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雜阿含經) 제 47 권
▒ 목 차 ▒
1253. 부경(釜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아침에 3백 개의 솥에다 밥을 지어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점심때와 저녁때에도 그렇게 하였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은 이와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힌 공덕에 비하면 저 앞의 보시한 사람의 공덕은 그 백 분․천 분․거억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셈을 하거나 비유로서는 도저히 비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잠깐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기를 배워야 하고,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4. 인가경(人家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世尊)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의 집에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으면, 그 집은 도둑에게 겁탈을 당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와 같이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자주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시간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닦아 익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온갖 나쁜 귀신에게 속임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느니라.
비유하면 사람의 집에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으면, 도둑들이 자주 겁탈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으니 선남자도 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라도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면 온갖 나쁜 귀신들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항상 때를 따라 자주자주 또는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시간이라도 자애로운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5. 비수검경(匕手劍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그 칼날이 넓고 예리한 비수(匕手)89)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건장한 사내가 '내가 이 주먹으로 네 칼을 쳐서 부셔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면, 비구들아, 그 건장한 사내가 과연 주먹으로 그 칼을 쳐부술 수 있겠느냐?"
89)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비수(匕手) 두 글자가 비수(比首)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 둘 다 맞지 않고 원래는 비수(匕首)로 표기해야 옳을 듯하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 비수는 칼날이 넓고 아주 예리하여 그 장정의 주먹으로는 쳐부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스스로 다치기만 할 것입니다."
"그렇다. 비구들아,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면, 혹 온갖 나쁜 귀신이 가서 그의 잘못을 찾아보려고 하더라도 그 틈을 얻지 못할 것이요, 도리어 제 자신만 다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자주자주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고, 나아가 소젖을 짜는 동안만큼의 짧은 시간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6. 조토경(爪土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손톱 끝으로 흙을 집어들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내 손톱 끝에 있는 흙이 더 많으냐, 이 땅덩이의 흙이 더 많으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손톱 위의 흙은 매우 적고 또 적을 뿐입니다, 그러나 땅덩이의 흙은 한량없이 많고 헤아릴 수 없이 많아 비교할 데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아서 중생들이 자주자주, 더 나아가서는 손가락을 튀기는 아주 짧은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는 사람은 손톱 끝의 흙처럼 매우 적고, 중생들이 자주자주, 더 나아가서는 손가락을 튀기는 아주 짧은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지 않는 사람들은 이 땅덩이의 흙과 같이 많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자주자주 일체 중생들에 대해 자애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7. 궁수경(弓手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 미후지 못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行)은 무상한 것이고 영원하지 못한 것이며, 편안하지 못한 것이요, 그것은 변하여 바뀌는 법(法)이다. 모든 비구들아, 항상 일체의 행을 관찰하여 싫어하고 여의어야겠다는 마음을 닦아 익히고 좋아하지 말아 해탈해야 하느니라."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미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다음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여쭈었다.
"수명이 옮겨가 사라지는 속도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나라면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다만 너는 알려고 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설명해 줄 수 있다."
부처님께서 이어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 장정이 강궁(强弓)을 잡고 사방을 향해 한꺼번에 활을 쏘았다. 어떤 장정이 화살이 떨어지기 전에 그 네 화살을 한꺼번에 붙잡았다. 어떤가? 비구야, 그런 장정이라면 빠르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빠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 화살을 잡은 장정이 빠르다고 하지만, 지신천자(地神天子)는 그보다 배나 더 빠르고, 허공신천(虛空神天)은 지신보다 배나 더 빠르며, 사왕천자(四王天子)가 오가는 것은 허공신보다 배나 더 빠르고, 일월천자(日月天子)는 사왕천보다 배나 더 빠르며, 해와 달을 인도하는 신[導日月神]은 일월천자보다 배나 더 빠르다. 그러나 모든 비구들아, 수명이 옮겨 변하는 것은 저 해와 달을 인도하는 신보다 배나 더 빠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수명이 무상(無常)한 것이고 빠르기도 그와 같음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8. 고경(鼓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國) 신선이 머물었던 녹야원(鹿野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다사라하(陀舍羅訶)라는 사람이 있었다. 저 다사라하에게는 또 아능가(阿能訶)라는 북이 있었는데, 그 북은 좋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깊은 소리를 내어 그 소리가 40리 밖에까지 들렸다. 그러나 그 북은 너무 낡아서 여러 곳이 부서져 있었다.
