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자훈련을 도입해서 진행하는 교회에서 교역자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과 귀납적 소그룹의 관계>에 대해 강의를 하고 왔다.
옥한흠 목사님이 쓰신 <평신도를 깨운다>를 보면 제자훈련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세 가지 있는데 첫째는 복음적인 교재, 둘째는 소그룹 환경, 셋째는 귀납법에 대한 이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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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 환경에서 귀납적으로 소그룹을 인도해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것을 보면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분식집 사장님과 의견이 대립될 때 백종원은 권위나 설득으로 상황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블라인드 테스트라는 것을 통해 직접 사장님에게 경험하도록 돕는다.
이것은 백종원씨가 사람을 많이 상대해보았기 때문에 아는 경험적 지식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삶이 변화되려면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관찰하고 생각하게 하고 느끼고 적용할 수 있도록 질문과 대답과 나눔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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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자훈련이라는 소그룹을 통해 귀납적인 사고를 배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말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소그룹에 오지만 말씀과 동떨어진 삶을 살다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결국 삶의 변화는 인간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밖에서 들어오는 것임을 겸손히 인정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삶을 말씀의 빛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관찰-해석-느낌-적용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말씀을 삶으로 적용하고, 서로 자신의 삶의 고백들을 나누면서 삶을 말씀의 빛으로 해석하는 두 가지 과정이 교차할 때 사람들은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바운더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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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훈련을 통해 귀납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관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자극에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자극에 그대로 반응만 하게 되면 이성이 없는 짐승같은 삶이 될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생각할 수 있어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수님은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 할 수 있겠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마 6:27~28) 말씀하셨다. 그러나 들의 백합화와 공중의 새를 보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늘 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들의 백합화를 보지만 염려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꽃을 보고 새를 보면 염려하지 않아야 정상이라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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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믿음은 사고하는 것이다. 믿음이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믿음이 없을 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생각하지 않고 문제에 눌려 불평과 원망과 우울로 치닫게 된다.. 공중의 새들을 보라 그것들을 생각해보라. 믿음이 없을 때 사람들은 두려워하게 되는데, 두려움이란 믿임의 부재 즉 사고의 부재, 생각하는 것에서 실패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로이드 존스 목사가 말하는 '믿음은 생각하는 것이다." 라는 명제가 바로 귀납적 사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불안과 두려운 현실 속에서 시편을 보면 자신의 영혼을 향해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영혼아 ! 어찌 낙심하며 불안하는가..네 하나님을 바라라" 인간 안에는 하루에도 수만가지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그 생각들이 모두 다 내 생각이 아니다. 그 생각을 분별하고 버려야 할 책임이 내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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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을 삶으로 연결하는 큐티와 성경공부를 계속 해야 하고, 또한 삶에 말씀의 빛을 비추는 섭리를 바라보는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두가지를 병행하면서 결국 하루 중에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과 일상들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발견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세계관이며, 환경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풍랑을 만나서 주무시던 예수님을 깨웠을 때도 예수님은 바다와 파도를 잠잠하게 하시기 전에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라고 꾸짖으신다. 팀 켈러는 이 본문을 설교하면서 "당신의 믿음이 어디 있습니까? 믿음을 꺼내십시오 (Get it out).. 생각하십시오, 생각하십시오, 당신이 생각한다면 결코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설교했다.
7.
믿음을 적용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런 말씀의 빛으로 현실과 환경을 해석해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D형큐티라는 숙제를 매 주 해야 하고 영적 일기를 써서 제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함께 소그룹으로 성경공부를 하면서 말씀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고 적용하는 과정들을 계속 해나가면 훈련생들의 사고가 귀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도 변하게 된다.
소그룹에서 말씀을 줄이고 단순히 설교를 나누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소그룹은 단순히 느낌만 나누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리더가 준비되지 않거나 초창기 모델에서는 가능하지만 말씀을 귀납적으로 사고하고 나누는 소그룹 모델을 계속 목표로 해서 나아가야 한다. 제자훈련 소그룹이란 이런 귀납적 사고를 심어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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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하고, 나누게 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다. 내가 큐티를 했던 본문이 소그룹 안에서 어떻게 귀납적 사고로 이어지는 지를 계속 연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삶에서 하나님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때 비로소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엠마오 마을로 가는 제자들이 실의에 빠져있었지만, 예수님을 만나 말씀을 깨다는 지적인 변화와 그 말씀이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정적인 변화를 거쳐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의지적인 결단을 한다. 인간의 변화는 말씀을 깨닫고, 느끼고 적용할 때 변화된다. 제자훈련 소그룹은 그 과정을 1년동안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귀납적 성경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영적 일기를 통해 삶에서 하나님의 관점을 찾아보고 그것을 종합하는 것이 소그룹이다. 소그룹 안에서 그 과정들을 다시 점검하고 알아가면서 점점 귀납적인 사고로 변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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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훈련은 이런 귀납적인 사고의 흐름을 이해하고 소그룹 안에서 녹아내도록 인도해야 한다. 설교를 통해 선포된 말씀이 인격적으로 스스로 깨달아지는 소그룹이 없다면 삶의 변화는 늘 더디게 된다. 소그룹의 목표는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해서 사고하게 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삶의 변화는 저절로 일어난다. 그 말씀이 사람들 속에서 역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