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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각) 옛 동독 지역인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의 소도시 오라니엔부르크 광장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의회 선거 유세가 열렸다. 유세현장 맞은편에선 이 정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보호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반대 집회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각) 독일 수도권인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소도시 오라니엔부르크의 광장 옆 길가엔 대형 독일 국기 10개를 이어 붙인 거대한 국기 띠가 펼쳐졌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키보다 큰 국기를 세웠다.
이날 오라니엔부르크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의 브란덴부르크주 주의회 선거 유세가 열렸다.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유세 현장에는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1일 열렸던 튀링겐주 의회 선거에서 2차 대전 이후 극우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주의회 선거사상 첫 1당에 올라 독일에 충격을 줬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오는 22일 열리는 브란덴부르크주 의회 선거에서도 1당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마프’가 지난 3~4일 12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지율 27%로 1위이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은 23%로 2위다. 브란덴부르크주는 옛 동독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독일 통일 이후 새로 만들어진 행정 구역이다. 수도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수도권으로 독일을 위한 대안이 22일 선거에서 이곳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1당에 오른다면 충격은 더욱 커진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2019년 브란덴부르크주 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에 이어 득표율 23%로 2위를 차지했지만 1당에 오른 적은 없었다.
11일(현지시각)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 유세 현장에서 젊은 청년들이 독일 국기 10개로 띠를 만들어 이 정당에 반대해 집회를 연 시민들이 서 있는 도로 맞은편을 향해 들고 있다.
이날 유세에서 지원 연설에 나선 작센안할트주 의회 의원인 올리버 키르흐너는 반난민 정서를 자극했다. 키르흐너는 “나는 독일에 이슬람이 뿌리 붙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 땅 위에 있어야 할 건 우리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유세에 참석한 이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아드리안이라고 이름을 밝힌 남성(24)은 “우리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난민이나 이민자가 아닌, 더 유용한 곳에 우리 세금을 써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세 현장에는 에이드리안처럼 10대에서 20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막시밀리아 크라 의원이 등장하자 그와 사진을 찍으려고 청년들이 줄을 섰다. 크라 의원은 “진정한 남자는 우파다”라는 말 등으로 젊은 남성의 표심에 호소하는 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적극 활용해 전략적으로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친위대 제복을 입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범죄자라고 말하지는 않겠다”며 나치 준군사조직인 친위대(SS)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는 유럽의회 교섭단체인 극우 성향의 ‘정체성과 민주주의’가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의원들을 퇴출한 계기가 됐다.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막시밀리아 크라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크라 의원은 이날도 “독일의 훌륭한 성과 건축물을 보라. 우리의 선조들의 영광을 독일의 소년과 소녀들이 이어가길 바란다”며 “좌파들은 기후위기 등을 거론하며 재앙을 말하지만, 나는 당신들에게 새로운 독일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 의원은 독일을 위한 대안이 ‘극우 정당’ 으로 비판받는데도 불쾌감을 표시하며, “우리는 우파, 우파, 우파”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겨레에 “독일 정부는 우리의 진짜 국민들과 작은 마을들은 신경쓰지 않고 기후 변화나 이야기한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우리의 전통과 가장 가까운, 미래가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각) 옛 동독 지역인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의 소도시 오라니엔부르크 광장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주의회 선거 유세가 열렸다.
독일 연방정부를 이끄는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신호등’ 연정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브란덴부르크주 의회 의원으로 출마한 팀 치머만은 “기업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냉전 중에도 러시아는 에너지를 공급했는데, 독일이 (러시아에서 오는) 석유와 가스관을 잠갔다”며 “지난해 우리는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겪었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 임금은 깎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을 위한 대안만이 시민들의 이익을 생각하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 열풍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경계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유세 현장 길 바로 건너편에는 시민 200여명이 독일을 위한 대안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안티 파시스트인 우리가 왔다”고 외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자”,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막자”는 팻말을 들었다. 맞은편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 선거 유세에 참석한 청년들이 대형 독일 국기를 들고 반대 집회 참석자들을 바라봤다. 경찰이 양쪽 사이에 서서 경계를 했고, 2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 내내 긴장이 감돌았다.
11일(현지시각)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소도시 오라니엔부르크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반대하는 시민 200여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독일을 위한 대안 유세현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
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