그 때 그 북을 만드는 기술자는 쇠가죽을 벗겨 두루 감아 얽어맸지만 그 북은 다시는 높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깊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더니 그 북은 나중에 더욱 낡아서 가죽은 다 떨어져나가고 다만 나무통만 남았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이 몸을 닦고 계(戒)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면, 그는 몸을 닦고 계를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았기 때문에 여래가 설하신 수다라(修多羅 : 經)를 매우 깊고 밝게 비추어,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려우며 헤아릴 수 없는 심오한 뜻을 밝은 지혜로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단박에 이해하고 두루 이해하여, 그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숭상하며 익혀서 번뇌를 여의고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러나 미래 세상의 비구들은 몸을 닦지 않고 계도 닦지 않으며, 마음도 닦지 않고 지혜도 닦지 않아서 여래가 말씀하신 수다라의 매우 심오한 이치를 밝게 비추어주고 공(空)과 상응하는 연기법(緣起法)을 듣고도 그는 당장 받아 지니지도 않고 철저히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며, 또 그 말을 듣고도 기뻐하여 숭상하거나 익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의 잡다한 이론(異論)과 잘 꾸민 문장과 세속의 잡스러운 글귀들은 전일한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고, 그 말을 듣고는 기뻐하고 숭상하며 익힐 것이다.
그러나 번뇌를 여의고 유익함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깊고 밝게 비추어 주는 공상(空相)의 요긴한 법과 연기법에 수순하는 법은 곧 사라지고 마는 것이, 마치 저 북이 낡아 부서지고 오직 나무통만 남은 것처럼 되고 말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며, 여래께서 설하신 매우 심오하고 밝게 비추어주는 공상요법(空相要法)과 연기법을 수순하여 곧 이해하고 두루 이해해야 하느니라. 또 그 말을 들은 자가 기뻐하며 숭상하고 익히면, 번뇌를 벗어나 이익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59. 철환경(鐵丸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쇠탄자[鐵丸]를 불 속에 던져 불과 똑같은 빛이 되었을 때 그것을 무명 솜으로 싸면 어떻게 되겠느냐? 비구들아, 곧 빨리 타서 없어지겠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이 세속 마을을 의지해 살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관[根門]을 잘 지키지 않으며, 마음이 일으키는 생각을 잡아매지 않고서, 만일 젊은 여자를 보면 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 모양에만 집착하여 탐욕(貪欲)의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탐욕은 그 마음을 태우고 그 몸을 태운다. 몸과 마음이 다 타고나면 계를 버리고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잘 지키며 생각을 잡아매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자.'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0. 묘경(猫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어떤 고양이가 목마르고 굶주려 바짝 말랐다. 그 고양이는 구멍에서 쥐새끼를 엿보면서, 만일 쥐새끼가 나오면 잡아먹으리라 하고 생각하였다. 때마침 어떤 쥐새끼가 구멍에서 나와 놀고 있었다. 그 때 그 고양이는 재빨리 그 쥐를 잡아먹었다. 쥐새끼는 몸이 작아서 산 채로 배속에 들어가 고양이의 내장을 갉아먹었다. 내장을 갉아먹을 때에 고양이는 고통을 못 견뎌 동쪽 서쪽으로 미친 듯이 치달리며, 빈집과 무덤 사이에서 어디에 머물러야 할 지를 몰라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아,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마을[村落]을 의지해 살면서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몸을 잘 단속하지 않고 감각기관을 잘 지키지 못한 채 생각도 잡아매지 않고서, 여러 여자들을 보면 바르지 못한 생각을 일으켜, 그 모양에만 집착해 탐욕하는 마음을 낸다. 탐욕이 일어나고 나면 그 탐욕의 불길이 왕성하게 솟아올라 그 몸과 마음을 다 태운다. 몸과 마음을 다 태우고는 치달리는 마음이 미쳐 날뛰어 정사(精舍)를 좋아하지 않고, 텅 비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 않으며, 나무 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마음으로 안의 법을 침식(侵食)해서 계(戒)를 버리고 물러간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요익(饒益)하지 못한 괴로움을 받게 된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그 몸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잘 지키며 마음을 잡아매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자.'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1. 