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랐는데 일부 예금. 대출금리 하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시중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금리를 내기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햇살론 등 서민용 정책대출이 나오면서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 대출금리가 오히려 낮게 형성되는 '권역별 금리체계 뒤틀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 혼란이 일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장금리 연동형 예금상품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대부분 내려왔다. 국민은행 슈퍼정지예금 금리는 연 3.80%로지난달 초와 동일하고, 신한은행 민트정기예금 금리는 3.80%에서 3.68%로 내렸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지만 시중금리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예대마진을 늘리려는 은행권의 의도적 작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도 내렸기 때문이다. 16일 현재 신한은행 CD연동 대출 최저 금리는 4.23%로 기준금리 인상 전인 4.46%보다 오히려 0.23%포인트 내려갔다. 또 3년 고정금리는 5.52~6.11%로 기준금리 인상 전보다 0.2%포인트 가량 내렸다. 기존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격차를 두면서 오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관계가 깨지고 있다.
권역별 금리 체계에도 혼선이 많다. 16일 현재 저축은행 109곳 가운데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은행권이 제공하는 특판예금 금리 4.2%보다 낮은 곳이 58곳으로 절반을 웃돈다.
대출금리는 햇살론 등 서민금융 영향까지 겹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사이에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느곳에서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하면 금리가 유리하다는 시장 합의 같은 게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금. 대출 전략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기준금리가 영향력을 잃고 있다"며 "유동성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시장금리가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