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113
동봉
0389마음 심心
0390움직일 동動
0391귀신 신神
0392가쁠 피疲
0389마음 심心
어느날 제자가 스승에게 여쭈었습니다
"큰스님. 마음을 어찌 표현할까요?"
"삼성반월三星半月이니라."
"삼성반월이라시면?"
"세 개의 별들 사이에 낀 반달이니라."
" ----? "
제자가 답이 없자 스승이 되물었습니다
"어찌하여 답이 없는 것이냐?"
제자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 개의 별들 사이로 뜬 반달을
아무리 머리에 떠올려 보지만
영 뾰족한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제자가 겨우 물음을 준비하여 물으려는 데
느닷없이 주장자가 날아왔습니다
정수리에 '딱!'하고 떨어지는 주장자를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스승의 일갈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헤아리지 말지니라."
얼얼한 머리를 만지려 손을 올리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옆구리로 날아들었습니다
쿡!
스승의 주장자 소리가 아니라
옆구리에 날아든 주장자를 피하지 못해
제자의 입에서 나온 비명소리였습니다
제자는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아마 왼쪽 옆구리겠지~!'
왼쪽 옆구리에 날아들 주장자를 생각하며
스스로 자신을 대견스레 여기는데
스승의 주장자는 또 오른쪽 옆구리였습니다
스승의 일갈이 고막을 때렸습니다
"삶이란 같은 길을 두 번 걷지 않느니라."
이 말씀 한 마디에 제자는 일어나
스승에게 큰절로 삼배를 올리고 앉았습니다
제자의 표정에서 움직임이 사라졌습니다
생각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승이 인가했습니다
"바야흐로 장부가 할일을 마쳤구나!"
제자가 말했습니다
"큰스님. 좌복 밑을 잘 살피십시오."
스승이 고개를 숙이며 "어디어디?"하는데
스승의 손에서 주장자를 빼앗아
스승의 정수리를 '쿵!' 하고 내리쳤습니다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았습니다
스승이 옆구리를 경계하는데
제자의 주장자가 스승의 정수리에
다시 한 번 '쿵!' 하며 세차게 떨어졌습니다
"큰스님과 같은 길을 가지 않겠나이다."
드디어 스승과 제자는 얼싸안았습니다
제자의 말에 스승도 할일을 마쳤습니다
'반월삼성心'이 경계를 따라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마음' 만큼
많은 이름씨名詞를 가진 것도 드물 것입니다
또 마음처럼 앞에 그림씨形容詞로 표현됨이
과연 얼마나 될지 골똘이 생각해봅니다
왜냐 하면 마음의 세계라고 하는 것은
시각으로 볼 수없으며
청각으로 들을 수없고
후각으로 맡을 수없고
미각으로 맛볼 수없고
촉각으로 만질 수없고
생각으로 생각해낼 수없는 까닭입니다
이름씨로 놓고 보더라도
마음, 뜻, 의지를 비롯하여
생각, 염통, 심장, 가슴, 근본 또는 본성
가운데, 중앙, 중심
도 닦는 본원
꽃술, 꽃수염, 별자리 이름
보살이 행하는 관법수행, 곧 진수眞修와
고갱이, 알맹이, 생각하다 따위가 있습니다
어떤 고정된 형태의 틀,
이를테면 폼Form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쉽게 표현할 수있을 것입니다
사과, 돼지, 코끼리, 안경, 소나무, 튤립 등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은
한 번 척 보면 무엇을 뜻하는지
본 적이 있는 이는 곧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이 세상에서 귀신 그리기가 가장 쉽다
아직 아무도 귀신을 본 적이 없으니까."