목저경(木杵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나무 절구공이를 항상 쓰고 잠시도 놓아두지 않으면 밤낮으로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비구들아,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처음부터 감각기관을 닫지 않고 음식의 분량을 알지 못하며,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깨어 있으면서 훌륭한 법을 부지런히 닦아 익히지 않으면, 그런 무리는 온종일 좋은 법이 자꾸 줄어들기만 하고 늘어나지 않는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저 나무 절구공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비유하면 우발라(優鉢羅)꽃․발담마(鉢曇摩)꽃․구모두(拘牟頭)꽃․분다라(分陀利)꽃이 물 속에서 나서 물 속에서 자라며, 물의 깊이에 따라 자꾸 자라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문이나 바라문이 감각기관을 잘 닫고 음식의 분량을 제대로 알며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늘 깨어있어서 열심히 정근하면 이러한 선근공덕(善根功德)이 밤낮으로 자꾸 늘어나고 자라나서 마침내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그런 까닭에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한다.
'감각기관을 잘 닫고 음식의 분량을 제대로 알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늘 깨어 있으면서 열심히 정근하면 공덕과 착한 법은 밤낮으로 자꾸 자라나리라.'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2. 야호경(野狐經) ①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 무렵에 들 여우[野狐]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다.
세존께서는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새벽에 들 여우가 우는 소리를 들었느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도 저런 유형(類形)의 몸을 받아 저런 소리를 내리라.'
그 어리석은 사람은 그런 유형으로 태어나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겠느냐?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모든 존재 끊기를 구하고 방편을 써서 어떤 존재도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3. 요분경(尿糞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몸을 조금 받는 것도 찬탄하지 않거늘 하물며 많이 받는 것이겠느냐? 왜냐하면 존재하는 몸을 받는 것은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오줌이나 똥은 아무리 조금이라 해도 더럽고 냄새가 나는데 하물며 많은 것이겠느냐? 그와 같아서 존재하는 저 모든 것은 아무리 조금이라 해도, 그 또한 찬탄해서는 안 되고 나아가 잠깐[刹羅]이라 해도 찬탄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많은 것이겠느냐? 왜냐하면 존재하는 것은 다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아, 마땅히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
'모든 존재를 끊어 없애고 더욱 불어나게 하지 말자.'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4. 야호경 ②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에 들 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다. 날이 밝자 대중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새벽에 들 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었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들 여우는 종창을 앓고 있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그렇게 우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들 여우의 종기를 고쳐주면, 저 들 여우는 반드시 은혜를 갚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은혜를 알아 갚을 줄을 모른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아야 한다. 조그만 은혜라도 잊지 않고 꼭 갚아야 하겠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는가?'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265. 발가리경(跋迦梨經)90) ▲ 위로
90) 이 소경은 『증일아함경』 제19권 제26 사의단품(四意斷品)의 10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발가리(跋迦梨)는 왕사성에 있는 금사정사(金師精舍)에 있었는데, 가는 병에 걸려 괴로워하였으므로 존자 부린니(富隣尼)가 그를 간호하며 공양하고 있었다.
그 때 존자 발가리가 존자 부린니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께 찾아가서 나를 위해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편찮으신 곳은 없으시고 괴로운 일도 없으시며 기거는 가볍고 편안하십니까?' 하고 문안인사를 드려주시오.
