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을 가다. (2010.9.26~9.29)
1.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며....
며칠전 만해도 세상을 뒤엎을 듯이 내리던 폭우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고 잔잔히 흐르는 한강의 모습이 참 평화롭게 보인다. 몇해전 오늘 아침처럼 인천국제공항으로 해외여행 가면서 생각했던 말이 떠 오른다. “10년 후에는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어떤 모습으로 변화될까?”...그런 생각들이 어느새 현실로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된다.
10여년전 신앙을 바탕으로 끈끈한 인연을 맺어 온 MES(ME부부모임)모임도 예외는 아니다.10여년 전에는 6부부가 상해,소주, 항주 등을 여행하고 일본 규우슈 지방도 함께 여행한 그런 모임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오늘은 4부부가 함께 중국 서안을 가게 되었다.(송재섭 이레네오 ⧾ 박광지 모데스타 회장님 부부,양상규 이냐시오 ⧾ 김미희 제노베파 부부,김재희 바오로 ⧾ 김귀주 세실리아 부부, 박정호 다니엘 ⧾ 손수련 아네스 부부)
어쨌든 감개 무량하구나!
2. 서안(西安)땅의 첫 날밤
15인승의 버스속에서 김창남이라는 조선족 3세, 30대 가이드와의 인사를 시작으로 서안관광은 기분좋게 시작되었다.대부분의 여행가이드가 다 그렇듯이 이번 가이드 역시, 넉살좋고 재담이 뛰어났다, 일단 중국의 광활한 땅의 규모로 우리 일행들의 기(氣)를 죽인다. 서안의 면적은 우리나라(남한)의 2배정도이고 중국의 5악(嶽)중 하나인 서악(西嶽)의 대표산이라 할 수 있는 화산(華山)이 서안을 둘러싸고 있다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그리고 대평원이 서안 주변에 펼쳐져 있다고 한다.지리적으로도 동양과 서양의 문화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의 기점이라고 한다.그래서 역사적 유물이 많이 출토됨에 따라 박물관도 중국에서 두 번째 큰 섬서박물관이 소재하고 있다고 한다.가이드의 서안 자랑은 계속된다.
서안땅을 3m파면 명나라 유물이 나오고,5m파면 당나라 유물이, 7m파면 진나라 유물이 나온다고 허풍을 떤다.그리고 우리일행에게 퀴즈 문제 하나 낼테니 맞추어 보라고 한다.“서안땅을 10m파면무엇이 나올까요?”^^^온갖 대답이 다 나왔으나 틀린 대답이었고...“10m파면 기름이 나온다.”라는 가이드의 유우머스런 대답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이래서 단체여행은 즐거운가 보다. 함께 박수치며 웃고 떠드는 이순간 우리 모두는 모든 근심 걱정과 노여움과 고통과 아픔을 잊은 채 내 자신과 세상이 완전히 일치하는 체험을 갖게 된다. 즐거움은 행복의 공통분모임을 알게 된다. 나도 저절로 신이나서 중학교때 배운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같은시대인 중국 통치 왕조들을 시대순으로 외워 본다. “ 수, 당, 송,원,명,청...”
2-1 이번 여행의 특징이라면.....
이번 여행은 우리MES 모임,4부부가 한 팀이 되어 가족적인 분위기였고 숙소인 호텔도 서안 시내에 있는 <이화궁>이라는 호텔로 3박4일을 한 곳에서 보내게 되어 참 좋았다.특히,송재섭 이레네오 회장님께서 몇 년 전부터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하시더니만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웬만한 일상기본대화는 소통에 문제가 없었으니,가이드 없이 우리일행이 자유롭게 중국땅을 밟으며 여행하는 기분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이레네오 회장님을 가이드로
하여 호텔 숙소 부근 재래시장을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서울보다 10배로 싼 가격으로 참깨도 사고,녹두도 사고, 과실도 사서 먹고...역시 ‘아는 것이 힘’이었다. 그 중에서도 집사람 아네스가 가장 즐거워 했다.공항에서 최대로 허용한다고 하는 1인당 10Kg까지 참깨를 구입했다. 한편 생각지도 않은 손님을 맞이한 곡물가게 젊은 부부도 신이 난 표정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재래시장은 비록 주변 환경은 깨끗하지 못하고 잘 정비가 되지 않았지만 역시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며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여행 첫 날부터 모두가 행복한 일이다,그렇지만 얼마 있지않아 재래시장 환경정비를 겸한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추진으로 오늘 밤 우리가 맛 본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2-2 서안의 첫 날 관광
평소 내가 알고 있는 서안은 당나라때 장안(長安)이라 불리운 중국 여러 왕조의 도읍지인 고도(古都)로 진시황,당현종, 삼장법사, 양귀비 등이 등장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다른때 중국 여행했을 때 보다는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섬서역사박물관>과 <대안탑(大雁塔)>을 관광하러 갔다. 대륙기질때문인지 중국의 볼거리들은 우선 웅장하다. 섬서역사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수많은 왕조들이 기원전부터 서안에 도읍을 정했으나 외침을 거의 받지 않아 역사적 유적,유물들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있다고 한다.
