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이 기억해야 할 한국교회 위인들 [29] 엄귀현(1876-1951)②
왕손 이재형의 견마잡이 엄귀현이 그에게 전도했을 때 비록 화를 냈지만 마부인 주제에 왕손에게 예수를 믿으라는 대담함에 놀라기도 했고, 병원과 학교를 짓는 기독교인들이 마부도 예수를 믿도록 마음을 움직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어수선해지자 한동안 돌아다니며 재산을 탕진하며 놀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먼저 예수를 믿은 아내(정씨 부인)와 승동교회 교인들이 교회당에 나가자고 권했으나 오히려 그들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나 순종이 즉위하자 마음이 괴로워 교회당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1910년 이후에는 교회들이 독립을 위해 기도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사람에게 전도하기 위해 기도회와 사경회를 많이 열기 시작했습니다. 승동교회에서도 사경회가 열렸고, 이때 초신자 이재형이 참석했는데, 공교롭게도 예배당에서 꿇어앉아 기도하는 마부 엄귀현을 만난 것입니다. 이재형은 엄귀현에게 가서 “형님, 이렇게 만나니 반갑구려, 내게 전도하던 엄가 아니오?”하고 인사를 했고, 엄귀현은 “나리, 저를 형님이라 부르시다뇨. 황송하옵니다. 그런데 나리께서도 예수를 믿으십니까. 할렐루야!”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1943년 12월 19일에 경동제일교회 장로 취임식과 안수식이 있었는데, 나중에 목사가 된 이재형이 순서에 등장해서 교인들에게 권면의 시간을 가졌고 축도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식을 준비한 사람이 바로 마부 엄귀현 영수였습니다. 왕손 출신 이재형과 천한 마부 엄귀현이 이렇게 한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목사와 영수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엄귀현은 전쟁 중이었던 1951년 1·4후퇴 때 피난을 가다 교회당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길에 포격으로 아내와 동생과 함께 죽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