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vD2AmmAOVK0?si=_nkoTWsq23euhFIe
Eres tu / Mocedades .1973
좋은 영상이 별로 없어서 그 중에 음질이 가장 나은 영상을 찾았습니다.
귀로만 감상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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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 그늘
이 해리
고소한 뜸 냄새를 풍기며 변함없는 밥솥이
더운 김 뿜는 아침 .
동구 밖 이팝꽃 흐벅지게 피었다
고봉으로 밥 먹은 사람 드믄 시대
고봉으로 피었다
구름이 퍼먹고 바람이 퍼먹고
못자리가 퍼먹고나도
하얀 쌀밥꽃 남아돈다 , 남아 도는 쌀밥꽃
길가에 수북 떨어졌다가
자동차에 뭉개지고 수채구멍으로 날아 들어간다
팅팅불은 밥풀들 , 쌀이 남아돈다
쌀라면을 만들까 쌀로 된 햄버거를 만들까
나도 남아 고민 중인데
주체할 수 없는 잉여는 차라리 슬픔인지
아프간의 그 어린 것 아프게 떠오른다
제 위장보다 홀쭉한 자루를 들고
포탄이 훑고 간 들판에
풀을 캐러 다니던 네 살배기 ,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백만 명이 고스란히
굶어 죽는다는데
북한의 꽃제비들은 한 보시기 밥 때문에
오늘도 사선을 넘어온다
내 배부름으로 세상 어딘가에
배 고파 야위는 슬픔이 즐비한데
새벽 별같이 하얀 쌀이
숭고하던 쌀밥이 길바닥에 고봉으로 넘쳐난다
두려운 무기처럼 온 마을에 그늘을 드리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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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월이 접어들면서 충무로 3 가 길가에는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 꽃들로 장식된다
초여름 비가 장맛비처럼 시원하게 쏟아지던 어느 날 모처럼의 번개 모임이었다
꽃향기는 비에 젖은 거리를 떠나지 못한 채
우리들을 그 향기 속에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설레임이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피어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그러한 시간이었다.
그 때 그 꽃길의 추억이야 이미 먼 옛날의 일이 되고 말았으나 해마다 계절이 되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냥 피식 의미없는 웃음을 꽃향기 진한 바람에 날려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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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연이 있어서 꽃이름이 , 나무 이름이 이팝나무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꽃을 보게 되면 삼척동자라도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다
시 에는 우리들이 잊고 사는 단어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띤다
' 고봉밥 '
처음 고봉밥을 밥상 앞에서 대했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바로 충격이었다
한창 때 , 군에 입대를 하던 친구네 집으로 위로겸 몇몇이 몰려 갔다
서울에서 멀지않은 한적한 동네였다
지금이야 돈 있는 서울 사람들이 별장을 짓네 하며, 멋진 풍광을 몽땅 망쳐 놓았지만 半世期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마음마저 포근하게 젖을 그런 시골의 정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곳이었다.
그 친구의 조모께서 차려주신 밥상은 ,당시 스무해를 갖 넘어 선 내게는 가히 놀랍고 새로운 세상이였다.
요즈음 식당에서 밥 한 공기라 불리는 작은 주발은 누구의 기준에 맞춰진 양이지 모르겠으나 어디 고봉밥의 웅장하메 비할까 !
광주窯에서 빚다 버린 수준의 난초며 대나무가 그려진 하얀 그릇에 정성껏 쌓아 올린 또 하얀 쌀밥의 거대한 산.
" 저 걸 어떻게 다 먹냐 ?"
단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경악의 눈동자로 히말라야 준봉처럼 늘어 선 밥상 앞에서 우리는 말을 잊어버렸다.
요즘에야 채소보다 흔해빠진 고기 나부랭이는 없었지만 말린 산나물과 염장을 해두었던 채소들과 한강에서 잡아 올린 붕어찜 앞에서 우리는 경건하고 겸손한 자세로 老祖母를 우러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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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흔해진 요즘.
밥 한그릇의 배 고픔이 간절한 사람이 있을까 ?
가난과 부유함이 극과 극으로 갈라진 이 지구 상에서 우리는 배고픈 이들을 잊고 살지 않을까 !
시인이 바라보는 이팝나무 꽃들의 탐스러움 속에 비쳐지는 우리들의 가난했던 날과 ,
기아의 사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오늘을 보내는 인류촌의 그들을 떠올리고 있음이라 !
고봉밥처럼 탐스럽게 열리는 꽃도 계절이 지나가며 초여름 빗물을 따라 자동차에 뭉개지고 팅팅불은 밥알갱이로 거리의 수채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
시인은 마지막 한 마디로 절규한다 .
"두려운 무기처럼 온 마을에 그늘을 드리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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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거나
통화를 하다보면 가장 흔하게 주고 받는
말 한 마디 !
"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지 "
친근을 포장한 가장 먼 사이일 수도 있는 요즘
" 저랑 밥 한 끼 하시렵니까 ?"
" 고봉밥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 "
약간 누른 누릉지의 구수한 숭늉이
입맛에 붙는다는 것은 인생을 적당히
살았다는 말씀.
씀바귀 나물이 들어간 찌개의 쓰디쓴 맛을
즐길 줄 안다면 세상의 이 맛, 저 맛을
다 겪었을터 .....🌳
첫댓글 고봉밥 인심이
그때 마음이 그리운걸 뭘까
모든게 넘쳐 나는때
마음이 허 하다
모든게 넘쳐 날수록 맘은 저멀리에서 슬퍼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