남는게 사진이라는 말처럼 우리일행들은 사진찍기에 바쁘다.일행중에 가장 젊은 바오로부부가 가장 많이 찍는 것 같다.젊음,젊음은 돈 주고도 못산다는 옛말이 딱 맞는 말임을 실감하는 요사이다.쫒기듯이 박물관 안으로 이동,가이드의 진지한 설명에 고개만 꺼떡꺼떡^^^ 그리고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상과 경전을 봉해 놓기 위해 세워졌다는 대안탑과 현장법사 동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팔만대장경이 생각났다. 그저 숭고함에 머리숙여 질 뿐이다.이제 오늘 일정을 마칠 시간...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다음날 쇼핑센터 발 맛사지,가무쇼 등 추천 옵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있다.어쩌면 단체여행의 특색이라고나 할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3. 이틀째 --- 서안의 하루 (2010.9.16.일)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선택의 책임은 우리들 자신의 몫이다. 멋진 선택은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이번 이틀 째 서안여행에서 우리들 선택은 정말 최선인 것 같다.----서안에서 미사를 참례하자는 선택이 우리일행 모두의 생각----물론 이레네오 형님의 중국어 구사 실력 덕분이지만^^^^
3-1 서안에서 미사를 볼 줄이야!
새벽미사시간에 맞추어 미사를 보기위해 호텔앞에서 이레네오 형님이 중국 택시기사와 #@$*@....예상외로 젊은 중국 택시기사는 참 친절했다. 중국택시기사가 잡아준 2대의 택시로 찾아간 곳은 서안주교좌성당인 남당(南堂)이라는 천주교회, 특별히 제대옆에 마련된 좌석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 대신에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를 하면서 은총속에서 보낸 미사시간이었다. 성당앞에서 중국 신부님, 수녀님과 함께 단체 사진 한컷!성당을 나오면서 성당정문앞에 자리잡고 구걸하는 거지 노인에게 적선하고 화산(華山)으로.....
3-2 화산 가는 길
북경 올림픽 개최이후 중국의 도시들 환경이 몰라보게 깨끗해졌고 잘 정비되었다고 한다.그래서인지 화산가는 길도 깔끔했다. 서안은 당 현종 때 평안한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장안(長安)이라 불리웠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참 평안한 느낌이 들었다.화산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는 수많은 대형화물트럭들이 지나간다. 머지않아 중국의 또다른 변화를 예고하는 것 같다.서안시내를 벗어나 좌우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중국의 전형적인 평야지대를 달려간다. 서안에서 화산까지는 160km,버스로 2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화산의 웅장함이 눈안에 들어온다. 몇해전 다녀온 황산을 떠올리게 한다. 웅장한 석산이다.생명의 존귀함을 알려주는 듯 바위틈새에 뿌리내린 이름모를 나무와 풀들,화산봉 정상밑에 깔린 흰 구름 무리를 내려다보니 마치 신선이 되어 구름위를 걸어다니는 느낌이 든다. 서안은 토지의 신이 내려준 땅이라고 이야기 할 만하다.
4. 서안의 역사 현장을 찾아가다
삶은 어음이 아니고 현금이라는 말이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생전에 욕심을 부리게 된다.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한다.진시황도, 당태종도,당현종도,양귀비가...그랬는 것처럼. 병마용(兵馬俑)을 보고,소안탑을 보면서 더욱 실감했다. 당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 장소로 유명한 온천지 화청지를 보며 권력자들의 호화로움의 극치를 짐작할 수 있었고 ,당나라때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서역에서 가져운 많은 비석이 있어 서안 비림박물관이라 불리우는 서안박물관을 구경하며 중국 통치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권력자의 위상을 신격화 했는지 알 듯하다.
4-1 진시황릉을 찾아서
진시황릉이 보수중이라 직접 진시황의 무덤은 볼 수 없었으나 모조로 만든 지하궁전 진시황 무덤을 관람했다. 진나라를 침략한 6개국의 궁전모습을 합쳐서 만들었다는 아방궁의 병마용 석고상들이 지금은 거의 다 부서졌지만 그 석고상들의 모습을 보며 진시황 시대의 당시 사회를 연상해 본다.끔찍스러운 느낌도 들고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8천여 병마용들의 각기 다른 모습....선율을 느낀다. 누워있는 병마용들이 벌떡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4-2 당락궁 쇼를 보며 또한번 놀랐다
당나라사대의 춤과 당태종시대의 소림사 무술 쇼를 함께 재연한 당락궁 쇼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연과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전자예술의 극치라고나 할까! 화청궁 뒷산을 배경으로 쏘아올린 레이져와 함께 달도 뜨고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황홀한 야경^^직접 호수위에 떠다니며 펼치는 가무(歌舞)를 보며 내가 말할수 있는 것은 ....“와아,대단하다!..”라는 감탄사뿐이다.그렇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모습이고 힘이다.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자연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민족들이 서로 협력하며 잘 살아가는 지혜로운 나라라고 하겠다.철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철학의 나라,통큰 대륙국가인 중국을 또한번 눈으로 보고 실감하게 된 나흘간의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4-3 쇼핑센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해외여행갈 때 마다 체험하기 싫은 일이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행의 한 과정....이번에도 3곳을 방문했으나 2곳은 그래도 물건도 구입해서 가이드의 체면도 살리고 했는데,마지막 상황버섯가게 방문에서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으니....정말 열심히, 그것도 사장이 직접 설명하고 가격도 싸게, 덤도 얹어준다고 했으나 결국은 아무도 사지 않았으니 미안한 마음이 우리일행모두의 공통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장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며 험악한 표정으로 돌변하지 않는가!행복한 여행기분을 망칠뻔한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안된마음도 들었지만 앞으로 다른 여행객들에는 그러한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이또한 단체해외여행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니 값진 것이라 해두자.
첫댓글 저도 서안여행은 참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진시황릉과 섬서박물관 등...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고 가족과 함께 둘러 본 곳입니다.
선생님글을 읽자니 그 날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거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