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乾期)가 오래 지속되는 동안, 말라리아 모기는 어디론가 꼭꼭 숨어 버린다. 개(犬)에서부터 풍선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온갖 엽기적 방법을 동원하여 말라리아 모기의 은신처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말라리아 기생충의 생활주기(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Malaria)
아프리카 말리 소재 바마코 세누 국제공항의 무장 경비병들은 생전 독일산 셰퍼드를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익숙한 개라고 해야, 고작 서부 아프리카에 널려 있는 작고 허접스러운 혼혈견 정도? 그러다 보니 2012년 2월 세누 국제공항에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나(늑대처럼 무섭게 생긴 캘리포니아 출신 순종견의 이름)가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공항 청사로 들어오자, 여덟 명의 병사들이 혼비백산하여 달려와, 다나와 그 조련사 사피어 바이스를 에워싸고 총을 겨눴던 것이다.
한때 이스라엘군을 위해 테러방지견을 훈련시켜 줬던 베테랑 조련사 바이스였지만, 장장 36시간의 비행기 여행(파리를 경유한 7시간 포함)을 끝낸 후, 녹초가 되어 낑낑거리는 다나를 끌고 공항을 빠져나오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는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해 오줌이 마려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공항 경비병들은 - 다나가 몸에 두른 업무용 조끼를 자살폭탄으로 오인하고 - 개의 조끼를 벗기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수차례에 걸쳐 "동물운반 상자(crater)는 어딨어?"라고 소리쳤다.
경비병은 물론 대부분의 공항 근무자들에게 있어서, '동물운반 상자 없이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도록 훈련된 개'가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다나가 비행기를 타고 이역만리 아프리카로까지 날아온 이유였다. 그녀(다나는 암컷임)는 "예민한 코를 이용하여 숨어 있는 말라리아 모기들을 색출하라"는 특명을 받고 있었다.
다나가 말라리아와의 전쟁에 투입된 것은 '황당한 수수께끼'를 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아프리카의 세네갈에서 수단에 이르는 사헬 지역(Sahel region)은, 매년 (최대) 8개월간 지속되는 극심한 건기(乾期)를 경험한다. 지표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모기들은 생식능력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모기의 알과 유충이 생존하려면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매년 건기가 되면 모기의 개체수가 거의 0(zero) 수준으로 곤두박질친다.
이쯤 되면 한마디 거드는 독자들이 나타날 법도 하다. "도채체 뭐가 문제야? 말라리아 모기가 사라지면 좋은 거 아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지루한 건기가 끝나고 우기(雨期)가 다시 찾아오면, 어딘가에서 홀연히 성체 모기가 나타나 불과 3일 만에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모기가 알에서 깨어나 성충이 되려면 최소한 8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3일이라는 시간은 도저히 계산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추측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알에서 깨어나 성충으로 성장한 모기들이 어딘가에 숨어 건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런 추측도 해 봄직하다. "말라리아 모기가 숨어 있는 아지트를 찾아내어 급습하면, 말라리아를 한방에 박멸할 수 있지 않을까?" 맞다,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수억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걸려 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데, 그중 대부분은 어린들이다. 만일 말라리아 모기들이 건기 동안 숨어 있는 아지트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이 모기들을 한꺼번에 때려잡아 매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모기의 은신처를 찾아내느라 안간힘을 써 왔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이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과학자들이 있는데,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말라리아 및 매개체 연구소(Laboratory of Malaria and Vector Research)의 토비 레만 박사(곤충학)도 그중의 한 명이다. 그는 미국 및 아프리카 출신의 연구원 수십 명을 이끌고, 지난 6년간 약 70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온갖 방법을 시도해 왔다. (그가 시도한 방법 중에는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다나를 말라리아 모기 색출작전에 투입한 것도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 중 하나다.)
혹자들은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레만 박사의 노력들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까? 그러나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내가 하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 한나절 동안 마을 안팎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모기가 은신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모기의 씨를 말려 버려 주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도대체 이게 왜 무모한 일이란 말인가?"
(1) 사냥감은 어디에?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티에롤라 마을까지는 차로 네 시간이 걸린다. 티에롤라는 120채의 건물에 인구 300명이 살며, 전기나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 마을이다. 건물이라고 해 봐야, 진흙 벽돌에 짚이나 진흙으로 하늘을 가린 집들이 대부분이다.
