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달랏의 향기

[구름나그네]

22.달랏의 향기

비행기가 고도를 낮춘다. 드디어 달랏이다. 달랏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식민지 정부가 라틴어 ‘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는 설과 달랏 지역의 토착 소수민족인 랏(Lat) 족의 언어로 ‘랏 족의 강(Stream)’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있다. 비행기 창가에 비치는 자그마한 불빛. 달랏은 고작 30만 명이 산다고 했다. ‘영원한 봄의 도시’ 별명을 품은 달랏이 얕은 구름사이로 막 제 모습을 내민다. 잠시 후 기장의 착륙한다는 말과 알려주는 현재의 기온은, 18도. 1시간 전 만해도 더위에 허덕이던 우리인데 믿을 수 없는 온도다.

베트남 럼동주의 주도인 달랏의 기온은 연평균 섭씨 24도(최하 15도∼최고 29도)로 호치민에 견줘 10도 가까이 낮아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린다. 특히 11월부터 5월까지는 쌀쌀함을 느낄 수 있는 섭씨 4도∼8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했다. 중국 곤명에 갔을 때도 영원한 봄의 도시란 말을 들었었다. .하지만 곤명과는 이곳과는 위도가 다르다. 비슷한 위도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이런 선선함을 갖춘 도시는 이 세상에 달랏 밖에는 없다. 그 바람에 프랑스 식민지 시절 코친차이나 영토에 살던 많은 프랑스인들이 1893년 개발을 해 낯선 기후와 이국 생활로 인한 질병을 고치고 휴양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옌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가 ‘여름 궁전’을 지어 휴양을 즐겼다.

훗날 쫓겨난 황족들은 보통사람으로 이곳에서 살았다고도 했다. 공항 건물도 도시만큼이나 작다.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찌든 더위 매연과 소음에 질렸던 탓일까. 시클로만이 존재할 것 같은 싱그러운 바람이. 그런데 뒤이어 느껴지는 이 찬기는, 긴 팔소매를 꺼내 입었는데도 춥다. 오늘만은 봄의 도시가 아닌듯 싶다. 걷는 동안 수화물도 따라 들어온다. 캄보디아 티엔 립에서도 느꼈던 마치 나를 위해 이 공항이 존재하는 것 같은 단출한 정감이 다시 파고든다. 그리고 우리는 상봉했다. 석 박사님과. 6개월만이다. 정작 그와 친해진 것은 그가 정년퇴직을 한 후다. 워낙 핵공학자로서 이름을 떨치던 그이기에 평소 알고는 있었지만 범접이 가능치는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술자리에 동석을 했는데 역사 이야기와 수줍은 듯 겸손한 품행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역사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학문과 더불어 높게 올라버린 권위의 성, 대개 고지식한 지식인은 자존의 위태로움으로써 뻗대듯 '난장이가 쏘아 올린 공' 닮은 높다란 그만의 성벽을 옴팡지게 움켜잡는다. 하지만 그는 뭔가 달랐다. 분명 그는 우수의 센티에 갈고 닦은 내공이 있다싶었다. 그로부터 친해진 그다. 그가 달랏을 찾은 것도 잘은 모르지만 작은 것도 소중하게 아는 덕망과 격식에 연하지 않는 소탈함으로 가능했다 싶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활기찬 젊은 노년을 한꺼번에 사는 거다.

사실 한평생 충실했던 그대로 그냥 뻗대도 괜찮지 싶은 그의 인감미가 아닌가. 잘났다고 우열을 뽐내는 세상, 더욱이 요즘은 시중에 덜 익은 채 날뛰는 미친 존재감이 너무 많지 않은가. 그러기에 베트남으로서는 그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두 제자를 데리고 나왔다. 핵공학을 하는 후이란 청년과 그의 1년 선배라는 물리학을 한 24살의 청년(그 사이 이름을 까먹었다.). 차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벤즈16인승. 달랏에 이런 차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익히 짐작은 했지만 그의 성격 닮은 치밀함이 바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그 역시 달랏을 온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처지로 베트남말도 잘 모른다. 그는 후이라는 달랏에서 나고 자란 영어에 능숙한 청년을 영입했고 그와 모든 스케줄을 꾸렸다. 나중 안 것이지만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호텔 선정부터 안락한 차량동원까지 바쁜 와중에도 그는 평소의 성실함을 촘촘히 박아 두었다. 이곳에 온 동기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따름인데 고마움은 차마 말로 형언하기가 힘들다. 정말 달랏에 오기를 잘했다. 언제 이런 호강을 누려보겠는가. 이윽고 시내로 향하는 벤즈, 산을 오른다. 강원도 산길을 굽이굽이 돌듯 해발 1천에서 1천 5백으로 가는 길, 여행객 먼지 털 듯 사뿐사뿐 비가 흩뿌린다.

