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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주안교회의 유아부 담당 평신도가 교회학교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주안교회 제공
세종특별자치시의 A교회는 최근 SNS에 유아부 사역자를 뽑는 구인 공고를 올렸다. “신학 전공이 아니어도 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 교회 B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학생의 지원이 워낙 없다”며 “유아부의 경우 사역을 돕는 공과 교재가 있고 신학적 깊이보다 교재 내용을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렇게 구인 공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A교회처럼 평신도에게 부서를 맡기는 이른바 ‘평신도 목회’가 부상하고 있다. 이 개념이 소개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는 30여년 전 평신도목회연구원(현 평신도목회연구소)을 설립해 이 운동을 이끌어 온 대표적 인물이다. 김 목사가 처음 평신도 목회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만 해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김 목사는 “신학 공부 여부를 두고 목회자들은 시비를 걸었다”며 “그러나 성경은 목사에게만 목회를 맡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엡 4:12)라는 구절을 제시했다. ‘목사와 교사의 임무’에 관해 다루는 내용이다. 그는 “여기서 봉사라는 단어는 본래 의미와 다르다”며 “치명적인 오역이 한국교회의 평신도를 주보를 나눠주고 헌금이나 걷는 단순 봉사자로 격하시켰다”고 했다. 영어 성경의 ‘Work of the Ministry(워크 오브 더 미니스트리)’는 우리말 ‘봉사’보다 ‘목회적 사역’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이어 “목사의 일을 평신도에게 내어주는 것은 기득권 상실이 아니라 성경이 명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평신도 목회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신도 목회를 하루아침에 도입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평신도 사역 이렇게 하라’(밀알서원)의 저자 정재식 온세대교회 목사는 “떠밀려서 하는 평신도 사역은 곤란하다”고 경고한다. 정 목사는 “평신도건 목회자건 성경을 아는 사람이 성경을 가르치는 자리에 가야 한다”며 “하루 대부분을 생업에 종사하는 평신도들이 성경 전문가가 되려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평신도목회연구소(소장 서병채 목사)에서는 평신도의 사역 투입을 위해 성경과 신학뿐 아니라 리더십과 행정을 비롯한 실제 목회 분야를 가르친다. 과목당 30학점을 이수해야 수료증이 나온다. 현재까지 4만5000여명이 거쳐 갔다.
평신도들이 심방과 말씀 나눔, 새가족 교육 등 폭넓은 사역을 감당하는 충남 아산 주안교회(엄명섭 목사)는 성도들을 사역자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성경을 배우는 ‘복음의 기초’부터 교회론까지 모두 수료하려면 1년 6개월에서 2년까지 소요된다. 엄명섭 목사는 “성도를 목회자에 버금가는 사역자로 길러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며 “훈련은 교회 상황과 성도들을 가장 잘 아는 담임목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