그리고 또 '지금 발가리는 금사정사에 있는데,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세존을 뵈옵고 싶사오나 병에 시달려 기운이 빠져 나아갈 수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이 금사정사로 친히 오셔 주소서'하고 말씀드려 주시오."
그 때 부린니는 발가리의 말을 듣고 세존께 찾아가서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는 세존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괴로움은 없으시고 기거는 가벼우시며 편안하게 지내십니까?' 하고 문안드립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그도 편안한가?"
부린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는 지금 금사정사에 있사온데 병이 위중하여 자리에 누워있습니다. 세존을 뵈옵고자 했사오나 세존께 나아올 기운이 없습니다. 황송하오나 세존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금사정사로 가시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부린니는 세존께서 허락하셨음을 알고 발에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그 때 세존께서 새벽에 선정에서 깨시어 금사정사로 가셨다. 그곳에 이르러 발가리가 머무는 방으로 가셨다. 발가리 비구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가만히 있어라. 일어나지 말라."
세존께서 곧 다른 자리에 앉아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으로 그 병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겠느냐? 네 병은 더한가, 좀 덜한가?"
발가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의 차마비구수다라(叉摩比丘修多羅)에서 말한 것과 같다.)……세존이시여, 제 몸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칼로 찔러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괴로워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뜻을 따라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발가리야, 색(色)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냐, 항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냐?"
발가리리가 대답하였다.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물으셨다.
"만약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발가리야, 만일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고, 또한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 속에서 과연 그 무엇을 탐하고 욕심낼 만한 것이 있겠느냐?"
발가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욕심을 부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受)․상(想)․행(行)․식(識)에 대하여서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발가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몸에 대해서 탐하고 욕심낼만한 것이 없다면 그것은 훌륭하게 마친 것[終 : 죽음]이요, 뒷세상에도 또한 훌륭할 것이다."
세존께서 발가리를 위해 여러 가지 법을 설해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날 밤에 존자 발가리는 해탈(解脫)하리라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하였다.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 때 매우 단정하게 생긴 두 하늘 신이 새벽에 부처님의 처소에 찾아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발가리가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해탈하리라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저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부처님의 발에 함께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몸이 단정하게 생긴 두 하늘 신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갖춘 뒤에 한 쪽에 물러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가 금사정사에서 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해탈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세존께서 또 다른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존자 발가리 비구에게 가서 그에게 이렇게 말을 전하라.
'어젯밤에 두 하늘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뒤에 한쪽에 물러서서 내게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병이 위중하여 해탈하리라고 생각하고, 칼을 잡고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은 하늘 신들이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너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그 몸에 대해서 탐욕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것은 생을 잘 마치는 것이다. 뒷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금사정사의 발가리가 있는 방으로 갔다.
그 때 발가리가 간호하고 있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평상[繩床]을 가지고 와서 나를 태워 가지고 같이 들어다가 정사밖에 가져다 놓아라. 내가 칼을 잡고 자살하련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방에서 나와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부처님의 분부를 받은 비구가 대중들이 머물고 있는 처소를 찾아가서 비구들에게서 물었다.
"여러분, 발가리 비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발가리 비구는 그를 간호하던 사람을 시켜 평상에 들리어 정사 밖에 나가 칼을 잡고 자살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심부름을 간 비구는 곧바로 발가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발가리 비구는 멀리서 심부름을 온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간호하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평상을 땅에 내려놓아라. 저 비구가 급히 달려오고 있다. 아마도 세존께서 심부름을 시킨 것 같다."
간호하던 사람은 곧 평상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 때 심부름을 온 비구가 발가리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분부하신 것도 있고, 또 하늘이 말한 것도 있다."
그러자 발가리 비구는 그를 간호하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아라. 세존의 분부와 하늘 신이 말한 것을 평상 위에서 들을 수는 없다."
간호하던 사람은 곧 발가리를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았다.
그 때 발가리가 심부름을 온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의 분부와 하늘 신이 말한 것을 말해 보시오."
심부름을 온 비구가 말하였다.