처음 가는 길인데도 처음이 아닌 것만 같다. 나무가 어디서 많이 본 나무다. 이 때문에 달랏의 또 하나의 별명은 ‘수 천 그루 소나무의 도시’라고 하였다던가. 선선한 기후 덕에 달랏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도시라고 하였다. 수풀을 헤치고 오르는 산길, 길은 서로 다른 곳을 연결하는 통로다. 인류는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끝없이 길을 만들고 넓혀 왔다. 길의 연장과 확장은 곧 인류의 진화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문명의 발전과 궤적을 함께한 기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길은 계속 진화했다. 아마 이곳도 옛길을 넓히고 넓혀 이쯤 이르렀을 것이다.

떠오르는 구룡령 옛길, 그 옛길은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서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고갯마루가 해발 1,013m로 이곳 달랏과 꼭 맞다. 그길은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등 백두대간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왕래하기 힘들었던 양양 지역의 영동 사람들과 홍천 방향의 영서 사람들에게 두 지역을 연결해준 유일한 통로였으니 얼마나 중요한 길이었던가. 그 길을 통해 양양 사람들은 소금, 간수, 고등어, 명태 등을 가지고 영서 지방으로 가서 콩, 팥, 수수, 녹두, 깨, 좁쌀 등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구룡령 옛길을 바꾸미 고개, 또는 바꾸미 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달랏 구곡양장도 그 기능을 그대로 간직하고 오늘에 이르지 않았을까.

도착한 므엉탄 호텔, 과거에는 블루문이라 불렀다는데 달랏의 자연과 어울리는 모던하면서도 옛 프랑스 건물을 떠올리게 하는 정취가 마음에 쏙 든다. 호수가 바로 아래 펼쳐져 있다. 달랏 중심부에 있는 이 쑤언흐엉이란 커다란 호수는 1919년에 건설한 댐으로 인해 생겨났다는데 한자어로 春香이라는 뜻으로17세기에 활동했던 유명 여류시인의 이름이라고 한다. 방 배정을 받고 여장을 풀었다. 역시 역시나다. 석 박사님이. 벌써 8시가 다되어 간다. 마음이 급했다. 나보다는 안내자 후이학생이 더 급해보였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미리 귀띔을 안해주었기때문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즉흥적으로 꼬치구이에 달랏 포도주가 선정됐다. 호텔을 나와 호수 반대편인 언덕길을 올랐다. 처음 찾은 식당은 문이 닫혀있었다. 다시 돌아 다른 갈래 길로 내려갔다. 벌써 저 만치서 왁자지껄하고 연기가 자욱한 것이 바로 저기겠구나 했다. 프렌차이즈 체인점이라는 Ngon 3(응언 바), 3이 말하는 것은 BBQ, 국수. 해산물 죽. 꽉 차 화장실 옆 말고는 자리가 없다. 사실 고기를 썰며 와인을 먹는 고딕 한 레스토랑이라면 가능치 않을 것인데 이곳은 순식간에 테이블이 차려지는 서민 형 음식점이다. 덕분에 자리 하나가 금세 뚝딱 만들어졌다. 처음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로 변했다. 술이 보배다. 오늘의 포도주는 내가 제공하는 거다. 이유는 그냥 여행이 달콤해서다.

주문한 음식은, 해산물 죽과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BBQ 와 방달랏 포도주. 꼬치가 값도 싸지만 여간 맛이 잇는 게 아니다. 특히 돼지고기는 맛이 기가 막혔다. 여러 순배가 오간 후 우리는 신상 털기를 했다. 내일 안내를 맡을 청년이 특징지어 얼굴을 익혀야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영어로 electrical engineer, decontamination specialist, uranium treatment man, nuclear quality assurance man, nuclear construction man. 이런 식으로 단순히 관련 전문분야를 열거해 얼굴과 매칭이 되도록 했다. 암만 이름을 얘기해 봐야 바로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만국 인이 다 아는 게임을 바로 했다. 많은 여행 경험으로 이런 정석 플레이에 나는 익숙한 편이다.

