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미국 화가 윌렘 드 쿠닝(1904~1997)은 잭슨 폴락(1912~1956)과 함께 추상표현주의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드 쿠닝은 화풍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작가로도 꼽힌다. 화려한 색상으로 거칠고 모난 인물을 주로 그리다가 중년 이후에는 부드러운 추상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영국 과학자들은 드 쿠닝의 화풍 변화가 그가 앓았던 알츠하이머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시적(詩的)이고 여유로운 후기 명작(名作)들이 드 쿠닝의 질병 때문에 탄생했다는 것이다.
◇파킨슨·알츠하이머가 만든 명작
알렉스 포시드 영국 리버풀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신경심리학’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명 화가 7명이 그린 작품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치매의 주원인인 뇌질환)나 파킨슨병(신경세포 손상으로 운동 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몸을 가누지 못하는 뇌질환)을 앓았던 화가들은 정식으로 병을 진단받기 수년 전부터 그림에 극적이고 과도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클로드 모네·파블로 피카소·마르크 샤갈·살바도르 달리·노르바 모리소·드 쿠닝·제임스 브룩스 등 7명이 평생에 걸쳐 그린 2000여점의 작품을 특수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연구했다. 붓질의 방향이나 형태를 분석하고, 붓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 패턴(프랙털·fractal)’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살폈다. 프랙털은 붓놀림에 따라 만들어지는데 화가마다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최근 진품 감정에 많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붓질 횟수가 많고 가늘게 반복될수록 프랙털의 복잡도가 증가한다.
◇파킨슨·알츠하이머가 만든 명작
알렉스 포시드 영국 리버풀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신경심리학’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명 화가 7명이 그린 작품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치매의 주원인인 뇌질환)나 파킨슨병(신경세포 손상으로 운동 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몸을 가누지 못하는 뇌질환)을 앓았던 화가들은 정식으로 병을 진단받기 수년 전부터 그림에 극적이고 과도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클로드 모네·파블로 피카소·마르크 샤갈·살바도르 달리·노르바 모리소·드 쿠닝·제임스 브룩스 등 7명이 평생에 걸쳐 그린 2000여점의 작품을 특수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연구했다. 붓질의 방향이나 형태를 분석하고, 붓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 패턴(프랙털·fractal)’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살폈다. 프랙털은 붓놀림에 따라 만들어지는데 화가마다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최근 진품 감정에 많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붓질 횟수가 많고 가늘게 반복될수록 프랙털의 복잡도가 증가한다.
분석 결과 화가 7명 모두 나이가 들면서 그림에 변화가 있었다. 특히 모네·피카소·샤갈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같은 사람이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드 쿠닝과 브룩스가 이런 경향이 가장 심했다. 연구진은 대(大)변화의 이유를 뇌질환 때문이라고 봤다. 모네·피카소·샤갈은 평생 별다른 뇌질환을 겪지 않았고, 달리와 모리소는 파킨슨병을 앓았다. 드 쿠닝과 브룩스는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았다.
포시드 교수는 “일반적인 화가는 나이가 들면서 프랙털의 복잡도가 일관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하지만 달리와 모리소는 복잡도가 증가하다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드 쿠닝과 브룩스는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를 앓은 화가들은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10년 전에 이미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 겉으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미 예술 세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징조가 뇌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리처드 테일러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쿠닝의 작품이 그의 질병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프랙털 연구를 통해 진품 감정 수준을 높이거나, 일반인들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흐의 노란색과 소용돌이도 질병 때문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이 아니더라도 화가의 질병이 만들어낸 명작은 셀 수 없이 많다.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 나타나는 소용돌이 모양은 색소성 망막염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눈앞에 소용돌이가 아른거린다. 또 고흐가 ‘해바라기’ 등에 즐겨 사용했던 강력한 노란색이 황시증(黃視症)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독한 술에 중독될 때 나타나는 황시증에 걸리면 사물이 노랗게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마이클 마머 교수는 인상주의의 대가 에드가 드가 (1834~1917)의 의료기록을 토대로 그가 심각한 망막 질환을 앓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드가의 초기 작품은 세밀한 묘사가 장점이었지만, 나이가 들고 망막 질환이 심해질수록 사물이나 인물의 윤곽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작품의 모호함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안과 질환이 눈으로 본 풍경을 담아내는 화가의 그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