티에롤라에는 우기(5~6월부터 10~11월)가 되면 비가 50cm나 쏟아진다. 그러면 숲이 우거지고, 수수, 옥수수, 땅콩 등의 작물이 자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청객인 모기가 매우 신속한 속도로 날아든다. 레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는 우기가 시작된 지 불과 5일 만에 모기의 개체수가 무려 10배로 증가한다고 한다(참고 1).
모기들이 - 교미도 하기 전에 - 그렇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곤충학자들은 두 가지 설명을 제시해 왔다. 첫 번째 설명은 '먼 거리에서 높은 고도의 바람(high-elevation winds)을 타고 이동해 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명은 '건기 동안 여름잠(aestivation)을 자다가, 우기가 되면 깨어난다'는 것이다.
레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여름잠 가설'에 신빙성을 더해 주는 단서를 찾아냈다. 건기의 마지막인 2008년 10월 말, 연구진은 약 7,000마리의 모기들을 마취시킨 다음, 페인트로 표시를 하고는 마을의 들판에 풀어 놓았다. 다음 해 5월 들판에서 모기를 채집하던 연구진은 깜짝 놀랐다. 페인트가 칠해진 암컷 모기가 한 마리 생포된 것이다. 사헬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Anopheles gambiae)는 수명이 고작 30일로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말라리아 모기가 여름잠을 잔다’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지만, 생물학자들이 설명하기에는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온대지역의 경우, 모기들은 추운 겨울 동안 살아남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곤충의 대사속도가 자연히 저하하므로, 겨울잠 이론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경우 항상 고온이 유지되므로, 모기의 대사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모기들은 여름잠을 자는 동안 몸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과학자들은 모기에게 여름잠을 유도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해 봤지만, 일화적이거나 상황의존적 증거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예컨대 1940년대에 실시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자연상태와 동일한 조건을 조성해 봤지만 암컷 모기를 휴면 상태에 빠뜨리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한편 한 연구진은 1968년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 아프리카 수단의 고온건조한 실험실에서 모기를 약 7개월 동안 생존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참고 2). 그러나 1968년의 연구결과는 후속연구에서 한 번도 재현되지 않았다.
유전학자들도 ‘여름잠 가설’의 검증 대열에 가세했다. 1990년대 후반,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더글러스 노리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말리의 한 마을에서, 두 번의 우기에 걸쳐 모기들을 채집하여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s)를 비교검토해 봤다. 그 결과 최소한 5,000마리의 암컷 모기들이 건기 동안 살아남아 다음 우기에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3). 영국 리버풀 열대의학대학의 마틴 도넬리 교수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아노펠레스 모기(Anopheles mosquitoes)를 채집하여 그들의 게놈을 비교하고 있다. 비교 결과 모기의 게놈이 2기(期) 이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많은 모기들이 -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모기들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 건기를 이겨내고 다음 우기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더욱 강력하게 증명될 것이다.
“폭우가 휩쓸고 간 티에롤라 마을에 페인트 묻은 암컷 모기가 나타났다는 것은 ‘야생모기가 건기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으로 치면 700년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레만 박사는 말했다. 노리스 교수는 모기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감비아 남부의 들판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고온건조한 들판에서 모기가 여름잠을 잘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기가 여름잠을 잔다고 믿고 있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레만 박사가 발견한 모기 한 마리밖에는...“이라고 노리스 교수는 말했다.
레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향후 2년 동안 우기가 다시 닥쳐올 때마다, 모기의 아지트라고 의심되는 지역에 모기장을 치고 첫 번째로 나타나는 모기를 포획할 예정이다. “우리는 앞으로 1~2년 내에 모기의 은신처가 탄로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은신처를 찾아내기만 하면, 그 다음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레만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모기 토벌 작전은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지금껏 24시간 내내 감시를 하고, 심지어 살수차를 동원하여 물을 뿌려 (모기가 나오도록) 유인해도, 모기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게다가 모기의 아지트로 의심되는 지역은 - 마을로부터 반경 500m 이내의 지역만 포함시켜도 - 줄잡아 수백 군데에 이르므로, 어쩌면 인근의 모든 지역에 포집망을 설치하거나, 아예 마을 전체를 빙 둘러 모기장을 쳐야 할지도 모른다.
(2) 냄새를 찾아라
레만 박사의 프로젝트는 사상 최초는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프랑스 몽펠리에 소재 개발연구소(IRD)의 프레데릭 시마르 박사(위생곤충학)는, 세네갈의 한 마을에서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마을 안팎에서 모기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여러 군데(예: 헛간, 사일로, 물탱크, 연못, 나뭇등걸, 나무줄기, 메마른 연못 바닥의 갈라진 곳) 골라 모기장을 설치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여름잠을 자고 있을 모기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백사장에서 모래알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시마를 박사는 말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의 연구진은 케냐의 한 계곡 일대에 모기장을 잔뜩 설치해 놓았다. 한편 말리에서 연구하고 있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의 연구진은 마을 외곽지역에 산재하는 동물의 은신처에 물을 뿌리면서, 여름잠을 자고 있는 모기가 튀어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를 얻지는 못했다.