"발가리여, 스승께서 너에게 알리는 말이다.
'어젯밤에 두 하늘 신이 내게 와서 말하였다.
(발가리 비구는 질병이 위중하여 해탈하리라 마음먹고, 칼을 잡아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또 둘째 하늘 신도 말하였다.
(존자 발가리는 이미 잘 해탈하였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은 하늘 신들이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너에게 수기(授記)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잘 생을 마치는 것이다. 뒷세상도 또한 좋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발가리가 말하였다.
"존자여, 스승께서는 알아야 할 것을 잘 아셨고, 보아야할 것을 잘 보셨다. 저 두 하늘 신도 또한 알아야 할 것을 잘 알았고 보아야 할 것을 잘 보았다. 그런데 나는 오늘 '색(色)은 무상(無常)한 것이다'라고 확신해 의심이 없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라고 확신해 의심이 없다. 또 '만일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거기에는 탐하고 욕심 낼 만한 것이 없다'고 확신해 의심이 없다.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질병의 고통이 여전히 몸을 따르고 있다. 칼로 자살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곧 칼을 잡고 자살하였다. 그 때 심부름을 온 비구는 발가리의 시체에 공양을 올린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분부를 존자 발가리에게 자세히 전하였습니다. 그는 '스승께서는 알아야 할 것을 잘 아셨고, 보아야할 것을 잘 보셨다. 저 두 하늘 신도 또한 알아야 할 것을 잘 알았고 보아야 할 것을 잘 보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위의 내용과 같다.)…… 칼을 잡아 자살하였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다 같이 발가리 비구의 시체가 있는 금사정사로 가자."
발가리 비구의 시체를 보니 번뇌를 멀리 여읜 빛이 있었다.
그것을 보시고 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땅에 있는 이 발가리 비구의 시체에서 번뇌를 멀리 여읜 빛이 있는 것을 보았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발가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4방을 감도는 그윽한 모습이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검은 그림자는 악마의 형상이다. 그들은 발가리 선남자의 식신(識神)이 장차 어디에 태어날 것인가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발가리 선남자의 식신은 머무르지 않는다. 칼로써 자살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그 발가리를 위해 제일기(第一記)91)를 주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1)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지칭하는 말이다.
1266. 천타경(闡陀經) ▲ 위로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천타(闡陀)는 나라(那羅)라고 하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好衣菴羅)라는 숲 속에 있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존자 천타가 나라라는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 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존자 마하 구치라(拘?羅)에게 말하였다.
"존자는 아시는가? 천타 비구가 지금 나라라는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 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다고 하오. 우리 함께 가 봅시다."
마하 구치라는 아무 말이 없이 허락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마하 구치라와 함께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 이르러 존자 천타가 있는 방으로 갔다. 존자 천타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가 오는 것을 보고 평상을 부여잡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존자 사리불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일어나지 마시오."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가 다른 평상에 앉아 존자 천타에게 물었다.
"어떠하신가? 존자 천타여, 앓고 있는 질환은 어떻게 견딜 만하신가? 더한가, 덜한가?……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 나온 차마수다라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
존자 천타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몸에 병이 매우 위중하여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질병은 점점 더해지기만 하고 조금도 차도가 없습니다. 그저 칼을 잡아 자살하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고통스러운 삶을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존자 천타여, 그대는 부디 노력해서 제 자신을 스스로 해치지 마시오. 그대가 만일 세상에 살아 있으면, 나는 장차 그대와 서로 오가면서 주선할 것이오. 그대가 만일 가난하면 나는 그대에게 약을 대줄 것이고, 그대에게 간호할 사람이 없으면 나는 그대를 간호해줄 사람을 구해주되 그대의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을 주선해줄 것이며, 마음에 들지 않게 하지 않을 것이오."
천타가 대답하였다.
