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국 살면서 느낀 것이 영국인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거였다. 과거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의 향수 때문일까.
아무튼 웬만한 문화의 발상지는 전부 자기들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인의 문화 사랑은 대단했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를 거대 식민지였던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을까.
지금이야 과거에 비해 국력이 많이 쪼그라들었지만 문화에 대한 자부심 만큼은 여전하다. 오늘은 비틀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팝송에 흥미를 갖게 된 무렵이 70년대 후반쯤인데 그때 이미 비틀즈는 해체를 한 후였다.
그럼에도 라디오 팝송 프로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하루도 빼지 않고 나올 정도로 비틀즈 위세는 대단했다.
1960년에 결성되어 1970년에 해체를 했으니 10년 간의 활동이었지만 비틀즈의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헌책방에서 책 하나를 발견하고 구입을 했다. <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란 책이다.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니,,
지은이는 <제임스 우달>이란 영국인으로 1960년 런던에서 출생했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를 한 후 자유기고가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단다.
이 책을 읽고 비틀즈와 존 레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온갖 루머에 시달린다.
비틀즈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도 청소년 때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황색 잡지에나 나올 법한 별의별 이야기도 있었다.
멤버들 간의 갈등이나 해체된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돌았다. 내가 사춘기 시절부터 비틀즈의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면서 살았기에 더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이 책이 가장 객관적 사실에 가까운 기록으로 보인다.
비틀즈 멤버 중에 두 천재가 있는데 폴 메카트니와 존 레논이다. 나는 이상하게 존 레논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존 레논을 위주로 쓴 이 책에서 내가 몰랐던 것까지 세세히 알 수 있었다. 존 레논 하면 바로 오노 요코와 연결이 된다.
요코 오노라고도 부르지만 그녀의 한자 이름이 小野洋子이기에 나는 오노 요코로 표기하겠다.
그녀는 한때 영국인이 가장 미워했던 여자이기도 했다. 비틀즈가 바로 그녀 때문에 해체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틀즈 팬들은 온갖 악담과 함께 요코에게 인종차별적인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
1971년 존 레논의 솔로 앨범 이매진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팬들은 비틀즈의 완전 해체를 기정사실로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노 요코가 없었더라도 비틀즈는 해체가 되었을 거라고 본다. 어쨌거나 존 레논은 요코를 만나 인생이 변한다.
오노 요코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존 레논의 그림인데 이런 문구가 들어 있다.
Born 1940, lived met Yoko 1966, 이 문구처럼 1966년 11월 존과 요코는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둘 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존도 세 살짜리 아들을 둔 유부남이었고, 요코는 딸 하나가 있는 유부녀로 두 번째 남편과 살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의 불륜에 분노했지만 둘은 각자 이혼 후에 결혼을 한다. 1933년 생 요코는 존 레논보다 7살 연상이다.
비틀즈의 인기와 더불어 존 레논은 방탕한 생활을 했고 매일 마약에 쩔어 살았다고 한다. 요코를 만나기 전이다.
그러나 요코를 만나면서 존은 새롭게 태어난다. 저 그림 위에 쓴 짧은 문장만 봐도 그걸 알 수가 있다.
비틀즈가 해체된 후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거처를 뉴욕으로 옮긴다. 두 사람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고 요코 나이 마흔두 살이었다.
이때부터 존은 노래보다 육아 대디로 산다. 그러나 존 레논은 천상 음악인이었다.
존은 1980년 5년의 공백기를 깨고 재기 앨범을 준비했다. 그러나 존 레논은 총에 맞아 죽는다. 이런 것을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까.
존 레논의 마지막 날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존은 요코와 아침을 먹고 집에서 앨범 사진을 찍는다.
이것이 그 유명한 존 레논의 마지막 사진이다. 존의 누드 때문인지 요즘엔 웹상에서도 볼 수 없는 사진이다.
엊그제 어느 전시장에 갔다가 이 그림이 걸려 있어서 반가움에 폰으로 담았다.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이 글을 쓰게 만든 아주 희한한 타이밍이다.
존 레논이 그날 오후 집을 나설 때 한 팬이 나타나서 사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녹음실에 가서 녹음을 하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온다.
집 앞에서 존 레논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봤다. 그리고 울리는 다섯 발의 총성, 존 레논은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총을 쏜 범인은 이날 오후에 존 레논에게 사인을 받았던 사람이다. 존의 생몰연대는 계산하기가 쉽다.
