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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국내 바이오 업계에 그야말로 ‘광풍’이 휘몰아쳤던 해로 기록된다.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 탄생과 활발한 줄기세포치료제 연구 개발, 대기업의 바이오산업 본격 진출 등 굵직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정부의 연례 정기행사 이름처럼 이른바 ‘2013 바이오코리아’가 그대로 연출됐다.
하지만 이면에는 세계 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일련의 사건들도 있었다.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미온한 지원정책 등으로 ‘대한민국’ 국적 포기를 선언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최대주주가 주가조작 및 성폭행 혐의 등을 받은 경우, 그리고 신기술을 외국 회사에 팔아버리면서 ‘노다지’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일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바이오강국을 표방하며 현재 꾸준히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新 성장동력원으로서 ‘바이오’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바이오가 블루오션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성장은 물론,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 신호탄은 2013년 3월 울렸다. 당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 글로벌 줄기세포/재생의료연구개발촉진센터(GSRAC) 주관의 ‘2013 줄기세포·재생의료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된 가운데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이 참석하며 국회 차원에서의 관심을 적극 내비친 것이다.
해외의 관심도 높았다. 美 국립보건원(NIH) 관계자 등도 우리나라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대해 칭송 이상의 갈채를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컨퍼런스는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 줄기세포 단체 의장국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고 국내 정부기관 줄기세포연구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와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안트로젠(부광약품 계열사)의 ‘큐피스템’ 등 세계 1, 2, 3호 줄기세포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케이스템셀(구 알앤엘바이오)와 차병원그룹 계열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등이 추가 치료제 허가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는 넓은 의미에서 ‘생(生)’과 관련된 모든 의약품을 포괄한다. 줄기세포치료제뿐 아니라 그 외 생물학적제제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 생물학적제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들 수 있다.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가 지난 6월 한국에서 탄생했다. 코스닥 주식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최종 품목허가를 받았다.
오리지널 레미케이드와 같은 적응증을 획득하며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약제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당시 외신들도 램시마의 탄생을 잇달아 보도했다.
셀트리온의 다음 타깃은 미국이다. 유럽과 함께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허가를 위해 지난 10월 임상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독일연방생물의약품평가원에 제출한 램시마 자료에 대해 FDA 허가 목적 임상시험신청서(IND)를 승인을 받아냈다.
임상종료까지 최대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란 전망으로 내년 초 램시마 허가서류를 FDA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종허가는 2015년경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보다 앞서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허가서류 역시 지난 9월 후생노동성에 제출한 상태다.
국내 대기업도 이러한 바이오시밀러 경쟁 대열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 특히 삼성은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해왔다. ‘삼성전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 → 시범 생산 계획’ 까지 약 6년 정도가 소요됐다.
삼성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인 바이오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해왔다. 2012년 말 인천 송도에 공장을 완공하고 2013년 6월 생산 공정 시스템을 정비했다.
당해 7월에는 cGMP 생산 구축을 모두 완료해 다국적제약사 BMS제약과 로슈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 브랜드에 걸 맞는 글로벌 리딩 제약사들의 제품 생산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 제품에 대한 시범생산 계획이 세워지면서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국내 바이오산업 급성장 불구 글로벌화는 지연
국내 바이오산업의 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이름’을 내건 글로벌社 탄생은 아직 이른 모습이다. 다 키워놓은 우리 ‘자식’을 남에게 팔아버리는 형태가 여전히 국내 업계에 잔존하는 모양새다.
세계 시장 장벽이 높거나 국가적 지원 미비의 문제점도 제기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상황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셀트리온이다.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탄생시키며 세계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창업주 서정진 회장은 결국 자신의 보유 주식 전량을 외국계 제약사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며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3년 4월 서정진 회장은 충격 발표를 했다. 당시 그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을 만들려던 꿈을 접는다. 미래에는 국내 기업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국가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뼈있는 말을 전했다.