선행연구자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며, 레만 박사는 좀 더 표적 지향적인 전략(targeted strategy)을 구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디선가 ‘빈대 냄새를 맡는 개(犬)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개를 모기색출 작전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모기는 빈대와는 많이 달라 어려움이 예상됐다. 예컨대, 이동성이 떨어지는 빈대와는 달리, 모기는 날개가 있어서 멀리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또한 빈대는 독특한 페로몬을 방출하지만, 자연 상태의 모기는 아무런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먼저 모기에게 냄새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몇 달 동안의 실험 끝에, 그가 찾아낸 것은 베티버유(vetiver oil)였다. 베티버유는 동아시아의 잡초에서 유래하는 향수 성분으로, 흙이나 숲 냄새가 난다. 베티버는 아프리카에 자생하지 않으므로, 개의 코를 헷갈리게 할 염려가 없었다. 또한 독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냄새가 불쾌하지도 않으므로, 연구진에게 아무런 고통도 초래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베티버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2주 동안 잔류할 수 있으므로, 연구를 수행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베티버를 모기에게 뿌리면 모기가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레만 박사는 매우 가느다란 실(絲)을 베티버에 담근 다음, 잘게 잘라 마취된 모기의 몸에 부착했다. 잠시 후에 마취에서 깨어난 모기는 - 몸에 뭔가가 달라붙어 약간 거추장스럽기는 하지만 - 날아다니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 동안 레만은 미국의 바이스에게 전화를 걸어, 개에게 모기 냄새를 맡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지 물어봤다. 이미 많은 조련사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손사레를 쳤지만, 바이스는 달랐다. 그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며 대환영이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의 개 훈련소 잔디밭에서, 바이스는 다나에게 여섯 개의 박스를 주고 냄새를 맡게 했다. 그리고는 베티버 냄새를 맡을 때마다, 다나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테니스공)을 선물로 안겨줬다. 일 년간의 맹훈련 끝에, 다나는 베티버 향이 배어 있는 1cm짜리 실을 97%의 정확성으로 찾아낼 수 있는 실력을 연마했다. 바이알 속에 담겨 있든, 땅 속 20cm의 구멍 속에 들어 있든, 다나는 베티버 향을 풍기는 실을 척척 찾아냈다.
다나가 아프리카에서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바이스는 2012년 초 다나를 대동하고 말리로 날아왔다. 만에 하나, 다나가 화물창(cargo hold) 안에서 고열 때문에 녹초가 될 가능성을 감안하여, 바이스는 그녀를 자기 옆의 좌석(이코노미석)에 앉혔다. 그러나 찜통 같은 공항에서 경비병들과 오랜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바이스는 프로젝트 수행에 뭔가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목적지인 티에롤라 마을에 도착했을 때, 더위를 먹은 다나는 훈련을 다시 받아야 했다. 개가 평정심을 되찾으려면 숨을 헐떡여야 하는데, 난생 처음 아프리카의 무더위를 경험한 다나는 호흡조절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호흡조절이 안 되면 후각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50°C의 살인적 더위 속에서, 다나는 5분마다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바이스의 노력 덕분에, 한 달 후 다나는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그녀는 동굴이나 구멍 속에 숨겨 놓은 (베티버 향을 풍기는) 실을 척척 찾아냈다. 심지어 며칠 전 실을 붙여 날려보낸 모기까지도 찾아내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그 모기들 중 한 마리는 세탁물이 잔뜩 담긴 바구니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연구진에 소속된 30여 명의 말리인들은 탄성을 질렀다. “나와 다나가 의사소통을 하는 걸 보고, 그들은 나를 무당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다나가 모기를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 주자 그들은 비로소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나는 기분이 으쓱해졌다”라고 바이스는 말했다.
‘냄새나는 모기가 연구진을 비밀 은신처로 인도하리라’는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무렵,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갑자기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면서, 바이스는 다나를 데리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레만 박사도 뒤이어 말리를 등지고 떠났다. 지휘관을 잃은 모기사냥 프로젝트는 아다마 다오 박사의 손으로 넘어갔다. 다오 박사는 바마코 대학교 산하 말라리아 연구 및 훈련센터 소장으로, 말리 현지 인력의 연구를 지휘하던 인물이었다.
