄청난 테러 작업을 저지시키는 것은 국가의 1급 공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큰 의미는, 노범호 회장과 이후락 정보부장 두 분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보너스가 있다는 것이다.
장인 어른인 노 회장의 말대로, 노 회장과 이후락 정보부장이 밀어 준다면
10년이나 15년 후에는 적어도 이 나라의 제2인자나 제3인자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
그것은 좀더 세월이 흐른 뒤 대권 을 움켜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이후락 정보부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완벽한 오른팔이고,
이후 대권을 승계받을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려 져 있다.
물론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현 국무총리 김종필,
야당 지도자 김영삼.김대중 같은 정치가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이 누구에게 자기 의자를 넘겨 주느냐 하는 결심인 것이다.
아직은 30대 초반이지만, 길게 20년을 내다보며 뛰어야 한다.
지프는 어느 새 도큐 호텔 앞에서 멈추어 섰고, 허열의 가슴 부푼 보랏빛 꿈도 여기서 깨어났다.
"도착했습니다."
남 형사가 핸들을 놓고 정신 없이 뛰어내려 차 문을 열어 주었다.
허열은 차에서 내리며 시계를 보았다.
"10시 40분입니다."
미리 시계를 보아 두었는지, 남 형사가 재빨리 대답했다.
"가서 위스키나 한 잔 하자구."
"술을요?"
"그럼 지금 쳐들어갈 생각이었나? 통금이나 되어야지. 그래야 녀석이 꼼짝도 못 하지."
두 사람이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호텔 좌측의 '카사노바'양주 코너로 들어가 어두운 구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자, 한 잔 마시구 있으라구. 곧 올 테니."
앉아 있던 허열이 술을 주문해 놓고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디 가시게요?"
"음 현지 답사 좀 하고 올 테니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구."
그리고는 총총히 걸어 나갔다.
도큐 호텔을 빠져나온 허열은 남대문 경찰서에 부탁해,
양동일대의 파출소 순경들을 모두 철수시켜 버렸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경찰측에서 나서지는 마시오.
총성이 울리거나 주민들의 신고가 있더라도 개입하지 마시오.
중앙정보부의 특수 훈련이 오늘 밤 양동 일대에서 벌어집니다."
중앙정보부의 대 간첩 특수 훈련이라면 경찰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경찰서장에게 보고가 올라갔지만, 서장이 감히 중앙정보부 행사에 간섭할 위치는 되지 못했다.
인근 파출소 직원들이 야간 담당 순경만 남겨 놓은 채 모두 철수했다.
관할 경찰서와의 협조를 끝낸 허열은, 자정까지의 남은 30분 동안 양동 일대를 돌아보았다.
싸구려 화장품 냄새가 역겨운 밤 거리 여인들이,
허열을 팔뚝을 잡아 끌기도 하고 강제로 방에까지 끌고 가기도 했다.
마침내 12시가 되었다. 허열은 그 때서야 도큐 호텔에 모습을 나타냈다.
호텔이 문을 닫아, 남 형사는 호텔 돌층계에 웅크리고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지?"
"아, 아닙니다. 12시가 넘었는데 지금 공격할까요?"
"아냐, 따라와."
서지아가 말했던 무허가 한옥 하숙집, 밤 거리 여인들과 노무자들이
마치 벌집처럼 밀집된 작은 방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큐호텔에서 급경사로 된 층계를 밟고 내려가면 허름한 사진관 하나가 나오는데,
그 한옥은 사진관 바로 뒤쪽에 있었다.
골목에는, 12시가 넘었는데도 술에 취한 고객들을 잡기 위해
몇몇 창녀들과 펨프 여인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그들 틈을 비집고 가로질러 걸어가,
이 일대를 관할하고 있는 양동 파출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두 시간이나 앉아 있었다.
남 형사는 몸이 근질거려 견디기 힘들었지만, 허열은 의자에 앉아
두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마침내 새벽 2시 30분이 되었다. 이 시간이면 백수웅이 깊이 잠들어 있거나,
아니면 밤 여인이라도 불러 신나게 그 짓거리를 해대고 있을 시간이다.
"일어나지."
파출소 순경의 요란한 거수 경례를 받으며 두 사람은 파출소를 빠져나와 골목으로 나섰다.
골목은 쥐죽은듯 조용했다. 정부에서 허락해 준 극빈자를 위한
포장 마차 몇 대만이 새벽 장사 준비를 하고 있을 뿐, 살벌한 통금 시간을 위반하며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문제의 한옥집 앞에 이르렀다. 허열의 얼굴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얕볼 사내가 아님을 그는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허열은 권총을 허리춤에 꽃고, 낡아빠진 색 바랜 공중 전화기에 동전을 넣었다.
다이얼을 돌리자 신호가 울렸다.
"누구야, 밤중에 "
소란스러운 밤 생활에 지친 한옥 주인이 수화기를 들었다.
