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무안역 구내에서 선로 작업 중 순직한 한 철도노동자를 기억하며
유종
내세의 밤 차단기에 걸려 오지 않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꽃잎처럼 흩어져버린
무안에서 무탈을 빼앗겨버린
안개 자욱한 철길
철야 작업 끝 쓴 입맛 다시던
무개차 위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두꺼운 밤의 겉옷 한 꺼풀씩 벗겨내면
새벽이 오고, 또 새벽이 오고
그리고 또 허기진 새벽
아내와 어린아이들 뒤로하고
안개에 묻혀버린 젊은 철도원 노동자
밤은 고요하고 거룩하고
첫닭이 울기 전 너를 부정한
그날 새벽이 선로에 찍혀 신음하네
열차가 그냥 선로 위를 달리는 것은 아니네
-시집 『푸른 독을 품은 시간』 중에서, 2022년, b출판사
유종 시인의 첫시집 『푸른 독을 품은 시간』 출판기념회가 열린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에 다녀왔다. 전국에서 온 많은 문학의 도반들을 만나 오랫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시 고행에 들어선 이의 고독을 함께 어루만지고 격려해주시기 바란다" 라는 시인의 바램처럼 그의 푸른 독이 아프고 쓸쓸한 삶에서 크게 위로 받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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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