2012년 8월, 두 명의 말리인 조련사가 두 마리의 탐지견을 데리고 산사로사를 방문했다. ‘모기 탐지견을 훈련시키는 방법’과, ‘인간과 개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 명의 조련사는 의사였고, 다른 한 명은 생물학자였다. 두 사람은 다오 및 레만과 함께 2년 동안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바이스와 다나가 보여 준 신통력을 우연히 목격하고는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았다.
말리인들이 이끄는 모기 탐지견 프로젝트는 2013년 12월까지 계속되었는데, 약 아홉 군데의 모기 은신처(로 의심되는 곳)를 찾아냈다. 그곳들은 나무 밑동 근처의 구멍이나 오래된 흰개미집 등으로, 대부분 마을에서 반경 1.5km 이내의 지역에 존재하며, 두 마리의 개가 모두 은신처로 지목한 만큼 신빙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기대에 부푼 프로젝트팀은 건기가 끝난 직후 그곳에 모기장을 쳤지만, (이전에 그들보다 앞서 이곳을 찾았던) 많은 연구진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허탕을 치고 말았다.
(3) 영원한 낙관주의자
2014년 7월, 레만 박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2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티에롤라를 찾았다. 그의 아이디어 중에는 마을의 우물 주위에 대형 모기장을 치는 계획을 비롯하여, 몇 가지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다른 곤충들도 유사한 전략을 이용하여 사헬 지역의 혹독한 건기를 견뎌낼 것이 분명하므로, 레만 박사는 ‘몸집이 좀 더 큰 곤충’에게 무선송신기를 장착할 경우 모기의 아지트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또한 모기의 은신처에 남아 있을 다양한 표지들(예: DNA, 미량의 화학물질, 세포)을 검출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설사 모기가 은신처를 떠난 후에라도, 그들이 남긴 흔적은 그 자리에 당분간 잔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모기 색출 작전은 거리와 높이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레만 박사는 마을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있는 동굴에까지 수사망을 확대하는 한편, 헬륨풍선을 이용하여 (바람을 타고) 고공을 날아다니는 모기들을 포집하려고 한다. 우기(雨期)에 실시된 예비연구 결과에 의하면, 160m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A. gambiae가 포집되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높은 곳에는 모기가 먹을 만한 것도 거의 없을 텐데 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헬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3종(種)의 모기 중, 한 종은 여름잠을 자고, 나머지 두 종은 고공비행을 통해 멀리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레만 박사는 말했다.
레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 분야에서 지금까지 아홉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현재 세 편의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많은 말라리아 연구자들은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노력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모기의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한곳에 모이는 시기(단계)이 존재한다면, 그 시기는 모기를 한방에 물리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라고 UC 데이비스의 그레고리 란자로 교수(곤충학)는 말했다. 란자로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A. gambiae의 집단유전학을 연구하고 있다.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이다. 말라리아와 같은 강적을 연구하다 보면, 누구든 낙관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비관주의자들은 그냥 집에서 쉬는 수밖에...”라고 란자로 교수는 덧붙였다.
레만과 다오 박사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우리는 기필코 베일에 싸인 모기의 아지트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곳을 찾아내기만 하면 싸구려 살충제 몇 통만으로도 모기를 몰살시켜, 수많은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 만일 실패하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껏 낙담하거나 희망을 잃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 우리는 늘 목표에 도달하려 애쓸 것이다."
※ 첨부그림 설명 ① 말라리아 모기의 은신처를 찾는 다나(동영상)
② 말라리아 모기의 은신처를 찾는 다나(사진)
③ 모기의 몸에 베티버향(香)이 밴 실(絲)을 부착하는 장면
④ 헬륨 풍선에 모기 포집기를 부착하여 하늘로 날려보내는 장면
※ 참고문헌: 1. Lehmann, T. et al., “Aestivation of the African Malaria Mosquito, Anopheles gambiae in the Sahel”, Am. J. Trop. Med. Hyg. 83, 601–606 (2010). 2. Omer, S. M. & Cloudsley-Thompson, J. L., “Dry Season Biology of Anopheles gambiae Giles in the Sudan”, Nature 217, 879–880 (1968). 3. Taylor, C. et al., “Gene flow among populations of the malaria vector, Anopheles gambiae, in Mali, West Africa”, Genetics 157, 743–750 (2001).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malaria-control-the-great-mosquito-hunt-1.15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