"누구쇼!"
"남대문 경찰서 형사계장이오."
"네? 형사계장님?"
한옥집 주인은 잠이 확 달아났다. 경찰서라면 약점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다.
"조용히 해요. 불순 분자가 그 집에 침투해 있으니, 눈치채지 못하게 대문을 열어 놓으시오.
총성이 나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하시오."
한옥집 주인은 겁에 잔뜩 질렸다. 불순 분자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이다.
"누, 누구죠? 어떤 녀석이죠?"
"잠깐 밖으로 나오시오. 우리는 지금 당신네 집 문 앞에 있으니까.
조용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행동하시오."
집주인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떨려왔다.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뚱뚱한 아내의 몸뚱이를
조심스럽게 건너뛰어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건장한 두명의 남자가 보였다.
그들이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여기 혼자 있는 남자 있죠?"
"네, 있습니다. 백 인수라던가, 젊은 사내아이죠. 꽤 점잖던데."
허열이 수첩에서 백수웅의 사진을 꺼내 보여 주었다.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끝방에 두 달 계약으로 들어 있는 청년 모습이 틀림없다.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 보겠다며 무작정 상경했다는 그 얌전한 청년이었다.
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이 불순한 놈인가요? 빨갱이인가요?"
"그렇소. 어느 방이오?"
"저 쪽 끝방입니다. 지금 자고 있을 겁니다. 자정이 되기 전에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거든요."
소곤거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끝이 났고, 주인 남자는 문을 열어 놓고
나올 때처럼 고양이 걸음으로 되돌아갔다. 주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허열과 남 형사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조심해, 재빠른 녀석이니까."
허열은 남 형사를 대문 뒤에 숨도록 지시한 다음,
백수웅의 방을 향해 살금살금 기어갔다. 방 안의 전깃불은 꺼져 있었다.
밖에는 그의 신발인 듯싶은 낡은 갈색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방문 앞에까지 다가간 허열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번개같이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조용했다.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갔는데도 방 안은 아무런 반응도 보여 주지 않았다.
천장의 백열구 전등 스위치를 돌려 불을 켰다.
이불 속에 불룩한 물체가 보였다. 한 손으로 이불을 제쳤다.
"으--악!"
허열이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불 속은 피로 흥건히 젖어 있는데,
거기에 목이 잘려 나간 개 한 마리가 비닐 봉투에 휴지처럼 구겨진 채 담겨져 있고,
그 비닐 봉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기겁을 하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비닐로 된 옷장 하나만 덜렁 구석에 서 있을 뿐,
백수웅의 모습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허열은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
이 때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의 백열구가 산산조각이 났고,
방 안이 갑자기 칠흑 속에 파묻혀 버렸다.
어둠 속에서도 허열은 방 구석의 비닐 옷장에서 누군가가 튀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덮쳐 오는 시커먼 그림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악!"
여기저기서 여자와 남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허열은 갑자기 어깨에 통증이 몰려왔다. 칼날이 스쳐 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아귀 힘을 잃고 권총을 떨어뜨렸다.
허리를 굽히는 순간, 쇠뭉치 같은 주먹이 목덜미를 갈겼다.
허열이 권총을 뽑아 들고 어둠 속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
백수웅은 비닐 옷장에 숨어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아 두었다.
깔끔하게 생긴데다가 행동마저 아주 조심스러워 보여, 그가 말로만 들어 왔던
반도 호텔 3층의 지휘자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녀석이다.'
그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귀공자같이 깨끗한 피부, 단단한 체격.
야생마 같은 일선 형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밖에 또 다른 몇 놈이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수웅은 쥐고 있던 쇳덩이를 번쩍 들어 백열구를 향해 던졌다.
전기가 나가고 방 안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상대방의 당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잭 나이프를 사내의 심장을 향해 휘둘렀다.
만일 권총을 든 침입자가 재빨리 몸을 피하지 않았다면 시퍼런 칼날은 틀림없이
그의 심장을 두 조각으로 갈라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총을 쏘는 바람에,
칼날이 그의 어깨를 찢어 놓고 반원을 그리며 허공을 갈라 놓았다.
"털썩."
권총이 방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만도 큰 성공이다.
오늘의 목표는 녀석의 얼굴을 익혀 놓는 것인데, 좁고 밝은 방 안에서
그 사내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백수웅은 몸을 날려 문짝을 부수고 밖으로 나뒹굴었다.
그리고 구석에 감춰 놓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키를 돌렸다.
"부르릉--."
시동이 한 방에 걸렸다. 이 때 방 안에 있던 허열이 권총을 찾아 들고 밖으로 튀어나왔고,
문 앞에 있던 남 형사가 고함을 지르며 마당으로 뛰어들었다.
"허 검사님, 괜찮으세요?"
"탕---."
또다시 총성이 울려 왔다. 마당으로 뛰어든 시커먼 그림자가 쏜 것이었다.
