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실 즈음, 아난이 찾아가서
부처님께서 돌아가시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했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
사실은 이렇게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원래 하신 말씀은
"아난아! 너 스스로를 너의 섬으로 삼고, 또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너의 의지처로 삼아서 살아라.
법을 너의 섬으로 삼고, 법을 너의 의지 처로 삼아라.
그 밖의 어느 것도 너의 의지처가 아니다."
였고,
범어로 섬은 그 기원어가 '등(燈)'이라는 뜻도 지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이 말씀을
"자등명 자귀의 법등명 법귀의(自燈明 自歸依 法燈明 法歸依)"
“스스로의 등불이 밝으니 스스로에게 돌아가 의지하고 법의 등불이 밝으니 법에게 돌아가 의지하라”
라고 번역하였다.
그런데도 지금도 이것을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라고 했다고만 쥐고는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자신의 등불을 밝히고 법의 등불을 밝히라."
라고 읽고 있다.
분명히 알라.
부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무엇을 밝히라는 말을 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밝은 너와 만 법이 본래부터 밝으니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을 하신 것이다.
내가 이미 밝은데 내가 둘이 아닌 이상 내가 다시 내게 의지할 것도 없다.
내가 법이요 법이 바로 나인 것이다.
내가 바로 나의 섬이지 나 따로 나의 섬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일체가 불이법(不二法 : 둘이 아닌 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나는 바로 삼라만상이요, 삼라만상이 바로 만법이라고 하는 법이다.
그래서 일체가 오직 한 법이다. 그래서 불이법이다.
달마조사의 이입사행론(理入四行論)에서 이입(理入 : 이치로 진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경전에 의해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똑 같은 진리의 본성을 가지고 있지만 감각과 망상에 가져져 있어 그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이 말의 초점은 진리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감각과 망상에 가려져 있다는 것도 아니고
'가려져 그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는 것'에 있다.
이는 자신이 부처임을 믿지 못하는 그 퇴굴심과 중생심(감각과 망상)을 내려놓으라는 말이지
이미 밝고 밝은 자신의 불성을 따로 애써 밝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말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면
부처의 성품을 찾고 밝히는 것에 우리의 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부처인 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어리석은 감각과 망상을 버리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가 있다.
그러면 바로 지금 당장 감각과 망상을 버리기만 하면 될 뿐,
자신이 부처임을 따로 확신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할 일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를 가로 막는 분별망상만 내려놓는 것이다.
그래서 이입(理入)의 초점은
‘감각과 망상에 가려져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이고. 그것을 바로 이해해야 쓸데없이 헤매는 방랑을 멈추고 망상을 내려놓을 수 있다.
눈에서 눈곱을 떼듯이...
눈에 병이 나서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병난 눈을 고쳐야지
병난 눈을 고치려 하지 않고 제대로 보이는 것을 찾아다니기만 한다면 얼마나 어리석고 쓸데없는 헛고생인가?
그래서 전심법요(傳心法要)에서 황벽스님께서 이렇게 말했다.
"삼아승지의 세월을 온갖 정성을 기울여 노력해 나아가며 수행을 하고 모든 지위의 단계들을 모두 거쳐 지난다 하더라도,
한마음 깨달음에 이를 때에는, 다만 '원래부터 있는 스스로의 부처'를 깨달을 뿐,
그 위에 따로 덧붙여 한 물건도 얻을 수 없으며,
(한 마음 깨달을 때에)
수많은 겁의 세월을 지나며 애써온 공덕과 수행을 돌이켜 보면
그 모두가 도리어 꿈속에서 헤매는 헛되고 망령된 일일 뿐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말씀하시되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실로 얻은 바가 없으니 만약 얻은 바가 있었다면 연등불은 내게 수기를 내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하셨다.“
깨달음은
수많은 고행과 수행을 거치고 공덕을 쌓아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선에서 말하듯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불성을 보고 부처를 이룬다.)이요,
언하(言下 : 말끝)에 망상이 떨어져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조사들은
"참된 사자는 듣는 즉시 뛰느니라."
고 했고, 또
"영리한 말은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달리느니라."
고 했다.
"자등명 자귀의 법등명 법귀의(自燈明 自歸依 法燈明 法歸依)"
누가 부처님의 이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고
가섭처럼
부처님이 드신 꽃을 보고 웃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