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루트라는 길이 굉장히 길어서, 끝까지 가려면 왕복 4시간이다. 중간에 ‘초리동’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면 그쪽으로 내려와도 좋다. 물론 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장군바위’쪽으로 끝까지 가면 좋겠다. 거기에는 전망대도 있고 괴상하게 생긴 소나무도 있어서 사람들을 매혹한다. 하지만 초릿골을 종합적으로 즐기고 가려는 분들은 ‘초리동’에서 하산하실 것. 그리고 저수지다.
▲ 뷁과 함께 한참을 놀았다. 김신조 루트를 내려와 만난 마지막 풍경이었다.(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과연 자연은 위·대·하·였·다. 위와 아래가 뒤바뀌어도 똑같을 그런 풍경이 우리의 눈 앞에 스스로를 펼치며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 거울과도 같은 그 저수지 풍경에서 뷁이 말없이 자기를 반성한다. 반성한다 싶었더니 냉큼 물 위를 날아가 건너편 숲 속에 꽂힌다. 꽂혀서 나를 보고 혀를 낼름거리며 말한다. “나 잡아봐라~!” 40년 전에 공비들이 내려와 “나 잡아봐라”고 했다. 40년이 지난 오늘 마시무스 뷁이라는 외계인이 뜬금없이 삼봉산에 추락해 자기를 잡으라고 한다. 말이 되는가. 나는 수면을 한번 보고, 하늘을 한번 보고, 나의 무반응에 저절로 다가온 뷁을 한없이 구타했다. 좋은 가을날이었다.
* 하나 더!
초리골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파주 출신인 율곡 이이를 모신 자운서원이 있다. 서원이라기보다는 아주 큰 공원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터가 넓어 가족 나들이에 딱 알맞다. 율곡과 어머니 신사임당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잠들어 있다. 서원과 가족묘로 가는 오솔길은 어둑어둑할 정도로 거목들이 우거져 있다. 율곡 부인인 노씨는 선생 사후 시종 둘과 함께 무덤을 지키다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목숨을 잃고 선생 묘지 위쪽에 버려졌다고 한다. 전쟁 뒤 그 세 주검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 함께 아들 묘 위편에 합장했다. 부부 묘소는 맨 위편, 사임당은 아래에서 두번째에 묻혀 있다.
::: 여행수첩
▲ 파주 지도.(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 가는 길(서울 기준)
1.자유로 문산IC에서 나와 전곡 방향으로 3.5km→오른쪽에 화석정 방향으로 진입, 직진 4km→독서동삼거리에서 법원, 의정부 방면 좌회전, 직진 6km→법원사거리에서 의정부 방면으로 직진 1.3km→왼편에 법원시립도서관 보이고 ‘초릿골’ 커다란 입석 보면서 좌회전.
2.서울 불광동에서 통일로 타고 문산 방면 직진→봉일천 지난 후 계속 직진하면 오른쪽에 법원-광탄 이정표→법원사거리 나오면 우회전, 이하 동일. * 법원사거리 전에 오른쪽으로 의정부 방면 가는 새길 나오면 우회전, 1km 정도 간 후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우회전하면 초릿골 입구로 가는 길이 나온다.
3.대중교통:서울 불광동 버스터미널에서 법원리행 버스 수시. 법원리에서 택시 혹은 도보로 30분.
▶ 먹을 곳
1.초리연:김신조부대 출현사실을 신고한 우씨네 형제가 운영하는 두부요리식당. 삼봉산 및 장군바위 산행 후 처음 만나는 식당. 우아한 한옥 흙집도 운치 있다. 김치두부전골 2만5000원. 파주 콩으로 만든 두부 요리를 낸다. (031)959-2179
2.승잠원:초릿골에서 처음 마주치는 고급 음식점. 궁중요리 한정식을 낸다. 드라마 ‘식객’ 촬영장소. 정식 코스는 2만원~6만원. 간장게장 정식 1만2000원, 청국장 정식 7000원. (031)958-9522, www.sjwgarden.co.kr
3.초리골 초계탕:더 설명이 필요없는 식당. 궁중요리 주방장 출신 사장이 만드는 평양식 요리다. 조리된 닭고기를 잘게 찢어 식초로 간을 낸 차가운 육수에 담가 먹는 음식. 2인분 2만7000원. (031)958-5250
▶ 묵을 곳, 즐길 곳
1.초호쉼터:초리골 장손 우능제씨가 운영하는 복합형 리조트. 나무꾼 우씨 4형제의 사촌이다. 나무꾼 형제들은 공비들에게 풀려난 후 능제씨 아버지에게 달려와 신고를 했다고. 우능제씨에게 1968년 당시 상황을 물어보면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펜션과 잔디구장, 연못, 카페, 식당이 종합적으로 있다. 펜션은 주중에는 개인 이용 가능. 주말에는 10인 이상 단체만 이용할 수 있다. 단체 1인당 5만5000원을 내면 펜션 및 저녁 야외 바비큐, 술, 음료 무한대 제공. 아침식사도 나온다. 잔디 족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카페, 세미나실(비용 별도)도 있다. 펜션은 25평형. 숲 속에 지어져 분위기가 좋다. 주변에 상가가 없으니 담배 및 기타 필수품은 미리 가져가는 센스! 펜션 사용 없이 당일 시설 이용은 1인당 3만5000원. (031)959-0029, www.chohopark.com
2.두루뫼박물관:소설가 강위수씨가 평생 동안 수집한 민속생활용품을 전시하는 공간. 장독대부터 요강까지, 솟대부터 대문까지, 예전에는 쉽게 보였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아쉬운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입장료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www.durum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