총알이 백수웅의 어깨 위로 빗겨 갔다.
백수웅은 사내의 그림자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부르릉--."
귀를 찢는 괭음에 이어 '아이쿠.'하고 사내의 둔탁한 신음이 들려 왔다.
번쩍 들어 올린 오토바이의 앞바퀴가 사내의 몸을 갈긴 것이다.
백수웅은 앞바퀴를 다시 바닥으로 내리고 허리를 굽혔다.
뒤에서 허 검사라고 불리는 그 사내가 다시 쫓아 왔기 때문이다.
백수웅은 대문을 향해 내달았다.
"탕."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자칫하면 헨들을 놓칠 뻔했다.
마치 불에 달아오른 쇳덩이가 허벅지를 갈긴 것 같은 통증이 스쳐 갔다.
허열이 쏜 탄환이 허벅지를 스쳐 간 것이다. 불의의 일격이었지 만 잘 참았다.
오토바이는 어느 새 어둠 속 멀리 사라져 가고 있었다.
양동은 무교동 뺨치게 좁고 복잡했다. 결국은 놓쳐 버린 것이다.
남성우 형사가 얼굴이 피 범벅이 된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괜, 괜찮습니까?"
"자, 자넨 ? 난 어깨를 좀 다쳤을 뿐이야."
한 손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어깨를 감싸며 부하에게로 달려갔다.
얼굴이 온통 깨져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총성이 멎은 뒤에야, 벌거벗은 남녀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골목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던 백수웅이 갑자기 오토바이를 멈춰 세웠다.
여기저기 무장 경찰들이 포진하고 있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공개 수사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허 검사라는 조금 전의 그 침입자가 리더가되어,
몇몇 전문 형사들이 뒤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토바이 엔진을 끄고 좁은 골목으로 끌고 들어갔다.
숙소였던 한옥집에서 2백 미터는 떨어진 곳이다.
그 곳에 미리 준비한 부대로 오토바이를 뒤집어씌운 다음,
한옥 집만큼이나 낡은 함석집으로 들어갔다.
11시경 평소의 두 배 가량 인 만 원을 지불하고 하룻밤 같이 보내기로 한 여인의 집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더러운 여인과 짧은 시간을 즐긴 다음,
술에 수면제를 섞어 재워 놓고 숙소로 돌아갔던 것이다,
여인은 아직도 벌거벗은 채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백수웅은 통증을 참으며 바지를 벗었다.
다행히 총알이 살가죽을 스쳐 가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피가 흐르고 상처 부위가 불에 덴 것처럼 쓰라리고 아파 왔다.
그는 러닝 셔츠를 찢어 상처 부위를 감쌌다.
몇 번이나 터져 나오려는 고통의 신음을 입술을 깨물며 참아 냈다.
"제기랄!"
이렇게 상처를 입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픈 허벅지를 손으로 찍어 누르며 여인의 옆에 누웠다. 사내의 살이 몸에 닿자,
여인은 반사적으로 사내의 몸을 밀쳐 내며 돌아 누웠다.
새벽이 되어 통금이 풀리면 이 곳 양동도 작별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번 노출되면 어느 곳이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추적자다. 스타다스트가 그 좋은 본보기다.
청량리나 아니면 공업 단지로 형성되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구로동에 새로운 은신처를 마련 할 것이다.
일본에서 올 때 가져온 여러 가지 소품들을 다시 플라스틱 가방에 옮겨 넣었고,
그것은 지금 오토바이 꽁무니에 잔뜩 매달려 있다.
한옥집 문 밖에서 총질을 하며 '허 검사님.' 이라고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렇다. 허 검사, 그 깨끗하고 지적인 용모를 갖춘 사내.
틀림없이 공안(公安) 담당일 그 젊은이가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 온 허 검사이다.
이름은 무엇일까? 결혼은 했을까? 자식, 오늘 밤은 무승부로 끝냈지만,
머지않아 이 백수웅이 멋있는 승부의 결말을 보여 주리라.
"그 자식을 잡아 끌고 왔어야 하는 건데 "
백수웅은 오히려 허열을 인질로 잡지 못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일 그 녀석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면,
우선 그들에게 연행되었을 서지아를 구출해 낼 수 있고,
그리고 보다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들은 양동의 숙소를 알아낸 것이 소득의 전부였지만,
자신은 반도 호텔의 수사 본부를 알아 냈고 '허 검사'라고 불리는 그들의 지휘관 얼굴을 보아 두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지아를 곧 석방시킬 것이다. 그녀를 석방시키지 않고는
절대 자신의 위치를 찾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쯤 양동과 가까이 있는 남산의 숲 속을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첫댓글 잘봤 읍니다~
쫒고 쫓기는 추격전에 괜실히 내 몸까지 오그라드는 기분입니다 ㅎㅎㅎ
즐감요 ~~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
감사
좋아요.
감사합니다.
잼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