대충 아무렇게나 그려놓고
"이게 귀신이야"
라고 하면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림 그린 사람도 그림을 느끼는 사람도
귀신을 본 적이 없고
귀신을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으! 삼성반월三星半月이면 어떻고
반월삼성半月三晟이면 또 어떻습니까
0390움직일 동動/动
소설가 이문열 선생이 1988년에 낸
장편소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있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무게가 있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질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질량이 있는 것은 반드시 움직입니다
그럼 질량이 없는 것은 움직이지 않나요
질량이 없으면 으레 움직임이 없습니다
옛날 한자를 만든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물리학이 고도로 발달하기 전인데
어떻게 움직일 동動자가 중력重力일까요
그래비티Gravity가 중력으로 풀이되는 것도
동서문화의 놀라운 동질성이지만
중력重力에 움직임動의 법칙이 들어있음은
실로 절묘하다 못해 표현이 불가능합니다
나는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화장실 옆에 있는
여자화장실 푯말을 유심히 들여다보곤 합니다
꼭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남자Man와 여자Woman의 표기,
엎드린 꼴의 M과 누운 꼴의 W에서
가끔은 살뚱맞은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Man은 그렇다 하더라도
Woman의 Wo는 오직 여성들만이 간직한
애기집子宮Womb에서 따온 말입니다
한자에 여女 자를 대할 때 뭐라고 새깁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계집 녀女'로 새깁니다
문제는 비속어로 갈래지어진 '계집'이지요
'계집 녀女자'를 새길 때를 제외하고
여성에게 '계집'이란 대명사를 쓸 수는 없습니다
한글학자들은 얘기합니다
'계집'이란 '겨시다'와 '집'의 합성어로
'집에 겨시다'가 '집에 계시다'로 전환하고
이름씨로 바뀌면서 '계집'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로 올케는 '오라비 계집'의 준말이지요
이 '계집'의 뜻이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영어의 Woman과 견주어볼 때
'애기집子宮Womb'을 지닌 이로서
풀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계집'의 '집'은 주택의 뜻인데
내가 말하는 '계집'의 '집'은 애기집의 뜻입니다
여성을 주택이란 공간에 묶어두는
규방閨房 문화에서 해방시킬 때가 지났습니다
애기집은 고귀한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더없이 소중한 몸의 구조입니다
애기집은 소중함을 넘어서 성스럽습니다
애기집을 간직한 여성 '계집'이란 말과
움Womb을 지닌 사람man으로서의 여성은
문화를 하나로 이어주는 멋진 다리입니다
참고로 영어 툼Tomb이 무덤입니다
요람Womb에서 무덤Tomb까지
같은 구조 같은 느낌이 영어에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말에서는요?
움은 '움막'의 준말로 이승집의 뜻이고
삶을 마감한 뒤 쉬는 무덤은 저승집으로
움Womb의 형국을 제일로 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와 같이 움직일 동動 자를
파자했을 때 중력重力으로 풀이되는 것은
여성을 '애기집을 간직한 사람'이란 뜻에서
우먼Woman이란 말처럼 매우 절묘합니다
운동動 에너지Kinetic Energy는
바로 중력重力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요
운동 에너지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위치 에너지Potential Energy가 없이는
도저히 생겨날 수 없는 법칙입니다
움직일 동動 자는 힘 력力이 부수이고
무거울 중重자가 소릿값입니다
동動 자를 형성문자로 보고 있습니다만
부수인 역力 자에만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소릿값인 중重 자에도 내재되어 있습니다
일천千 마을里은 작은 게 아닙니다
여기서 일천 마을은 마을의 숫자이기도 하지만
서울 강동구의 천호동千戶洞처럼
천여 호가 살았다 하여 천호동이기도 합니다
일천千 마을里이라 가볍게 볼 수 없다 하여
무거울 중重으로 새기게 되었고
일천 마을을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 산을 등지고 지어진 집들이
마치 집 위에 집이 있는 것처럼 보여
겹칠 중重 자로 새겨졌을 것입니다
중첩重疊의 문화형성은 달동네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들 수많은 사람들이 뭉쳐
삶을 움직이는 동動의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0391귀신 신神
보일 시示가 부수일 때 신과 관련이 있지요
신神은 예측불허의 존재자입니다
예전에는 천둥 번개를 신의 조화라 했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천둥 번개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 다들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번개와 함께
고막을 갈갈이 찢을 듯한 천둥에
과학의 잣대만으로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山 마랑구 게이트 옆
2,000고지에 살 때입니다
지금은 수도 다레살람의 학교부지와 함께
조계종단에 무주상으로 기증하여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를 건립중이며
오는 가을학기에 개교하게 되지요
한국불교의 아프리카 최초학교를
인터넷에서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킬리만자로 산기슭 2,000고지
우리나라 최고봉 한라산 정상높이입니다
우기가 되면 번개가 치고 우레가 웁니다
그런데 워낙 벼락이 잘 떨어져
엄청난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면
검게 타버린 벼락맞은 나무가 즐비했습니다
1분에 30여 차례 이상을 콩볶듯 하면
나도 현지인들도 번개가 무서워
집밖으로 나가지를 못했고
그들도 신의 조화라 믿고 했습니다
그리고 중얼거리며 손을 맞잡습니다
"오, 신이시여! 당신을 배신하지 않겠나이다."
"오! 신이시여! 앞으로 올곧게 살겠나이다."
이 번갯불을 표현한 글자가 신申 자입니다
0392가쁠 피/피곤할 피疲
맥이 풀리거나 고단하여 기운이 없다
피곤하다
지치다
고달프다
느른하다
게으르다
싫증나다
야위고 살이 빠지다
늙고 노쇠하다
병상에 누워 지쳐있는 모습 등입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정신이 피곤합니다
마음!
찾으려고 애쓰지 말라
찾으면 보이지 않으리니
마음!
애써 비우려 하지 말라
비우려면 비울 게 없나니
마음!
채우려고 애쓰지 말라
채울 것들이 하나도 없나니
05/10/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