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음악회’ 여는 공주 영평사
구절초는 대표적인 가을꽃. 들국화로도 불리는 흔한 꽃이지만 요즘은 군락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충남 공주시 장기면 장군산 영평사는 구절초가
가득한 사찰이다. 대웅전과 요사채 뒤편 산비탈, 장독대 뒷마당, 진입로까지 온통 구절초가 심어져 국향을 뿜어낸다. 경내 구절초 꽃밭은 무려
2,000여평.
영평사 구절초는 주지 환성스님이 11년 전부터 씨를 뿌리고 가꾼 것이다. 스님은 구절초 꽃잎을 따서 만들었다는 꽃차를 내왔다. 스님이
개발했다는 꽃차는 국화처럼 향기가 진하지 않으면서 맛이 은은했다.
영평사는 환성스님이 15년 전 세운 사찰이다. 장군산은 금강을 거슬러오는 역룡의 지세. 조선조 때에는 효제암이란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충남 서산 출신으로 수덕사 등 전국의 선방에서 공부한 스님은 장군산이 맘에 들어 터를 잡고 중창불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영평사란 영원한 평화가
깃든 곳이라는 뜻. 처음엔 절 주변에 화려한 외국꽃도 가져다 심었지만 결국 우리 토종꽃에 매료됐고, 구절초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명산에 자리한 이땅의 절들이 우리 토종 식생을 가꾸고 보호하는 생태도량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야 절을 찾는 중생들의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들꽃 한송이를 아끼고 피우는 마음에도 불법이 있는 겁니다”
구절초는 예전엔 중풍치료나 보혈강장 등 약으로 많이 썼다.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비듬이 없어진다. 화전으로 부쳐먹기도 했고, 술을
담가먹기도 했다. 그만큼 친근한 꽃이었다. 들판에 피어난 구절초는 시흥을 돋우는 꽃이기도 한다.
환성스님은 청소년들의 정서를 키워주는 데도 관심이 많다. 88년 공주교도소에서 아이들을 위한 법회를 연 것이 인연이 돼 이후 15년동안
매달 두차례씩 교도소를 찾는다. 공주 시내에 청소년 문화의 집도 세웠다. 처음엔 죽염을 만들어 판 돈으로 불우한 청소년들을 돕기 시작해 5년 전부터는 된장공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구름 덮인 산에 앉아 고고하게 수행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중이 된장장사를 한다는 게 사실 찜찜합니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려고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세시풍속인 중양절(음력 9월9일) 행사의 하나로 해마다 구절초 축제를 열고 있다. 중양절은 국화로 빚은 술과 음식을 나누고
화전·화채를 만들어 먹었던 가을 풍속. 유자, 배, 석류, 잣을 꿀물에 탄 화채를 조상신에게 올리기도 했다. 올해 구절초 축제는 10월 한달동안
이어진다. 국악마당, 효도잔치, 세시풍속도 재현, 산사음악회 등 주말마다 크고 작은 행사를 벌인다. 구절초 꽃이 만개하고, 행사도 풍성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작가들도 몰려든다. 특히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날은 많게는 1,000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구절초 가득한 산사의 가을. 산바람이 풍경을 울릴 때마다 꽃향기가 함께 실려온다.
◇여행길잡이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 나들목에서 빠진다. 논산 방면으로 우회전. 조치원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장기면 소재지까지 간다. 장기 농협을 끼고
우회전해서 5㎞ 정도 달리면 왼쪽에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이 작아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 해야한다. 대중교통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공주행
금호고속버스를 탄다. 공주에서 장기행 버스(3번, 12번)을타면 된다. 남부터미널에서 일반고속버스를 타고 공주까지 갈 수 있다. 경부선 열차를
타고 조치원에 내려 장기행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장기면 농협앞에서 영평사행 봉고차가 수시로 운행한다. 18일 산사음악회에는 아나운서 이금희의
사회로 신세대 피아니스트 이루마, 가수 정태춘과 박은옥, 이은미, 가야금 명인 백인영 등이 출연한다. 입장료는 무료.
영평사(041)857-1854. 홈페이지(www.youngpyungs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