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사회와 자아정체성
-소비를 통한 자아상실
강좌명: 철학과 인간
강의 시간: 월 5/6교시
담당교수: 안재오 교수님
학번: 60061461
학과/이름: 법학과/ 최보란이
ㄱ.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회적인 혼돈과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계의 모순이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만큼 개인의 존재는 미약하고 사회 조직과 체계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사회적인 온갖 압박과 구속을 달게 감내해야 하며, 자신의 자유를 찾고 인간의 고유한 자아정체성을 개발하기보다는 체제에 대한 복종과 순응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중매체에 의해서 전적으로 지배를 당하는 형국이다.
광고-소비의 사회인 현대 사회에서 매스컴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한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서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요된다. 보드리야르에 의하면 광고를 통한 대중소비는 자본주의 체계를 지탱하는 탁월한 전략이다. 이에 소비사회와 자아정체성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사회 광고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광고 문구는 자아정체성을 강조하는 문구이다. 즉 문건이 좋다는 말보다 소비자의 고유한 개성과 자아정체성을 존중하라는 문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는 것이다. 이는 개성이나 자아를 존중하는 척하면서 실은 개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상품이 나의 정체성이나 개성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실은 소비문화의 몰개성과 통속성을 말한다. 오늘날 빈번하게 나타나는 개성을 빙자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보드리야르는 심각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본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의 대중 소비사회는 “개인이 타인과 구별되고 싶은 욕구”, 즉 개성화의 욕구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몰개성과 순응으로 몰아가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대중 소비사회의 역설을 보드리야르는 소비를 통한 사회통제라고 말한다. 바꿔말하면 선전과 광고를 통한 소비의 촉진은 사회적인 차이를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값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광고는 무차별적으로 구매를 권유하면서 평등 의식이 들게 하고 구매하도록 만든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의 빈부의 격차는 벌어진다. 대중사회의 광고와 소비는 이처럼 사회적 차이를 구조화 시킨다.
이는 단지 사회구조적 모순이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교육을 들 수 있다고 한다. 보드리야르는 교육 역시 불평등을 만든다고 보지만, 교재에 따르면 교육의 기회 균등을 국가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적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안재오, 『교육공화국』,2003)
ㄴ.
위에서 언급했듯이 보드리야르는 교육 역시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보드리야르의 관점에 따라 소비사회가 만드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좀 더 세부히 알아보고자 한다.
학교가 문화적 기회를 균등화하지 않는 것처럼, 소비도 역시 사회 전체를 균등화하지 않는다. 소비는 오히려 사회내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소비, 즉 점차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동일한 재와 제품을 손에 넣는 것은 사회 내의 차이와 서열, 권력 및 책임을 둘러싸고 계속 점차 증대하는 차별을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간주하고 싶은 유혹에 사람들은 사로잡혀 있다.
소비의 이데올로기는 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누구나 같은 물건을 갖고 산다. 그러나 이러한 평등은 완전히 형식적이다. 가장 구체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평등은 가장 추상적인 것이다. 반대로 이 추상적인 동질성을 전제로 해서만 진정한 차별체제가 더 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소비를 위한 제품이라고 하는 이 사회제도의 기초가 그처럼 초보적인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어낸다고 하는 것마저도 진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제품들은 그 자체로서는, 또 하나하나씩은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그것들의 집합적 배치와 전체적인 모습, 이 사물들의 서로간의 관계, 그리고 그것들의 전체적인 사회적 ‘원근법’만이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항상 차이표시적인 의미이다. 사물들은 이 구조적 규정을 기호의 구체적인 모습에서 반영한다. 사물들이 그러한 규정을 받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비를 위한 제품은 자신과 정반대의 이미지를 주는 제도들과 똑같은 사회적 논리를 따른다. 즉 특정의 몇몇 사람들만이 환경에 내재하는 요소들의 자립적이고 합리적인 논리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의 차별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물과는 관계가 없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주술적인 경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즉, 사물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모든 것에 사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신숭배적 논리가 바로 소비의 이데올로기이다.(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1992, 69쪽 참고)
보드리야르는 이처럼 현대사회가 노동과 생산에 의해 성격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양식에서 그 특징이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소비는 인간과 사물 사이의 욕구뿐 아니라 인간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ㄷ.
영화 『파이트 클럽』(1999)는 물질주의 사회로부터의 일탈을 주제로 하지만, 그 안에 소비사회의 자아 상실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타일러의 대사는 소비사회의 자아상실을 꼬집는다.
“당신이 소유하려는 물건들이 결국은 당신을 소유할 것이다. 완벽해진다는 착각일랑 하지 마라. 우리는 결국 잘 길들여진 소비사회의 부산물에 불과하니 말이다.”
“우리는 TV를 보면서 자라왔다. 언젠가는 우리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고 영화배우가 될 수 있고, 록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하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우린 지금 그걸 천천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실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러한 대사들은 자본주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가진 물질 지상, 외부 지향적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공허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즉 현실 자체는 광고나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핑크빛의 좋은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그렇게 될 것이라는 허상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고, 영화 속의 잭이라는 인물이 명품을 모으면서 자신이 완벽해 진다고 착각했듯이 우리도 광고가 만들어낸 허상에 도달하기 위해 유명 상표의 상품을 사고, 스타가 광고하는 물건을 사는 등, 결국 빈부 격차를 벌이고 개성을 죽이는 소비 사회의 마케팅에 놀아나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소비 사회의 자아상실과 빈부격차에 맞서 폭력과 파괴를 통한 정체성 회복과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갈망한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의 방법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서는 소비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에 대한 방법으로는 교육재정의 국가 부담, 국내 모든 대학의 국립화를 통한 평등화 등이 있다.
교육재정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면 교육의 기회를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부여받을 수 있다. 평등한 교육으로써 사람들은 교육에 의한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국내의 모든 대학을 국립화 시킨다면 지방과 수도권간의 대학 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특히 기부금이 유명대학으로만 편중되어 대학의 개발이 편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후에 대학생들의 취업 시에도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서 평가함으로서 사회적인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적 해결은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를 유연성 있게 바꿀 것이다.
그리고 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한 자아정체성의 확립은 외부 지향적인 소비사회가 자기중심적 내부 지향적인 소비사회로 바뀌면서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외부지향적인 소비사회 역시 자기를 강조하긴 하지만 그것은 의존성이 강하다. 반면 내부지향적인 소비사회는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내부지향적인 소비사회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은 감정적 관여도가 낮은 기본적 생필품에 대해서는 최저가 위주의 소비행태를 보이지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제품이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제품에 대해서는 고급을 지향한다. 이런 소비경향으로 앞으로 일반적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는 앞으로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오히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면서 소비자가 스스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내부지향적 소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먼저 자신의 욕구를 회사에 요구하는 자신의 소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소비사회는 인간의 개성을 생각해주고 정체성의 확립을 돕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사회의 빈부격차를 벌리며 자아정체성을 상실하는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소비사회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방안을 통해 구조적 모순을 없애고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
『삼위일체 논술』, 안재오
『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교육공화국』, 안재오
첫댓글 좋은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