서 회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국가 기관의 자금조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주식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태도 등을 이유로 결국 셀트리온을 외국계 기업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는 “내 꿈은 단 하나였다. 한국에서 설립된 기업이 글로벌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지만 이젠 그 꿈을 접는다”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아직까지 어느 기업이 셀트리온을 인수할지 여부에 대해 윤곽이 나오지 않았으나, 외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보툴리눔톡신 제제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앨러간社의 보톡스와 국내 최대 경쟁구도를 펼치고 있는 메디톡스 역시 아쉬운 상황을 연출했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제품은 국내 미용 시장에서 보톡스와 양대 산맥을 이룰 만큼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다. 오히려 메디톡신은 보톡스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조금 더 높을 정도로 제품력 만큼은 피부, 성형외과 개원의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성공을 글로벌로 이끌고 나갈 경쟁력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하지만 2013년 9월 메디톡스는 최대 경쟁사인 앨러간과 3898억원 규모의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라이벌에 우리 기술이 넘어간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차세대 보툴리눔톡신은 선진국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 중이던 메디톡스의 신 성장동력원이었다. 이미 호주에서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쳐 제품 개발 완료까지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메디톡스는 생산을 맡고 앨러간은 국내와 일본을 제외한 세계 시장 독점 판매 및 개발을 하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엄청난 규모의 수출 계약 체결이 호재가 됐지만, 국가적으로 봤을 때는 글로벌 기업 육성 목표가 지체됐다는 분석이다. 다시 한 번 높은 세계 시장 장벽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 “앨러간이 일찌감치 경쟁사(메디톡스) 제품을 ‘사장’ 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케이스템셀(구 알앤엘바이오) 역시 2013년 동안 바이오업계 뜨거운 감자였다. 일본 언론으로부터 자국 내 불법 줄기세포시술 의혹 보도가 연일 터진 가운데, 창업주 라정찬 박사는 이후 미공개 회사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 혐의와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의 의혹을 받았다. 회사 주식은 상장 폐지된 가운데 라 박사는 처조카를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라 박사는 지난 6월 29일 구속수감 됐다.
“바이오, 국가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키워 나가야”
성장통을 겪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국가 및 개별 수익과 일거리 창출 등을 위해 한걸음씩 발을 내딛고 있다.
삼성의 경우 현재로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사업(CMO)을 통해 바이오사업 시작을 알렸지만, 자체 제품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브랜드를 내건 생물학적제제 연구개발을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출자 설립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SB4' 등 임상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2013년 초 美 머크와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제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을 글로벌 최상위권 제약사가 해외 판매 협력체계를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자가면역질환 및 암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계약을 맺었는데, 단순 라이센스 아웃소싱이 아닌 완제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국내 2호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메디포스트도 치매치료제 탄생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린다. 치매 약에 대한 갈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첫 치료제 개발이기 때문이다.
메디포스트는 ‘뉴로스템-AD'의 임상 1·2a 임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고 향후 2년간 삼성서울병원과 손잡고 뉴로스템의 유효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종합독감치료 물질 ‘CT-P27’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허가를 받은 램시마의 경우 바이오시밀러이기 때문에 이 물질은 모든 임상 과정을 마칠 경우 셀트리온의 첫 신약이 된다. 현재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영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향후 램시마 다음으로 대형품목의 탄생을 예고한 상태다.
굴곡이 많았던 케이스템셀은 최근 회사 이전을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각오다. 그 일환으로 알앤엘바이오에서 케이스템셀로 사명도 바꿨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본사 건물 매각으로 얼마 전 여의도 새 둥지로 이전한 이유는 자금 유동성 확보에 있다.
아직까지 줄기세포치료제 최종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어 국내 상용화가 어려운 가운데 연구개발에 매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회사는 현재 임상 1·2상을 완료한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버거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1·2상을 진행 중이며 척수손상 치료 물질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그 외 4건의 연구자임상이 진행되거나 완료됐고 역시 4건의 정부 지원 수행과제도 진행 중에 있는 등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