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히는 것에는 많은 범주가 있다. 직접 때리거나, 듣기만 해도 힘들어지는 말을 내뱉는다. 혹은 돈을 강요할 수도 있고, 은밀하게 그 아이만 주변인과 단절 시킬 수도 있다. 은따. 이 소설의 폭력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시험이 끝나면 책상을 바꾸자던 동생이, 자살했다. 조용하고 덤덤하던 아이가 유서 한 장 없이 그렇게 가버렸다. 언니인 만지는 동생의 죽음의 단서를 찾아간다. 동생과 자주 만나던 아저씨, 동생의 친구 둘, 괴롭힘, 따돌림.. 동생은 친구인 척하는 화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몇 년간 털어놓을 사람 없이, 폭력은 천지를 갉아먹었다.
천지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실제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관심한 내 양면성이 너무 별로인 것 같다. 실제 사람한테도 그 정도의 관심을 쏟아야 하는게 응당한데, 외면하는 방관자로서 어떻게 은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학교폭력 교육을 받을 때, 우리는 늘 극단적인 예시에 대한 대처법만 배운다. 살살 사람을 옥죄어오는 갈등을 대처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를 테면 따돌림이나 장난의 탈을 쓴 멸시라던가. 사실 우리가 쉽게 접하고 한 번 씩은 당하는 괴롭힘은 그런 것들인데 말이다. 너무 일상적이라서 그럴까?
따돌림, 매년 있는 것 같다. 작년에는 말이 없는 친구가 당했고 이번에는 정신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당한다. 놀림거리로 만들고, 왕따인 애 자체가 장난의 소재다. 상해는 입히지 않는데, 정신이 다친다. 소위 말하는 은따다. 선생님 몰래, 반친구들만 아는 왕따. 작년에 있던 친구는 결국 전학을 갔다. 나도 방관자이자 가해자라서 따돌림에 대해 내가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방관자의 입장으로 지켜본 바로는, 선생님한테 말하기도 애매하고 직접 관여하는 것도 껄끄럽다. 선생님이 개입하면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다. 또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 선생님한테 직접 얘기하면서 해결할 영웅적인 마음은 없다. 내가 반장도 아니고 일개 학생인데 뭐 그렇게 까지 노력을 해야하나 싶다. 직접 관여하면 그 순간 내가 또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그거 정말 기분 최악이다. 내 행동이 유행하는 장난이 돼서 쉬는시간 그 다음 시간까지 회자되는 건 정말 별로다.
책을 읽고 학교폭력에 경각심을 가진 거랑 실제로 행동하는 건 참 어려운 문제다. 우리 사이에는 이렇게 늘 따돌림, 학교 폭력이 존재하는데 막상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학생 간의 서열을 깨고 멈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화속 주인공들은 힘이라도 있지, 난 그냥 아무것도 아닌데.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하고 인물들이 굉장히 입체적이고 특이하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있다. 다들 각자의 이야기로 그득그득 책을 한가득 채운다. 또 중간중간 생각을 던져주는 사회이슈들이 좀 있다. 적을 게 너무 많다. 책 자체에 집중해 보고도 싶고 학교폭력이라는 이슈에도 집중해 보고싶었다. 동물 농장과 함께 내 인생책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