1940 -1980, 이렇게 존 레논의 40년 생애가 끝난다. 이제 내가 왜 오늘 글 제목을 함께 늙어 갑시다로 정했는지가 나온다.
존 레논의 마지막 곡, Grow Old With Me.
그가 죽고 나서 1984년에 나온 음반 Milk and Honey에 실린 곡이다. 내가 언제 이 노래를 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아마 서른이 다 된 때가 아닌가 싶다.
단순한 선율과 간결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존 레논의 음색이 듣는 나를 숙연케했다. 묘한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던 것 같다.
존 레논의 유명세에 비하면 생각보다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많지가 않았다. 앞부분 가사는 이렇다.
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
When our time has come
We will be as one
God bless our love
나와 함께 늙어 갑시다. 최고의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때가 되면 우린 하나가 될 것이다. 신이시여 우리 사랑을 축복해 주소서.
Grow old along with me, 이 구절이 참 좋았는네 나중에야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싯구에서 빌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내가 존 레논을 좋아했어도 예전엔 함께 늙어 갑시다란 구절이 확 다가오지는 않았다.
중년에 접어 들고서야 이런 가사가 훨씬 절실하게 다가 왔다. 누구든 나이가 들고 늙어갈 테지만 함께 늙어갈 사람이 있는 것도 일종의 복이다.
그것이 배우자든, 형제들이든, 친구든 말이다.
사람 일뿐 아니라 건강도 앞날은 장담할 수 없는 것, 나도 언젠가는 지팡이에 의존해서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지팡이 짚을 나이가 되어서도 누군가의 지팡이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어느덧 1년의 절반이 흐른 칠월의 첫날인 오늘, 이 노래를 떠올리면서 든 생각이다. 존 레논은 갔지만 나의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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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하지 않은 맨얼굴 같은 목소리에다 언뜻 찬송가 필이 나기도 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존 레논의 원곡입니다.
이에 비해 다른 느낌이 드는 노래가 있어 추가합니다. 글렌 캠벨 형님의 노래로 실황 녹음입니다.ㅎ
첫댓글
함께 늙어 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시간 틈틈히 묵은 물건들을 버리고,
짬 나는대로 맘 속의 오래 누적된 찌꺼기들을 털어내려 노력하며,
몸 바꾸는 그 순간에 옅은 미소라도 짓게 되길 소망합니다^^~
ㅎ
ㅎ 방장님의 울림 있는 댓글입니다.
틈틈히 묵은 물건을 버리고,, 이 대목에서 심쿵, 그 아래는 내가 따라갈 능력이 안 되겠지만 목표로는 삼아볼렵니다.
제 경우 비우기가 힘들면 가능한 더 이상 소유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휴대폰은 고장날 때까지 쓰고, 자동차는 바퀴 빠질 때까지 몰고, 옷도 가능한 사지 않으려 하고,,
버리고 나서 집안에 빈 공간이 많아질수록 제 마음은 풍만함과 뿌듯함으로 채워지데요. 함께 늙어가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삽니다.ㅎ
오노 요코, 저도 그녀를 오래도록 팜므파탈의 전형 쯤으로 여겼더랬어요.
비틀즈 해체의 원흉 같았고,
또 그녀의 노래, 제목이 Kiss Kiss 였나?
민망한 교성을 노골적으로 그대로 넣은 그 노래를 듣고 기절초풍했던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천재 존 레논이 그녀에게 사로잡혔을 때에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오늘 현덕님의 글을 읽으니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마약에 빠졌던 천재를 구해내고 음악적 영감도 제공한 뮤즈였네요.
비틀즈 이야기와 더불어 몰랐던 아름다운 곡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그리고, 건강하게 함께 늙어갑시다! 대 찬성! ^^
저도 예전에는 달항아리님처럼 생각했습니다. 비틀즈를 망가뜨린 요코를 아주 나쁜X이라고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생각이 다르네요. 비틀즈는 애초에 오래갈 수가 없었다. 천재가 한 명이었으면 잘 굴러갔을 텐데 비틀즈는 두 명이었습니다.
두 천재가 오직 음악으로 순수하게 뭉쳤을 때는 오손도손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 유명해지니 티격태격,
결국 갈라서고 나서도 왈가왈부,,
저도 요코를 팜므파탈로 생각한 적이 있으나 나중엔 반대로도 생각해 봤답니다.