"내게는 공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라 마을의 여러 바라문과 장자들이 모두 나를 보살펴주어서, 의복․음식․침구․약 같은 물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범행(梵行)을 닦는 내 제자는 내 마음을 잘 맞추어가며 병을 간호하고, 마음에 들지 않게 하는 일이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나는 질병의 고통이 몸을 핍박하여 견디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그저 자살하고 싶은 마음만 듭니다. 고통스러운 삶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묻겠소.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하시오. 천타여, 눈과 안식(眼識)과 또 눈에 인식되는 물질, 이런 것들은 과연 나라고 하겠습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것입니까?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또 물었다.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과 의식(意識)과 의식에 인식되는 법, 이런 것들은 과연 나라고 하겠습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것입니까?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또 물었다.
"그대는 눈과 안식과 물질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분별하고 무엇을 알기 때문에 눈과 안식과 물질은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천타가 대답하였다.
"나는 눈과 안식과 또 물질이 없어지는 것임을 보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눈과 안식과 또 물질은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었다.
"그대는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과 의식과 법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분별하고 무엇을 알았기 때문에 뜻과 의식과 물질은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천타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나는 뜻과 의식과 법은 없어지는 것임을 보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뜻과 의식과 또 법은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러나 나는 오늘 몸에 생긴 질병의 고통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칼로 자살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괴로운 삶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마하 구치라가 존자 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스승의 가름침대로 바른 생각을 닦아 익혀야 한다. 스승께서 말씀하신 글귀처럼 '의지하는 것[所依 : 몸)이 있으면 동요(動搖)하게 되고, 동요하게 되면 취향(趣向)하는 것이 있으며, 취향하는 것이 있으면 쉬지 않고, 쉬지 않으면 그 곳을 따라 왕래하며, 그 곳을 따라 왕래하면 미래의 나고 죽음이 있고, 미래의 나고 죽음이 있으면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出沒]이 있으며,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있기 때문에 곧 남․늙음․병․죽음과 근심․슬픔․고통․번민이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모이는 것이다'라고 하신 것을 알아야만 한다.
또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글귀처럼 '의지하는 것이 없으면 동요하지 않고, 동요하지 않으면 취향하는 것이 없으며, 취향하는 것이 없으면 곧 쉼이 있고, 쉼이 있으면 그 곳을 따라 왕래하지 않으며, 그 곳을 따라 왕래하지 않으면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없고,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없으면 곧 남․늙음․병․죽음과 근심․슬픔․고통․번민이 없다. 이리하여 순수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사라진다'고 하신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천타가 말하였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내가 세존께 공양하는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선서를 수순(隨順)하는 일도 이제 이미 끝났습니다. 마음에 맞든지 마음에 맞지 않든지 간에 제자로서 할 일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다른 제자가 스승님께 공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도 이와 같이 공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맞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질병의 고통을 견디기에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저 칼로 자살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괴로운 삶을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천타는 곧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서 칼로 자살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천타의 사리에 공양한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천타는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서 칼로 자살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존자 천타는 어느 세계로 갔습니까, 어떤 생을 받고 후세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스스로 '존자 마하 구치라여, 내가 세존께 공양하는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선서를 수순(隨順)하는 일도 이제 이미 끝났습니다. 마음에 맞든지 마음에 맞지 않든지 간에 제자로서 할 일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
니다. 만일 다른 제자가 스승님께 공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마땅히 이와 같이 공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맞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존자 천타는 이전에 진진니(鎭珍尼)라고 하는 바라문의 마을에 있을 때 공양을 하던 집, 극히 친하고 후하게 지내던 집, 서로 이야기를 잘 하고 지내던 집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리불아,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한 선남자에게는 공양을 해주던 집, 극히 친하고 후하게 지내던 집, 서로 이야기를 잘 하고 지내던 집이 있다. 사리불아, 나는 그에게 큰 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그 몸을 버리고 다른 몸을 받아 계속한다면, 나는 그들에게는 허물이 있다고 말하리라. 만일 이 몸을 버린 뒤에 다른 몸이 계속하지 않으면, 나는 그에게 큰 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큰 허물이 없기 때문에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서 칼로 자살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그 존자 천타를 위해 제일기(第一記)를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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