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의 풀어 쓴 한자 이야기 –002. 사우(思友)
진정한 동무는 꽃과 나무와 같아서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웃고 즐겁고 또 함께 아파하고 울어 주기도 하는 소중한 보배이다.
한겨울 아침 공기가 매섭다. 이런 날은 화초들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햇살이 퍼지기를 기다려 사무실 여기저기 화분에 물을 준다. 어디서 왔는지 다양한 화분에 심어진 화초들이 마치 오랜 동무처럼 마주 보며 웃고 있다.
화초를 넋 놓고 가만히 쳐다보자니 평소 가곡과 꽃을 좋아하는 필자는 가곡 [동무 생각]을 떠 올려 본다. [동무 생각]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1919년 삼일운동과 그 이후 독립 투쟁에 함께 동고동락한 동무의 결혼을 축하하는 축시였다. 이에 금호 박태준 선생이 곡을 붙여 탄생한 곡이 우리나라 최초 가곡인 [동무 생각]이다.
1922년 이 가곡이 처음 발표될 때에는 한자식 표기 [사우]라는 곡명으로 많이 알려져 젊은이들로부터 애창되었고, 해방 이후 한글 표기인 [동무 생각]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이에 가곡 [동무 생각]의 한자 표기인 사우(思友)를 풀이해 보고자 한다.
생각할 사(思)는 신(田=囟의 변형)자, 정수리 신(囟)에 심(心)자, 마음 심이 더하여진 한자이다. 글자를 풀이해 보면, 정수리에서 발원한 생각이 다시 마음에 사무쳐 ‘생각함’, ‘사모함’의 뜻이 되었다. 사(思)자는 뒤에 붙은 글자가 어떤 글자인가에 따라 첫째, 생각할 사와 둘째, 사모할 사로 쓰이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나 계획을 생각하는 의미인 사고(思考)가 전자의 예이다. 그리워하거나 우러러 받듦을 의미하는 사모(思慕)는 후자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벗 우(友)는 왼손을 나타내는 기호 ナ에, 오른손을 나타내는 또 우(又)자로 구성된 한자이다. 두 손을 맞잡고 포갠 모양의 글자로 서로 친하고 돕는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공식·비공식적인 장소에서 격의 없이 인사 나눌 때, 평일이나 명절이나 사람들이 만날 때, 악수를 한다. 악수는 이제 세계 만국의 인사법이 되었다. 나아가 서로가 친구(순우리말 동무)임을 나타내는 동작이 되었다.
노산 이은상 작시 [동무 생각]은 모두 4절로 구성된 가곡이다. 봄·여름·가을·겨울에 동무를 생각하며 노래하고 있다. 모두 노래 끝 소절에 동무를 위해 노래 부르면 그 순간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하고 끝맺음 되어있다.
미물인 꽃과 화초가 우연히 한곳에 모여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향내 풍기는 것을 보면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왜 그렇게 지낼 수 없는지 자문해 보았다. 생각건데 모두가 화초와 같이 조물주의 작은 피조물임을 깨닫고 겸손하고 낮아져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길 때, 우리도 화초처럼 서로서로 동무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아침 기운이 여전히 매서운 날, 정월 대보름달 같은 동무 얼굴을 생각하며 중학교 음악 수업 때 목청껏 부른 노래, 사우(思友)의 4절을 조용히 읊조려 본다.
소리 없이 오는 눈밭 사이로 /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쳐다보면서 /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 같은 내 동무야 / 네가 내 위에 빛날 때에는 /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