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월 중순. 거제도에 일시 정착, 생활 하던 중, 어장막 부엌 뒤에서
불타다 만것 같이 누런 털과 갈색 털이 섞여 지저분한 어미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등장하는 고양이가 많으므로 편의상 번호를 붙여서 쓰고자 함)
1번 얼룩이는 기운이 없고 물을 떠 주어도 혀를 적시듯이 몇번을 홀짝 거릴 뿐 잘 먹지를 못했다.
어느날은 자신도 모르게 설사를 흘리고는 놀란 듯이 바라보기도 했다.
아마도 중병이 들었다고 판단해서 생선을 삶아 주기 시작했는데,
잘 먹지도 못하고 가쁜 숨을 쉬며 비실비실 걷거나 누워 있고는 했다.
나는 1번 얼룩이가 곧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에 보니 그물을 쌓아 두는 창고에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아 기르고 있었다.
세상에...... 요즘은 집집마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두는지라 먹을 것은 없는데
네 마리 새끼에게 젖을 빨리우니 어미가 기진하여 아사 직전에 이르렀던 것이다.
날마다 생선을 한 냄비씩 삶아서 뒷곁에 놓아두니 처음엔 얼룩이 한마리만 먹었는데
어장집에 먹을게 만포장이란 소문이 금새 돌아 차츰 식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1번 얼룩이와 형제 인듯한데 살찌고 건강한 2번 고양이가 오기 시작하더니
나와 낯을 익히고 나서는 새끼 두마리를 데리고 왔다. 2번 가족은 모두 건강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2번 얼룩이가 오고부터 1번 얼룩이는 항상 먹을 것을 양보하는 것이었다.
이상해서 주위 사람들께 물으니 아마도 형제간인데 2번 얼룩이가 서열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들을 내 놓았다.
아무튼 나는 2번이 1번 먹을 것을 뺏어 먹고 더 건강해지는게 미워서
생선 냄비를 1번 얼룩이 가족이 있는 창고로 가져다 주곤 했다.
2~3개월이 지나자 1번 얼룩이는 눈에 띄게 건강을 되찾아 털에 윤기가 돌고
나를 경계하지 않게까지 되었다.
새끼들도 자라서 부엌으로까지 진출해서 밥을 먹곤 했다.
지독히 더웠던 지난 여름, 내가 과로로 인해서 부산 집으로 가서 5~6일을 지내고 온것이 얼룩이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히고 말았다.
더운 날씨에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한 새끼들이 병이 든 것이었다.
어느날 아침 뒷곁을 보니 얼룩이 새끼 한마리( 1번 얼룩이 새낀지, 2번 얼룩이 새낀지 모름)가
웅크리고 앉았는데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서 나가보니 숨이 지기 직전이었다.
물을 줘도 마시지를 못하는데 나는 다급한 마음에 뭐라도 건데기를 먹이면 살것 같아
생선 살을 발라 입속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그러자 새끼 고양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손가락을 깨물곤 죽어버렸다.
물린 자국 중 한쪽은 겨우 살갗을 뚫어 피가 쬐끔 나오고, 한 쪽은 약간 피부를 눌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균이 있어 손가락이 통통 부어 올랐다.
결국 30여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며칠이나 먹고 파상풍 예방 접종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은 동물을 신문지에 싸 동네 근처 밭 귀퉁이를 호미로 파고는 다른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돌무덤을 단단하게 쌓아 주었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빗물에 떠내려온 얼룩이 새끼( 1번 얼룩이 새낀지, 2번 얼룩이 새낀지 모름)
한마리를 먼젓번 새끼 옆에 역시 돌무덤을 만들어 묻어 주었다.
이렇게 되서 나는 소위 <캣맘>- 고양이 밥주는 여자-가 되었다.
어장막 뒷곁을 찾아 오는 고양이가 점점 많아지고, 담을 사이에 둔 이웃, 정확히 말하면 남편과 나의 고향친구 부부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부부는 동네에서도 내놓은, 갋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그래도 동네 친구라는 이유로 고양이 밥주는 나를 엔간히
참아 주는 것 같았지만, 어느 날은 그 부인이 담을 넘어다 보며
<약을 놔서 싹 죽여삘기다>라고 악담을 쏟아 내는 것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물에 든 멸치를 삶아 어부들은 멸치를 널고 나는 밥을 차리려고 주방엘 왔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근데 그 울음소리가 예사롭지가 않고 아주 급박하고
처절하고 갸날프고 애처로운 소리였다.
처음엔 예사로이 생각하다가 그치지 않는 소리에 어디 새끼가 구덩이에 빠져 못나오나 보다고
생각하며 소리를 따라 갔더니 담넘어 친구네 뒷곁이었다.
놀랍게도 쥐고기 잡는 그물 통발 안에 노란 줄무늬의 중고양이 한마리가 걸려 공포에 떨며 울고 있었다.
아이구 우짜꼬. 우짜다가 걸맀노. 좀만 참아라 내가 풀어 주께.
한량없는 자비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통발을 집어들고 담을 넘어 어장막 뒷곁으로 왔다.
고양이는 사람이 저를 해하려는 줄 알고 발버둥을 치며 핏발선 눈으로 쏘아보았다.
자세히 보니 뒷발 하나가 그물코에 여러번 감겨 있을 뿐 크게 상한 곳은 없이 건강한 상태였다.
먼저 가위로 통발 그물을 자르고 보니 쉽게 빠질것 같아 보였던 뒷발은 예상외로 심하게 감겨 있었다.
가위로는 안될것 같아 부엌칼로 조심스레 그물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때쯤 잘린 그물로 머리를 내민 엘로우 고양이는 자유로운 앞발로 시멘바닥을 긁으며
하악하악 악을 쓰며 기기 시작하고
고무 장갑을 끼긴 했지만 위험을 느낀 나는 박스 쪼가리를 주워 고양이 머리를 덮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지만
까딱하면 고양이 발을 자를것 같은 상태여서 조마조마 하던 차에 어찌어찌해서 발을 감은 그물이 헐거워지자
옐로 고양이는 잽싸게 몸통을 빼쳐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쓸게 많이 남아 있어서 드라마 <대풍수>보고 다시 쓰렵니다. 벌써 9분이 지났네요....
첫댓글 ㅋㅋㅋ 캣맘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 집니다 ㅎㅎㅎ
네~ 근데 담 얘기가 별로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
다음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는 군요. 제2탄 기대합니다
2탄은 죽을뻔한 얘깁니다. ㅎㅎ
이러다가 연속극 작가로 등극하시는 건 아닌지? 유명작가도 알고보면 오십보 백보입니다.
꿈만 꿔볼랍니다.^^*
연속극은 재미있을라 칼때 마치더니 꼬내기 야그도 글네요
앙아도 다음애기는 고넘의 얼룩이가 파다닥 꺼리는 나브래 칼이 팅겨 손가락이 베었다카지 싶네요 수건으로 눈을 덮어야 악을 덜쓰는데
아구~~진작에 알았으면 수건으로 덮을낀데...
샘,너무 잼나요 오늘 일 얼릉 마치고 들려주세요?저 어디 안가고 기다릴게요 ㅎ
ㅋㅋ 나 여긴 올린 줄 모르고 있다가 유작가 말 듣고 깜짝 놀랐슈~ㅎㅎㅎ
ㅎㅎㅎ~ 제가 이글을 쓰다가 드라마 보고 완성해서 요아래 손가락 사진 밑에 붙일거라고
잘라내기 해서 제 카페에 올린다는게 바로 위에다 올려놓고 모르고 있었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