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논문 / 하명환
자립형풍차에 관한 논문을 써서 민속학회에 제출했다
방학동안의 일기를 한꺼번에 몰아 쓰는 초등생처럼 요일 날씨까지 어림잡아 뼈만 남은 기억에 살을 붙였다 반복되는 하루일과를 일기장에 채우듯 수상受賞한 모교수가 모자이크해 논문을 쓰듯 논문 곳곳에 팔랑개비와 물레방아의 회전력을 언급해두었다
A4용지로 수십 장 되는 논문을 읽는 부류는 컴퓨터 같은 사람들 따라서 본 논문에 대한 요지를 다음과 같이 책갈피 해뒀다
서론: 바람의 힘은 풍차의 날개를 부러뜨릴 수도 있다 본론: 부러지지 않을 날개를 개발해야한다 결론 및 시사점: 거액의 개발비부담에 날개 없는 물레방아가 좋으며 하늘의 바람 땅의 물은 바로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이다 향후전망: 팔랑개비의 효과와 회전력도 연구해봄직하다
그러나 이 논문은 뜻밖의 부채바람 때문에 제본이 되질 못했다 부채를 쥔 학회 사람 몇몇이 입맛에 맞는 양들에게 간식으로 줘버려서 그 후 나는 江南에서 네덜란드 풍차와 양떼가 있는 풍경화를 구입 자립형팔랑개비의 우수성을 결론으로 맺기 위해 그림을 음미, 부채의 기계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하명환 시인
2007년 <작가마당>으로 작품 활동
2010년 <시안> 시 당선
우송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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