'가위바위보' 일명 장께이 쉿. 이상하게 이 게임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는 사람은 바로 술잔을 비우고 머리에 술잔을 거꾸로 올렸다. 청년들이 오토바이 음주운전이라고 석교수가 말렸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다. 가만 보니 젊은 청년들도 우리 편이었다. 흥겨운 회합이 끝나고 석교수는 우리를 호수 쪽으로 끌고 갔다. 나는 거짓말 안하고 정말 놀라서 쓰러질 뻔 했다. 야심한 시각 잠도 안자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달랏 사람 절반이 나와 있었다. 여행에 사람구경처럼 좋은 구경이 어디 있는가. 취한 기분에 연실 감탄사다. 와! 우리도 여기서 밤 새자. 길 가다 놓치면 저 호텔 기억해둬. 살 것 천지네. 괜히 식당에서 밥 먹었다. 여기서 먹을 걸.

나는 이런 광경이 평생 통 털어 딱 두 번이다. 재래시장의 선두라 하는 안양시장에서도 보지 못한 밤풍경을 이국땅에서 마주한 것이다. 엄마의 팔순 때 태국의 치앙마이를 갔었는데 하필 간 때가 일요일이라 특별한 광경을 마주한 것이다. 왜 하필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았느냐 하면 같이 간 패키지 여행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나를 찾으러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많은 인파 속에 나는 시간의 개념을 잊고 말았다, 지금은 더욱 성황리 열리는 ‘치앙마이의 선데이 마켓’ 이라는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그곳은 일요일 오후 4~5시부터 타페문부터 왓프라싱에 이르는 길을 따라 상인들이 하나둘 노점을 펼치며 시작된다. 이곳만 들러도 치앙마이 쇼핑은 대성공한 셈이다. 짜뚜짝 시장과 다른 점은 규모가 아주 큰 주말시장이지만 구획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먹을 것 입을 것 볼거리까지 그야말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특히 거리 악사나 수공예 제품이 아주 다채롭다. 달랏하고 비교하자면 그곳은 예술성 높은 조각품등 일상품이 주종이 아니란 점이다. 나는 뭉크의 절규를 형상화 한 나무 공예품을 곳에서 사 지금도 내 방에 걸어두고 있다. 덕분에 그날 나는 엄마 팔순 기념으로 참 오랜만에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언제 이런 잔소리를 또 들을 것인가.

야시장을 한 바퀴 뺑 도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기를 먹었으니 디저트 과일이 필요한 우리, 달랏 친구가 안내한다. <저 한 무더기 다 주세요.> 나도 내 귀를 의심했다. 이건 분명 술주정이다. 그런데 아니란다. 야윈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무게를 단다. 딸 아이 같은데 아직도 믿기지 않다는 표정이다. 덤으로 공항에 맡겨둔 칼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달랏 학생들은 참 예의가 바르다. 어느 참 한 짐을 다 들고 간다. 아까도 술을 마실 때보면 어디서 배웠는지 두 손으로 넙죽 술을 받았었다. 석교수가 강의 때 우리들 어린 시절 반장이 차려 열중 셔! 경례 하듯 이들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심성은 유교 덕이 아니라 천성 같이만 느껴진다.

