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최고의 기타리스트 최훈의 기타, 그 치명적인 중독
여태껏 그는 어디에 숨어 지냈을까?
아니면 우리가 미처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걸까?
최훈 이라는 이름보다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아니, 알려졌다기보다는 알음 알음 몇몇 중독자들 사이에서만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실제 모델이 바로 그였다는 사실이 회자되는 감춰진 기타리스트.
대한민국 록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타리스트.
MBC-FM에 의해 ‘위대한 한국의 뮤지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위대한 연주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 기타리스트 최훈.
최훈의 연주는 중독성이 강하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술잔에, 담배에 자꾸만 손이 가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그 중독성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때로는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이 두렵기조차 하다.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 두렵다면 애초 회피하는 수밖에 없다.
영화인, 출판인, 기자, 방송작가, 연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의 음악에 붙들려 버렸다.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제작자 이은이 그랬고, 임순례 감독이 그랬으며, 방송작가 구자형이 그랬다. 국내 최고 권위의 미술 전문 출판사인 안그라픽스에서는 그의 음악에 취해 느닷없이 록소설 발간이라는 일탈을 벌이기도 했다.
음악과 세상에 대한 믿음
미8군 무대와 그룹 템페스트, 들국화, 믿음소망사랑, 황종음의 기타리스트로, 또 많은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30년 넘는 세월의 숱한 굴곡을 그는 오로지 기타 하나로 지나왔다. 그럼에도 길지 않은 그의 이름 두 글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7, 80년대 한국 음악사를 일구었던 수많은 뮤지션들이 너무나도 속절없이, 시간이라는 티끌의 무게에 묻혀 쓸쓸히 무대 뒤로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비로소 그의 기타가 절규하듯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절규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존재조차 희미해져 가는 동 시대의 뮤지션들에 대한 연민이며 동시에 아직도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감성이 수 억 광년 너머의 빛처럼 찬연히 살아있음을 항변하는 비장한 一聲이기도 하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이 낡고 순수한 기타리스트의 믿음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음악을 가슴으로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소름 돋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고 싶다면 이 가을에 그의 음악에 젖어드는 것은 어떨까.
<About the play>
영화, 소설, 뮤지컬에 이어 라이브무대에서 부활하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혼
한국 영화사의 수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이 기타리스트 최훈이다. 그는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인물로 미8군 무대와 그룹 템페스트, 들국화, 믿음소망사랑에서 활동하기도 했었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와이키키브라더스’는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져 대중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고 또 최훈을 소재로 한 록 소설이 발간, 우리 대중문화계의 중요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하였다.
영화, 뮤지컬, 소설의 모티브가 된 뮤지션이면서도 정작 클럽무대 이외의 활동을 고사해왔던 최훈이 첫 번째 단독 공연을 만들어 본격적인 그의 음악세계를 세상에 펼쳐 보인다. 영화와 뮤지컬 그리고 소설 속에 녹아있는 기타리스트 최훈의 음악이 비로소 라이브 무대를 통해 소통되는 것이다.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무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무대 기타리스트 최훈의 콘서트는 현란한 기타 테크니션을 선보이는 난해한 공연이 아니다. 그의 30년 음악인생과 같이 한 기타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누구나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공연이다. 음악을 통해 세상사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최훈의 콘서트는 새로운 의미의 브랜드 공연으로 깊은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ROCK의 R자만 봐도 가슴이 벅찹니다. ROCK 음악은 나를 자유롭게 했으며, 나는 오늘도 24시간 그를 마시고 호흡합니다. 나의 후배 와이키키브라더스 최훈이 궁핍 속에서도 당당하고 순수하게 최고의 ROCK 음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정신에 이심전심의 미소를 보냅니다. 더 나아가서 이제 최훈의 새로운 음악이 이 도시를 범람시키게 되기를 바랍니다. ROCK을 사랑하는,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그의 이야기와 무대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신중현(록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