만약 요코가 없었더라면 비틀즈는 분명 다른 해체 명분이 나왔을 겁니다. 때론 설명하기 힘든 사랑도 있지만 이 둘의 사랑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ㅎ
영화 한편 순삭 감상하고
집에와서
현덕님의 존 레논과 오노요코 이야기
재미있게 한숨에 읽었어요.
저도 존레논에게 오노요코가 피해를 준것으로 인식이 되어서
도대체 저 여자가 무슨 매력이 있길래?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아주 오래전에요..ㅎ
앨범을 들어보니
참 편안한 가스펠 송 같기도 하면서
멜로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노래네요.
오노요코가 사진 보니
매력있네요.
일곱살이나 위였다는것도 놀랍고.
유현덕님 덕분에 몰랐던 음악이야기도 알게되고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네요.
샤론님이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오늘 쓰다 보니 발동이 걸려서 글이 길어졌는데 몇 군데 줄이긴 했으나 줄거리가 망가질까 더 줄이진 못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동시에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고 요코보다 존 레논이 먼저 푹 빠졌다고 하데요.
내밀한 사랑까지야 잘 모르겠으나 존이 요코를 만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할 정도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저도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찬송가 느낌이 나서 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녹음만 하고 죽는 바람에 마무리를 다하지 못한 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더 애절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샤론님은 오늘 무슨 영화를 봤을라나 ㅎ
@유현덕 존이 요코에게 더 빠져들었다니..
흠...셈나네요.ㅋㅋ
오늘 개봉한 그린랜드2.마이그레이션
감상하고 왔어요.
너무 괜찮은 영화여서
누구를 또 데리고 가야하나..생각중입니다.ㅎㅎ
@샤론 .
와우~ 대단하셔요.
제가 샤론님이 영화광이란 것은 알고 있으나 개봉한 날에 찾을 정도면 영화사랑을 알 수가 있습니다.
누굴 데려갈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다니 첫날 찾은 보람이 있었겠네요. 이왕 볼 거면 영화도 따끈할 때 보면 좋지요.
근묵자흑이라고 샤론님의 선한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았으면 합니다.
암튼 제가 팝힐방에 자리 잡길 잘했다는,,ㅎ
@샤론 . 오! 이 댓글을 읽고서 그 영화 정보 찾아보니, 제라드 버틀러와 로만 그리핀이 나오네요.
로만 그리핀은 몇 년 전에 정말 감동 깊게 봤던 영화 조조 래빗에서 주인공 어린 소년역을 맡았던 배우예요.
이 친구가 이젠 청소년이 되었을 테니, 훌쩍 자란 모습을 보러 얼른 가야겠네요. ㅎㅎ
이 친구 연기 정말 잘하지 않던가요?
조조 래빗에서 진짜 어른 뺨치는 연기로 큰 감동을 줬었거든요.
히야, 샤론 언니가 좋다고 하는 영화인데다가 제가 좋아하는 연기자가 나오니, 꼭 가서 보겠습니다.
요즘은 무슨 영화가 개봉되는지도 관심 끊고 살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나왔는지도 몰랐는데,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따 남편 들어오면 바로 예매 드갑니다. ㅎ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유현덕 현덕님도 저도 팝힐방에 자리잡기를 잘했다는.. ㅎㅎ
@달항아리 아저씨랑 꼭 가보세요..
달항아리님이 좋아할..
부부가 함께 보시면 좋은 영화예요..
@달항아리 달님~^^
영화 보시고
관람후기좀 올려주세요..^^
@샤론 . ㅎㅎ 네
간략하게라도 올릴게요.
몇 년 전에도 샤론 언니가 추천해주신 음악 영화 넘 잼나게 잘 보고 여성방에 후기 썼던 거 생각납니다.
고급진 문화 생활 가이드해주셔서 감사해요. ^^
존 레논 이야기 다시 또 읽어봐도 술술 재미있네요..
글 읽다보니 존레논과 오노요코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네요.
아들들은 어떻게 살고있는지..
왜 총을 쏘았는지..ㅠ
샤론님이 다시 읽으셨나 봅니다.
존 레논이 죽은 후의 요코 이야기를 이날 같이 쓰려고 했으나 글이 넘 길어질까 그만 두었답니다. 본 글에서도 여러 곳을 덜어 냈었구요.
요코는 전처 아들인 장남도 많이 사랑했었다고 하데요. 두 아들 다 아버지 유전자를 받아 가수로 활동했구요.
총을 쏜 이유는 저보다 AI가 더 잘 알 겁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