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 문학비평 104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시월 남해포구’]
시월 남해포구
먼 바다, 동지나해 쯤
큰 바람 소식
바다여
이번만은 깊이 잠들어 다오
할퀴고 비틀어서 북어처럼 마른 시절이지
세월 잊은 싸리울 너와지붕 툇마루
늙은 어부 심해어 눈알엔
태풍보다 질긴 고독이 차오른다
포구 옆 굽어서 애틋한 해송가지가
오늘은 부쩍
십년 전 집 나간,
절 마당 수국 닮은 아들 녀석
미운 어깨로 보였다
⛄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시월 남해포구」는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부의 고단한 생애와 그 내면에 깊게 뿌리내린 그리움, 고독을 선명한 비유와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낸 수작입니다.
♣삶의 팍팍함과 어부의 고독
시의 전반부는 자연의 거대한 위협과 삶의 피로감을 매끄럽게 교차시킵니다. '동지나해 쯤 큰 바람 소식'에 "이번만은 깊이 잠들어 다오"라며 안식을 청하는 기원은, 수없이 태풍과 맞서 싸워온 인물의 절박함입니다. 팍팍한 삶의 궤적은 "북어처럼 마른 시절", "세월 잊은 싸리울 너와지붕"과 같은 감각적 시어를 통해 수묵화처럼 드러납니다. 특히 늙은 어부의 눈을 '심해어 눈알'에 비유하고 그 안에 "태풍보다 질긴 고독이 차오른다"고 표현한 대목은, 거친 풍랑보다 인내하기 힘든 것이 바로 내면의 외로움임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풍경에 투사된 서글픈 그리움
시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의 시선 전환에 있습니다. 포구 옆의 '굽어서 애틋한 해송가지'라는 일상의 풍경은 시인의 시선을 거쳐 '10년 전 집 나간 아들의 미운 어깨'로 변모합니다. 포구를 지키며 굽어진 해송의 형상에서 자식을 떠나보낸 늙은 어버이의 굽은 등과 애타는 심정이 자연스럽게 포개집니다. 화자가 떠올리는 아들은 단순히 거친 섬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절 마당 수국 닮은" 존재로 묘사되어, 아들에 대한 정갈하고도 애틋한 기억을 부각합니다. 원망을 담은 '미운 어깨'라는 역설적 표현 속에는 10년의 세월 동안 가슴에 품어온 깊은 그리움과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 총 평
이 시는 남해 포구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 거친 자연과 대비되는 서정적 그리움을 세련되게 결합했습니다. 거대한 태풍의 소란함과 툇마루에 앉은 늙은 어부의 침묵을 대조하여, 인생이라는 풍랑을 버텨낸 한 인간의 쓸쓸하면서도 숭고한 보편적 애수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