석교수가 혼잣말을 했다. “소수 민족 여인 기다린 보람이 있네. ” 말인즉 이미 장이 파했는데 끝까지 남아 결국 몽땅 다 팔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밤 10시가 넘는 시각, 새벽에 나와 지금까지 버텼다 하니, 그녀의 달달한 목소리가 달착지근하게 들려온다. 우리가 구세주라도 되는 줄 알고 그 모녀들은 그렇게 우리를 배웅했다. 소수민족이라 하니 정말 잘 된 일이다. 소수란 말은 어디에서든 왜소한 느낌으로 존재한다. 필시 구룡령 같은 옛길로 해서 이 시장까지 입성을 한 것은 아닐까. 흡족함으로 돌아서는 길, 우리 호텔은 골프장 바로 옆에 있다. 이 골프클럽은 베트남의 첫 번째 골프장이자, 최근까지도 베트남에서 최고의 골프코스로 인정받는 골프장이다.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에 의해 1920년에 건설되었고 그 황제는 이 골프장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이렇게 신선하고 달콤한 달랏을 원주민 빼고 제대로 알아본 사람은 그 누구일까.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던 이 산악지대 옛길 위에 큰 터를 잡자고 한 사람은 바로 알렉산드르 예르셍이란 사람이다. 그는 1897년 달랏에서 제일 높은 곳(랑비앙 산 해발 2159미터) 에 이르러 저 아래 도시를 꾸미면 참 좋겠다고 하였단다. 그리고 1907년 최초로 호텔이 지어지면서 휴양지로 변모하기 시작한 이곳이다. 나는 그에 대해 쓴 책 ‘페스트와 콜레라’ 라는 책을 여기 오기 전 읽었었다. 길게 이야기하기는 그렇고 그를 간략히 말하자면 대충 이렇다.

그는 간균인 페스트균(Pasteurella pestis)을 발견한 사람이다. 지금도 유명한 마르부르크의 로잔대학교와 파리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파리에서는 E. 루와, 베를린에서는 R. 코흐와 함께 세균학을 공부했다. 1889년에 루의 도움으로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미생물학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강의했다. 1890년에 인도차이나 연안을 운항하는 증기선단의 내과의사가 되어 유럽을 떠나, 4년 동안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부를 탐사했다. 동나이 강의 수원을 발견했고, 랑비안 고원을 탐사하여 그곳에 도시를 건설하도록 권고했는데 후에 바로 그곳이 지금의 달랏인 것이다.

1894년 식민지 공공의료시설에서 일했고, 홍콩으로 갔는데 이곳에서 그와 기타사토 사바사부로[北里柴三郞]는 각자 중국에서 발병한 페스트를 연구하는 동안 독자적으로 페스트균을 발견했다. 다음해 나트랑에 연구소를 설립하여 그곳에서 인간과 가축에 발생하는 페스트에 대한 혈청을 만들고 가축의 질병·파상풍·콜레라·우두를 연구했다. 이 연구소는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1903년 나트랑의 파스퇴르 연구소라고 명명되었다. 아마 다음 우리의 여행지인 나트랑에 가면 이 연구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페스트와 콜레라’ 책을 읽다 보면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그의 방랑벽을 바로 알 수 있다. 그 시대 안 가본 곳이 없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건 사는 게 아니다”라는 신조를 따르던 젊은 시절의 그였지만, 장년에 접어들면서 베트남 냐짱에 정착, 그곳에서 온갖 식물들을 키우며 콜라, 키니네, 고무 등 다른 지역 식물들을 베트남 지역에 성공적으로 이식시킨다. 덕분에 예르생은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유럽에서보다 베트남에서 훨씬 유명하며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 고마운 인물로 추앙받는다. 바로 달랏 호수 옆에도 그의 이름을 딴 공원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얼리 어댑터’의 전형이었던 그는 이 지역 최초의 자전거 운전자, 자동차 운전자였으며, 어쩌면 최초의 비행기 조종사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활주로라는 인프라 건설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환경 탓에 포기한다. 한편, 그는 사진의 장점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여 뤼미에르와 활발하게 교신했으며, 통신의 중요성도 일찍 간파하여 양차 세계 대전을 겪는 동안에도 직접 만든 장치로 세계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세속적인 명예나 권세 등엔 초연한 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끝까지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고, 일단 시작한 건 무엇이든 정상 궤도까지 올려놓고야마는 그를 천재라고 해야 할까, 괴짜라고 해야 할까? 저자도 그랬다는데 책을 읽으며 나도 내내 고민했었다. 얼핏 나는 석교수가 그를 닮았다 싶었다. 그에게 전한 고추장과 된장, 이제야 가방이 홀쭉해졌다. 그나마 그것이라도 들고 와 다행이다 싶다. 배려라는 마음씨는 어디에서든 미소가 따르고 따뜻한 향기를 자아낸다. 오늘은 석 박사, 그 때문에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이 활짝 피었고 그 향기는 무척 달았다.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