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른을 내게 줘 외 1편
오 늘
사과는 뱀으로부터 키워지고
박힌 이빨은 사납게 아름다워
별이 지나는 길을 알려 준 뱀만이
사과의 전부
길을 끌어안고 사과가 자라고 새가
웃는 사과를 보며 이쁘다 이쁘다 울지
비산하는 울음따라
시큼하게 휘도는 핏빛
뱀이 놓고 간 텅 빈 웃음
그 안에서 사과는 썩도록 웃어
썩은 사과 속으로 새가 뛰어들어도
이 별에서 저 별까지로 끄덕이는 이별
제일 반짝이는 별이 이별이라던
말의 끝이 툭-
잠든 나무가 후드득 깨어났고
시들지 않는 이빨만 남긴 채
뱀은 사과를 돌아보지 않지
혼잣말이 끝난 거야
초록 쓰는 법을 잊어서
바람 불어 어둠이 가지런하지 못한 밤 에덴에서 뱀을 데리고 나왔을 때 네 외로움도 발이 없어 한 몸인 듯 너와 엉켜 있었다 복화술을 머금은 위로와 꼬깃하게 접힌 우울은 버려야 하는 밀서 비밀한 우울을 펴서 친애하는 혐오로 읽지 않길 잠의 위치를 바꾸더라도 바닥의 말은 줍지 않길 무수히 쏟아지는 혀와 눈동자 다, 지나간다고 숨의 처음인 초록을 잊고 있을 뿐이라고 혀에 우거진 거미줄을 걷고 슬픔이 음각된 눈동자에 우기를 건너온 캄파눌라를 심는다 그림자는 뒤축을 핥으려 무던하고 밤의 잇새는 이해한다는 말로 무성한 또 다른 밤 다온의 세계를 차지할 수 없는 초록 밖의 일들 뱀이 흘린 자국을 핥으며 어둠이 요동한다 깨진 건 에덴이지 네가 아니다
오 늘
2006년 서시 등단. 시집 나비야, 나야, 빨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